열한살 딸에게 4개 국어 가르친 방송인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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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영어 선생님이 될 수 있어요.
그냥 아이와 함께 즐겁게 따라 하세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통통 튀는 목소리로 ‘Hello~ Everybody!’를 외치며 영어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영어강사 박현영. 최근 그녀의 딸 현진양이 4개 국어를 구사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엄마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누구나 현진양처럼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박현영의 ‘홈메이드 잉글리시’ 비법을 들어보자.


열한살 딸에게 4개 국어 가르친 방송인 박현영

열한살 딸에게 4개 국어 가르친 방송인 박현영

영어로 노래하고 춤추자
방송인 겸 영어강사로 활동 중인 박현영(40)의 영어 육아법이 엄마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케이블 TV 스토리온 ‘슈퍼맘(Super-mom)’ 코너에 박현영과 함께 출연 중인 그녀의 딸 조현진(11)양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4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만든 것. 방송 이후, 현진양은 외국어계의 ‘엄친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외국어 하나를 습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어린 나이에 어떻게 4개 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게 됐을까.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박현영의 집을 찾았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칠판과 책상. 이곳이 바로 박현영과 현진양이 평소에 외국어 공부를 하는 장소다. 그 작은 책상에 마주 앉은 모녀. 현진양은 엄마의 영어 질문에 막힘없이 영어로 대답하는가 하면, 중국어와 일어까지 섞어가면서 동화를 줄줄이 외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현진양의 발음이 원어민과 거의 똑같다는 것. 외국에서 오랜 시간 살다가 온 것 같다. 게다가 영어와 일어,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다니. 엄마 박현영은 도대체 현진양에게 어떤 마술을 부린 걸까.

“현진이는 아직 회화만 할 줄 알아요. 읽기와 쓰기 능력은 많이 부족하죠. 사실 말하기도 아직 배우는 단계예요. 그래도 현진이가 이렇게 능숙하게 회화를 하게 된 이유는 딱 하나예요.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하게 오랫동안 말하기를 했다는 거죠. 느리고 더디지만, 하루에 한 마디씩 계속 반복해왔어요. 그거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박현영은 현진양이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영어로 “Hi~My Baby”라고 인사를 했으며, 갓난아기 때부터 영어로 대화를 했다. 시간을 오래 할애하지도 않았다. 하루에 5~10분. 하지만 단어 하나씩을 아이와 함께 습득해 나가는 과정은 정말 길고 지루했다. 그러나 박현영은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았고, 현진양에게 끊임없이 영어로 대화하기를 시도했다. 동요를 영어로 바꾸어서 불러줬고, 노래만 부르면 지겨워할까봐 춤을 곁들이면서 현진양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현진이가 즐겁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죠. 최대한 아이가 즐거울 수 있도록 ‘동요’나 ‘춤’을 통해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어요.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기 때문에 ‘문자’를 가르치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힘들어만 하죠.”

열한살 딸에게 4개 국어 가르친 방송인 박현영

열한살 딸에게 4개 국어 가르친 방송인 박현영

노래가 나오면 현진양보다 엄마가 더 신나고 즐겁게 따라 불렀다. 영어 동요를 듣는 게 공부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놀이’라는 걸 보여준 것. 그렇게 11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소리 내어 말하기를 반복했다. 또 ‘RUN’이라는 단어를 익히기 위해서 하루 종일 거실과 방을 뛰어다니며, 현진이가 ‘RUN=달리기’라는 사실을 몸소 익히게 만들었다. 80~90세의 노인이 되어도 구구단과 동요를 아직까지 술술 외우는 이유 역시 바로 ‘리듬감’ 때문이란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수십 번씩 따라 불렀기 때문에 오래 시간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

“보통 많은 엄마들이 영어 비디오테이프를 틀어주고 밖에 나가잖아요. 하지만, 엄마가 옆에서 같이 따라 해주면 아이들이 더 신나고 재미있어 해요(웃음).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원어민의 발음보다 엄마의 목소리가 더 설득력이 있답니다. 엄마들이 발음이 나쁘다고 영어로 말하는 걸 두려워하는데,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목소리도 듣고 원어민의 목소리도 듣는 게 더 빨리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이죠.”


‘푸드 잉글리시’로 아이를 유혹하라
박현영이 현진양에게 가르친 노하우 중 하나는 바로 ‘푸드(Food) 잉글리시’다. 음식은 아이들에게는 참기 힘든 유혹이다. 과일, 과자, 음료 등 현진양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을 때는 꼭 영어로 말을 해야 먹을 수 있었다. ‘오렌지’를 먹기 위해서는 현진이의 입에서 영어로 ‘Orange’라는 말이 나와야 비로소 오렌지를 딸의 손에 쥐어줬다. 또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영어와 연결시켰다. 샤워를 할 때도 ‘샴푸’와 ‘비누’를 영어로 말해주면서 아이가 생활 속에서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1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이에게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는 박현영의 모습에 그녀의 남편은 존경 어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10년 동안 아이와 함께 집 안을 뛰어다니며 하루에 단어 하나를 가르치는 절 보면서 남편이 ‘정말 힘들겠다’며 눈물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태어날 때부터 아무리 영어로 대화를 한다 해도 말도 못하는 아이의 입과 귀가 열리기가 쉽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박현영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단 5분이라도 영어로 아이와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남편도 이런 박현영과 현진양을 지켜보면서 ‘육아 일기’를 썼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늘도 현영이는 현진이를 위해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른다. 어머니는 저러다가 애 잘못되는 거 아니냐고 걱정을 하신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중국어로 “밥 먹을래?”라고 물어봤더니, 아이가 자연스럽게 “Sure”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현영이의 조기 언어 교육이 결코 헛된 노력이 아니었다…….』

