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기대를 뛰어넘는 변신으로 대중을 사로잡아온 엄정화가 드라마 KBS-2TV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골드미스 내과 의사 ‘장문정’ 역할을 맡았다. 장문정과 많은 부분이 닮은 그녀가 싱글의 삶과 결혼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사실 ‘골드미스’라는 말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저도 결혼해야죠.”
드라마 캐릭터와 결혼관 비슷해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엄정화가 맡은 역할은 어쩌다 보니 혼기를 놓치고, 이제는 ‘결혼,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내과 전문의 ‘장문정’이다.
“‘문정’은 결혼에 대한 환상이 많은 여자예요. 조건보다 사랑을 찾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여유가 있죠. 특별히 결혼에 대해 조바심을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혼자만의 생활에 이미 익숙해 있고요. 저와 많이 닮아서 공감 가는 캐릭터예요.”
주인공과 닮은 점이 많으니 아무래도 연기를 하면서 공감이 갈 수밖에 없을 터. 나이 듦에서 느껴지는 쓸쓸함도 비슷하다.
“예전에는 싱글로 남아 있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이젠 벗어난 것 같아요. 제 삶을 즐기려고 하고, 나이가 주는 결혼에 대한 압박감도 초월하려고 노력하죠. 물론 나이에서 오는 쓸쓸함은 있어요.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쇼핑을 할 때 모양이나 색깔보다는 성분이나 기능을 더 따지게 되죠.”
결혼에 있어서도 문정과 비슷한 생각이다. 결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으면서도 언젠가 나타날 운명을 기다리는 쪽이다.
골드미스는 드라마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결혼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고, 결혼하지 않고 사는 미혼 남녀가 늘어나는 요즘, 이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드라마가 될 듯하다.
“주변에 결혼보다는 일을 우선으로 하고 살다 보니 혼기를 놓친 분들이 많아요. 싱글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드라마를 선보일 테니 기대해주세요.”
동생과의 대결, 이기고 싶어
동생 엄태웅은 엄정화에게는 좋은 동료이자 경쟁자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남매가 동시에 경쟁사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상황에 처했다. 엄태웅이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MBC-TV ‘선덕여왕’에서 김유신 역할을 맡아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
“처음에는 편성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고민도 했어요. 어머니도 어떤 드라마를 봐야 하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보다 동생이 잘되면 좋겠지요. 물론 마음으로는 우리 작품이 더 잘됐으면 좋겠지만 어느 한쪽이 잘된다면 서로 축하해주자고 했어요.”
그러나 ‘선덕여왕’이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하고 시청률에서도 월등한 터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진희씨는 동생을 방에 가두래요(웃음). 사극을 좋아하는 시청자가 있듯이 우리 드라마와 같은 현대극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많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 잔잔하면서도 크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동생도 좋아하고요. 솔직히 우리 드라마가 훨씬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누나니까, 더 잘돼야 하지 않겠어요?”
최근 개봉한 ‘인사동 스캔들’은 이미 관객 100만 명을 넘어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디스코’로 복고 트렌드의 정점을 찍었던 그녀는 이번 드라마를 끝내고 나서는 가수로도 변신할 생각을 갖고 있다.
“올해 열심히 준비하면 내년쯤 음반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해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와 ‘(음반을) 하나 더 하자’ 했는데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굳이 ‘골드미스’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고 당당한 싱글 엄정화. 그녀의 바람대로, 어디에선가 기다리고 있을 반쪽을 운명처럼 만나길 바라본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