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얼마나 신경을 써 주시는지
요즘은 괜히 같은 드라마 출연하는게 송구스러울 정도예요”
평소 친모녀 같은 다정함을 자랑하는 시어머니 김용림과 며느리 김지영이 실제 모습 그대로 한 드라마에 출연한다. 김지영이 억척스럽지만 밝고 씩씩한 ‘아줌마’로 출연하는 SBS-TV 드라마 ‘두 아내’에 김용림 또한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시어머니로 분해 호흡을 맞추는 것. 집에서도, 촬영장에서도 주변 사람들의 질투 어린 눈총을 받을 만큼 살가운 고부의 막강 이야기를 들어본다.
며느리 보약 챙겨 촬영장 나오는 시어머니
김용림과 김지영이 연기하는 드라마 속 고부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모녀 사이로 착각하게 만들 만큼 친밀하고 끈끈하다. ‘세상에 저런 고부간이 어디 있어?’라는 의구심을 품게 할 만큼. 그러나 이 생생한 연기는 100% 실제에 가깝다.
실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인 김용림과 김지영이 요즘 나란히 한 드라마에 고부간으로 출연하며 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길을 걷고 있는 연예계 대표 배우 가족으로 유명한 그들이지만, 실제 모습 그대로 같은 드라마에서 만나기란 흔치 않은 일이다.
“가족과 함께, 그것도 현실과 똑같은 관계로 촬영을 한다니 정말 신기하죠? 처음에는 주변에서도 부담스럽지 않겠냐며 말리고, 저도 연기할 때 긴장될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시어머니이기 이전에 대선배님으로 어머니를 만났었거든요. 이제 다시 가족이라는 관계를 맺고 나서 어머니와 연기를 하려니 떨리더라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생에서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 기대를 갖고 시작했죠.”
언제나 “고생이 많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시어머니 김용림은 김지영에게 때로는 남편보다 더 든든하고 고마운 가족이자 대선배다. 며느리로서 시어머니를 잘 챙겨드려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정작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과 달리, 김용림은 일일드라마 주인공을 맡은 며느리가 힘들까봐 촬영 때마다 며느리를 위한 ‘보따리’를 싸 나르느라 바쁘다고.
그래도 시어머니와 함께 촬영하면 불편한 점도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집요한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던 김지영은 딱 한 가지, “술을 잘 못 마시게 돼서 아쉽다”고 털어놨다.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 덕에 가끔 출연자와 스태프들이 함께하는 술자리가 마련되는데 함께 어울려 술 마시는 것이 쉽지 않다는 푸념이다. ‘여배우에게 술은 절대 금물’이라는 시어머니 김용림의 굳건한 철학 때문이다. 회식 참석은 적극 권장하지만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한 여배우라면 목소리가 변하고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은 물론 탄력도 떨어지지게 만드는 술은 마시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신다는 것. 덕분에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이 술잔을 돌릴 때 가끔 아쉽기도 하지만, 수십 년을 여배우로 살아온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수긍을 한다고 한다.
촬영장 구석에서 아기 보고 싶어 몰래 우는 엄마
촬영 일정이 빡빡하기로 소문난 일일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은 만큼 매일 강행군의 연속이다. 제아무리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이라도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면 체력이 바닥날 수밖에 없다. 특히 김지영은 아들 경목이를 낳고 5개월 만에 복귀한데다 역할 자체가 억척스럽고 씩씩한 ‘대한민국 아줌마’이다 보니 더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럼에도 시어머니 김용림이 직접 챙겨주는 한약을 먹으며 ‘링거투혼’까지 펼치고 있다.
“건강하게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출산 후에 너무 빨리 일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도 계세요. 저는 부모님과 남편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짧은 기간 동안 열심히 몸 관리를 했어요. 이제는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 회복했고요. 화면에 예쁘게 나와야 하니까 몸매 관리도 더 해야겠죠. 드라마 내용상 후반부로 갈수록 제 모습이 달라지게 되니, 앞으로 꾸준히 살을 빼야 할 것 같아요.”
사실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아들 경목이를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좋은 역할을 맡아 마음껏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꼬물거리는 아이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는 소중한 순간이 줄어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된 뒤로, 김지영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배가 불러 아홉 달을 보내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감정도 느끼게 되면서 좀 더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
“어른들께서 그러시잖아요. 아이를 낳아봐야 어른이 된다고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엄마가 되고 나서 조금 더 깊이가 있어졌다고나 할까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많이 생겼고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은 달라졌어요.”
엄마가 되고 나니 이제야 친정어머니의 마음을, 시어머니의 마음을 약간이나마 알 것 같다는 김지영은 이제는 정말 어머니께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단다. 또 사랑스러운 아들과 남편을 비롯해 ‘가족’에게도 말이다.
“특히 이번 드라마가 사랑과 결혼, 가족이란 울타리에 대한 이야기라서 요즘 ‘아내’로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사람들마다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부부 사이에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서로 ‘업’시켜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기분, 체력, 생각, 능력 등 무엇이든지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실제로 그렇게 잘 못하는 것 같아요. 남편이 늘 제 걱정을 하고 격려를 많이 해주거든요. 오히려 외조를 잘 받아서 남편 걱정 덜어주고 꿋꿋하게 사는 게 제 내조인 거 같아요(웃음).”
지난 5월 8일은 이들 부부가 결혼한 지 5년이 되는 날이었다. 5년의 시간을 행복하게 쌓아온 만큼, 앞으로도 평생을 친구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 매일이 즐거운 시어머니와의 드라마 촬영 또한 더욱 열심히 임할 계획이다. 행복한 일과로 사다리 엮듯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그녀의 뒤에는 늘 함께하는 가족이 있었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