현진양은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일본어로도 자연스러운 회화가 가능하다. 일본에서 태어난 박현영이 사투리가 아닌, 표준 일본어 발음을 연습하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현진양이 옆에서 듣고 따라 하더라는 것. 또 국제 행사의 MC를 자주 맡는 박현영이 중국어 테이프를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는데, 현진양은 어느새 그 중국어까지 따라 하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지루하기만 한 세월이 6~7년 정도 흐르자 박현영의 홈 메이드 잉글리시는 서서히 효과가 입증되기 시작했다.

열한살 딸에게 4개 국어 가르친 방송인 박현영

열한살 딸에게 4개 국어 가르친 방송인 박현영

“저는 우리 아이가 특별히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면서 가르쳐봤는데, 누구나 현진이와 똑같이 따라 하더라고요. 엄마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영어 선생님이 될 수 있어요. 학원은 우리 아이만을 위해 맞춤 수업을 해줄 수 없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엄마 스스로가 할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영어 신동? 엄마 하기 나름이다!
사실 박현영 역시 처음에는 아이에게 긴 영어 문장으로 대화를 했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 긴 문장이 이해가 될 리 없었다. 그래서 시도한 방법이 바로 ‘단어’였다. 아이와 대화할 때는 영어 단어 하나만 알면 된다. 아이들은 간단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두 마디 이상은 알아듣기 힘들다. 또 아이들과 관련된 단어는 박현영 역시 생소했기 때문에 사전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찾아가면서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저 역시 아이와 대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구연동화와 영어 동화책을 아이 앞에서 같이 따라 읽고, 테이프에 나오는 원어민의 발음과 억양은 물론 동작도 따라 했어요. 아이와 관련된 영어 단어는 저도 너무 생소해서 엄청 공부를 해야 되더라고요. 일단, 무조건 아이와 같이 즐기려고 노력했어요.”

박현영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인기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는 그녀의 어머니 덕분이다. 어머니의 조기교육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그녀의 어머니는 한때 영화배우가 꿈이라는 영화의 주제가인 팝송을 듣고, 따라 부르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박현영 역시 어머니 옆에서 팝송을 신나게 따라 불렀고, 그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는 “현영이가 영어를 잘하는구나”라며 중학교 때부터 영어회화 테이프를 사다가 틀어주셨다. 또 TV 영어 프로그램을 녹화해 보여주기도 하셨다. 가끔 그녀가 게으름이라도 피우려 하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회초리를 들고 “영어가 너의 비장의 무기가 될 것”이라며 따끔하게 혼을 내곤 하셨다. 그렇게 졸린 눈을 비비면서 영어 테이프와 씨름하던 박현영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영어강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열한살 딸에게 4개 국어 가르친 방송인 박현영

열한살 딸에게 4개 국어 가르친 방송인 박현영

“예체능과 어학은 90%가 엄마의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 같아요. 김연아, 조수미, 타이거 우즈, 박세리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보세요. 모두 부모님의 극진한 정성이 뒷받침됐잖아요. 흔히 사람들이 어학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어학도 예체능과 똑같죠. 아이와 함께 몸으로 익히고 즐길 수 있는 엄마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어야 돼요.”

박현영은 나중에 현진양이 ‘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대학을 나와서 어려운 학문을 가르치는 그런 언어 교사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 언어를 배우는 것이 세상에서 정말 쉽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는 것. 그래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언어를 누구보다 즐겁게 배울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한다.

최근 박현영은 ‘지니뱅크’라는 외국어 교육 회사를 운영하면서 엄마들이 보다 빠르고 쉽게 아이들과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오는 7월에는 생후 1개월 이상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영어 단어로 말을 걸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교재도 출시할 예정이다. 그녀가 지난 11년간 현진양을 통해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깨달은 노하우가 듬뿍 담겨 있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영어단어와 테이프 등을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그냥 아이와 함께 그 순간을 즐기는 거죠. 현진이도 뛰어난 외국어 영어 선생님에게 개인 레슨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결국은 엄마가 옆에서 사랑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좋은 교육 방법은 없더라고요.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웃음).”



박현영이 추천하는 영어 교육 십계명

1 하루에 1분이라도 빠짐없이 아이와 대화하라.
2 동화책의 한 구절이라도 좋으니 큰 소리로 아이와 함께 읽어라.
3 영어로 말하기 연습을 매일 5분 이상 하라.
4 아이의 나이보다 더 낮은 수준의 책으로 쉽게 접근하라.
5 쉽고 재미있는 교재로 놀이처럼 공부하라.
6 엄마가 먼저 책을 읽고 즐기는 모범을 보여라.
7 언어를 배우는 시간을 최대한 즐겁게 느끼도록 하라.
8 남들에게 휘둘리거나 비교하지 말고 아이의 수준에 맞게 공부시켜라.
9 10세 전까지는 읽고, 쓰기보다는 말하기와 듣기에 충실하라.
10 잠자기 전에는 엄마 목소리로 영어 동화책과 노래를 읽어주거나 불러줘라.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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