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만난 윤은혜(25)의 인상 깊은 점 한 가지가 차분하게 자기의 소신을 말하는 모습이다.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 ‘궁’, ‘포도밭 그 사나이’,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보여줬던 덜렁대고 발랄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연예계에 데뷔한 지가 벌써 11년째란다. 위에 나열한 주옥같은 작품을 고른 건 전부 그녀의 안목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많이 받지만 무엇보다 결정은 제가 합니다. 내용이 재미있는 작품을 선택해요. 또 대본을 읽을 때 자신을 투영해보면서 잘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요.”
연이은 드라마 히트는 그녀에게 행운이지만 부담이기도 하다. ‘윤은혜 드라마는 재밌다’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서다. 이번 작품인 KBS-2TV ‘아가씨를 부탁해’를 고르기까지 2년이 걸렸다.
“사실 많은 작품을 통해 실패도 맛보고 새롭게 도전도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아요. 제 작품은 대박이 나야 하고 이슈가 돼야 해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지는 해처럼 보여질 우려가 있어요. 2년 동안 고르고 골랐어요.”
그녀는 요즘 시청률이 연기력에 대한 평가인 양 비쳐지는 것이 아쉽단다. 시청률이 부진하든, 큰 사랑을 받지 못하든 그건 부수적인 문제다. 스스로 판단해 연기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단다.
“시청률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면 솔직히 거짓말이죠. 그렇지만 작품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더 중요하고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드라마 속 캐릭터는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가수 출신의 연기자라면 누구나 겪는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악성 댓글’에 견디는 굳건함도 연예인이 갖출 덕목 중 하나인 요즘이다.
“저도 악플로 스트레스도 받고 상처받아 울기도 해요. 그럴 때에는 친구와 영화 보고 수다 떨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잊으려고 애써요.”
정말 소박하다. 남들 자주 가는 클럽에라도 가서 춤추고 온다는 대답이 오히려 믿을 만하지 않은가?
“클럽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집밖에 모르는 집순이에요. 제가 소위 ‘놀았다’라는 소문에 대해서는 정말 억울해요. 어린 나이에 데뷔했기 때문에 얼굴이 알려져 길거리를 제대로 다니지도 못했어요.”
윤은혜는 데뷔 연차에 비해 연예인 친구도 없다고 토로한다. 베이비복스 멤버들과 가끔 연락할 뿐 거의 만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가수 복귀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녀는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나 매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말한다.
“요즘 멋지고 예쁜 친구들이 많잖아요. 가수로 컴백할 생각은 없어요. 연기자를 하게 될줄 저도 몰랐어요. 가수도 마찬가지예요. 기회가 닿아 배우로 음반에 참여하는 형식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큰 용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녀는 솔직히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실력을 갖췄던 건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은 어느 정도 기본기는 다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연기자로 명함을 내밀기에는 이르다. 그렇다면 그녀가 2년의 숙고 끝에 결정한 이번 드라마에서 인기와 연기력을 동시에 인정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윤은혜, 완벽한 불패신화를 부탁해!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