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연기,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
“드라마 한 편을 끝내놓고 다음 작품을 고르는 데 부담이 많았어요. 평소 김병욱 감독님의 팬이었는데 마침 기회가 닿아서 합류하게 됐죠. 시트콤이라고 해서 꼭 코믹 연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트콤인 만큼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녀가 맡은 이현경은 중소 식품회사 사장(이순재)의 딸이자 고등학교 체육 교사로 시원시원하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식구들과 티격태격하지만 뒤끝이 없다. 정극의 경우에는 이미 설정된 캐릭터에 배우가 다가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가 가지고 있는 색깔에 맞추어 캐릭터 설정이 자유로운 시트콤은 그만큼 배우가 표현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다. ‘순풍산부인과’나 ‘거침없이 하이킥’ 등 그동안 김병욱 감독의 전작들에서 볼 수 있었던 가족들이 그려내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도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한 이유다.
“저는 항상 제가 어떤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왔어요. 나이가 들어가며 시청자들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도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고요. 꼭 정극에서만 다양한 감정선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는 시트콤에서 내면에 숨겨져 있던 모습이 나올 수 있어요. 제가 알게 모르게 귀여운 면도 있고 터프한 면도 있거든요(웃음).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뿜어내고 싶어요.”
몸빼 바지 벗고 트레이닝복으로 무장
전작에서 몸빼 패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녀는 스포츠 패션을 보여줄 생각이다.
“‘조강지처클럽’에서는 겉으로 보여지는 저의 모습 때문에 캐릭터가 살아나지 않을 것 같아 과감하게 몸빼 패션을 시도했어요. 이번에는 체육 교사답게 스포츠웨어를 즐겨 입을 생각이에요. 엄마들한테도 스포츠 패션이 어울릴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극중 모습과 비슷하게 실제 생활에서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생활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높은 목소리 톤을 터프한 느낌의 중저음으로 바꾸기 위한 훈련도 하고 있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체육 교사로 시트콤 특성상 발차기 장면이 매번 등장하는 탓에 촬영장에서 쉬지 않고 다리 찢기와 발차기 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다고. 1989년 미스코리아 당선 이후 20년 가까이 연기를 하며 주로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줬던 만큼 코믹 연기로 변신을 꾀할 수 있는 이번 캐릭터에 더욱 애착이 간단다.
희극 연기만큼 어려운 연기가 없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코믹 연기 도전은 그녀가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닌가 싶다. 오현경 안의 또 다른 오현경을 기대해본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