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 그동안 뭐 하고 지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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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 그동안 뭐 하고 지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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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의 미국 유학, 인간적으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일명 ‘청담동 클럽 유출 사진’으로 한바탕 시끄러웠다. 그만큼 논란이 됐던 이유는 일반인들이 그들만의 세상에 느끼는 위화감 때문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청담동’이 트레이드마크였던 한 남자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바로‘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이다. 독특한 캐릭터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했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눈에 띄지 않았다. 공개 수배 결과, 그간 미국 유학을 하고 지난 5월에 들어왔단다. 이진성은 왜 홀연히 미국 유학을 떠났던 걸까?


[공개수배]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 그동안 뭐 하고 지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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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훌쩍 떠난 미국 유학
이진성(33)의 등장은 신선했다. 요즘 오락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캐릭터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으나 이진성이 등장했던 때는 사정이 좀 달랐다. 연예인은 고정된 이미지보다는 다양한 팔색조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인정받는 시절이었다. 그때 이진성은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독특한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방송활동을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선진적인 전략이었다. TV 오락 프로그램, 영화, 음악무대 등 다방면으로 활약했던 그는 오래지 않아 우리 눈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그동안 그는 1년 넘게 미국에 다녀왔단다.

“제가 전에는 운동(스피드스케이팅)을 했잖아요.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캐나다, 일본, 유럽 등 안 가본 나라가 없었어요(그는 1994~96년 국가대표였다). 이상하게 대표팀 선발전에서 미국과 겨루면 떨어지는 겁니다. 미국은 제 나름의 징크스였어요.”

처음에는 징크스를 깨야겠다는 단순한 이유로 미국 여행을 계획했다. 미국에서 터를 잡고 있는 친구들도 많아 적응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2주만 갔다 오자’라고 생각하고 떠났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언어의 장벽이 높다는 걸 느낀 거예요. 그간 운동하면서 다녔던 곳은 관광이 아니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할 필요가 없어 느끼지 못했던 것뿐이죠. 한국에서는 거리낌 없이 살았는데 미국에 가니 한순간에 바보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영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서른 살은 무언가를 하기에는 늦은 나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더 나이 먹기 전에, 결혼하기 전에 움직이지 않으면 평생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서른이 넘어서 어학연수라니 미친놈 아니냐고 하셨어요. 가려면 진작 가지 이제 와서 뭐 하는 거냐구요. 한번 부딪쳐보자는 생각에 일단 떠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공부는 때가 있다’는 말을 절감했다. 꿈은 원대했으나 현실은 학교와 집을 오가는 단순한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미국 생활과는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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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말씀 중에 틀린 말이 없어요. ‘어릴 때 공부하라’는 말을 당시에는 왜 몰랐는지…. 외국에 가서 느꼈지요. 영어도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고 뭔가를 도모할 수 있는데 전 너무 의욕만 앞섰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공부 외적으로 얻은 것도 많고 철도 들어서 돌아왔으니 후회는 없어요.”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이었다. 말도 통하지 않고 혼자 알아서 해야 했던 미국 생활은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좌충우돌 청담동 토박이의 미국 생활
“미국에 온 김에 책상에서 공부만 하는 것보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뉴욕, 애틀랜타, 라스베이거스, 캘리포니아 여기저기 다녀봤어요. 교민들을 만나 타국에서 어렵게 사는 이야기도 듣구요.”

그가 살던 청담동은 참 좁은 곳이었다. 미국에서 한없이 드넓은 자연을 보며 잊고 지내던 여유를 되찾게 됐다. 혼자 생각할 시간도 많았다.

“사실 서울에선 하늘을 보기 힘들잖아요. 그곳에서는 멍하니 하늘을 참 많이 올려다봤어요. 그러면서 내가 지나온 길도 돌아봤구요. 나이를 먹어 그런 건지 저절로 하나하나 깨닫게 되더라구요.”

그는 내키는 대로 살았다. 만나기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놀고 싶으면 놀고, 쉬고 싶으면 마음대로 쉬었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나만큼 잘나가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근데 제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 뭔 줄 아세요? ‘I’m sorry, I’ll go home’이에요. 해석하면 ‘미안해요. 저 집에 갈게요’가 되겠죠. 말도 안 통하고 언제나 혼자니 경찰을 만나면 덜컥 겁부터 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은 총이 있으니 함부로 행동하면 큰일 나요. 그럴 때 제겐 아주 유용한 표현이었죠(웃음).”

그뿐이 아니었다. 치안이 좋지 않은 곳에서 총을 든 강도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하루는 갱을 만나 신발을 빼앗겨 맨발인 채로 집에 온 적도 있다.

“지갑 내놓으라 하지 않은 게 어디예요. ‘I’m sorry, I’ll go home’이라 말하면서 아주 공손히 벗어줬죠. 맨발로 집에 가는데 정말 제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더라구요.”

