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첫 주연이라는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영화를 보면서 ‘참 열심히 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정말 욕심나는 영화였거든요. 주인공 ‘애자’는 누구나 동경할 만한 친구예요. 저는 학창 시절에 사고를 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죠. 그래서 캐릭터 몰입이 쉽지 않았지만 결과물은 만족합니다. 나머지는 관객 분들이 평가를 내리는 거니까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자신과 비슷한 구석을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어 덜컥 겁이 났다. 처음 하는 부산 사투리 연기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
“애자는 부산 여자 특유의 사투리를 써야 하는 캐릭터라 열심히 연습했는데, 아무래도 부산 지역 관객은 좀 신경이 쓰여요(웃음). 관객 분들이 지지해주신다면 자신감을 회복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저를 단련하는 채찍으로 삼을게요.”
그녀는 그동안 밝은 이미지나 ‘4차원’이라 불리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것이 최강희만의 잘 다듬어진 이미지였다. 또 실제 그녀가 가진 모습에 가장 가까웠기 때문에 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첫 주연에, 자신이 해보지 못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분명 모험이다. 용기를 갖게 된 것은 바로 그녀의 가족 덕분이다.
“시나리오를 읽어나가면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망설였어요. 사실 저는 변신을 하겠다는 갈망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문득 엄마가 생각났어요. ‘엄마한테 이 영화를 보여주면 좋아할 텐데’라고요. 망설임에 사라지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극중 엄마와 함께 회를 떠 먹는 장면이다.
“저희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엄마랑은 그런 거 한 번 못해봤거든요. ‘조금 민망하긴 해도 엄마랑 딸이랑 저런 경험 한 번쯤은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영화 찍고 나서 엄마한테 많이 미안했어요.”
그리고 하늘나라에 있는 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털어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사랑한다는 말을 해드리지 못했어요. 장례식 때 병풍 뒤로 가서 관 뚜껑 위에 대고 그 말을 꼭 하려고 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죠.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말을 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부모님에게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애자’는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한 번쯤 ‘엄마’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기회를 주는 영화라고 말한다. 최강희는 엄마와 늘 토닥거렸던 딸이 엄마의 투병을 계기로 가족의 사랑을 알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잘 소화해냈다. 그녀 스스로도 이젠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고 말한다. 최강희가‘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욕심 많은 배우’로는 비춰지지 않았다. 뭔가 바닥까지 뽑아내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담백한 배우였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이 기분 좋은 생소함에서 그녀의 한 걸음 전진이 느껴진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