고통이 없는 성숙은 없다. 미국에서 받았던 상처들은 청담동 도련님을 한층 성장시킨 모양이다.
“방송에서는 코믹한 이미지였지만 실제로는 차갑고 딱딱한 부분이 있었어요. 처음 보는 사람이 인사하면 받지도 않았죠. 친한 사람들하고만 어울리구요. 이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겁니다. 제 주변의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사람들을 보면 옛날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불쌍해요. ‘저러면 안 되는데, 후회할 텐데…’라고 생각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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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배운 또 한 가지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그곳에선 문을 열 때도 뒷사람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한다. 작은 것에도 항상 “고맙다, 괜찮다”고 표현한다. 모르는 사람과도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대화하는 여유가 있다.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 특히 여자 먼저죠. 한국에서는 여자 환심 살 때나 하는 행동이죠. 저는 연애할 때 여자 가방을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어요. 여자 가방을 들고 있는 제 모습이 너무 어색해서요. 잠시 신발을 신을 때 가방을 제게 맡겨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나쁜 남자였죠. 주변 사람들에게 ‘너 같은 애는 여자친구를 사귀지 말아야 돼’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니까요.”

독특한 캐릭터만큼 그에 대한 선입견도 많다. 부족함 없이 연애도 많이 하고 유흥도 꽤나 즐겼을 것 같다. 청담동 토박이인 그에게 최근 논란이 된 청담동 클럽 사진이나 환각제 관련 사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니 씁쓸하게 웃고 만다.

“제가 미국 다녀온 사이에 많이 변했던데요? 청담동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저도 그렇게 개방적으로 놀지는 않았어요. 지금까지 클럽엔 행사 관계로 딱 한 번 가본 게 전부예요. 환각제 문제도 사실 주위에 자기를 믿고 좋아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생긴 일 아닐까요? 그런 걸 친구에게 권하는 게 진정한 의리나 우정은 아닌데 말이죠.”

그는 만남에도 진정성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가벼운 만남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에너지를 쏟고 싶은 것이 그의 심정이다. 미국에서 생활하며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영어가 아닌 ‘큰마음’이었다.


포기할 수 없는 방송 욕심
그는 자신을 “순진하진 않지만 순수한 사람”이라 표현했다. 운동을 하던 시절에는 사람에게 상처받은 적이 없었는데 연예 활동을 하며 심적으로 고통이 많았단다. 순식간에 타오른 인기는 자칫하면 순식간에 사라지기 쉽다.

“‘청담동 누구’ 하며 관심을 가져주시다가 갑자기 흐지부지되는 그런 시기가 왔어요. 절 좋아하고 찾다가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상처를 받았어요. 저 역시 좋은 사람하고는 끝까지 인연을 맺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구요.”

그는 연예인이란 직업이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상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생계를 위해 방송일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운동 경력을 살려 지도자의 길로 갈 수도 있었고 현재도 압구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단지 방송일이 좋을 뿐이다.

“스스로는 제게 딱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변수가 많잖아요. 전 새로운 것에 늘 끌리거든요. 도전하는 것도 좋아하구요. 저는 실패를 무릅쓰더라도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늘 스케이팅 출발선에 날을 세우고 섰던 그다. 그런 긴장 속에서 살다가 운동을 그만두니 헛헛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운동과 방송은 공통점이 많다. 그는 이미 케이블TV 드라마에 캐스팅이 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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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처럼 여자 세 명이 주인공이에요. 저는 그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늘 해결사로 나타나는 사람이에요. 배경이 청담동이거든요. 토박이인 제게 뭐든 물어보면 알아서 해결해주는 영화 ‘홍 반장’의 홍 반장 같은 역할이죠.”

배우 이진성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깨야 할 한 가지는 그의 고정된 캐릭터다. 그를 여기까지 오게 한 독특한 캐릭터는 정극을 준비하는 배우에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저도 고민이 많아요. 사람들이 저를 보면 ‘호루라기 아니야?’ 하죠. 그리고 되게 가벼운 이미지가 있어요. 환갑이 돼도 호루라기로 남지 않을까 걱정돼요. 사실 굉장히 진지한 타입인데요.”

그는 연예인이라면 ‘딴따라’라며 무시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포괄적으로 문화를 만들어내는 선두주자가 아닌가. 동시에 연예인들은 특권 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은 하나의 직업이지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지나친 대우를 받아서 그런지 너무 높은 곳에 있으려 하고 대중과 거리감을 둬요. 문화를 선도한다는 사명감은 있되, 그것이 자만심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진성의 연예 활동을 보고 어떤 사람들은 ‘청담동 도련님이 취미로 방송활동 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낸다. 그가 앞으로 깨야 할 편견 중 하나다.

“제가 만약 방송을 취미로 생각했다면 미국까지 가서 고민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오래 앉아서 인터뷰도 하지 않았을 거구요. 동료들처럼 평범하게 운동 지도자를 택했겠지요.”

한 가지 일밖에 못하는 성격이란다. 뭔가 이루기 전에는 결혼도 연애도 미룰 정도로 그의 결심은 확고하다.
“조카들을 보면 한없이 귀여워서 결혼도 하고 싶지만 제가 한 가지밖에 못하는 성격이에요. 지금 여자친구를 사귀면 잘 못해줄 것 같아요. 우선 연예인으로서 1년 넘게 비워둔 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장소 협찬 / Les Baux(02-3444-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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