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이 사랑한 그리고 장진영을 사랑한 두 남자의 영화 같은 순애보

장진영이 사랑한 그리고 장진영을 사랑한 두 남자의 영화 같은 순애보

댓글 공유하기
ㆍ“그녀와 가슴속에서나마 평생지기이고 싶다”
ㆍ“훌륭한 내 딸 진영이 마음껏 사랑한다”

올가을, 우리는 장진영이라는 소중한 배우를 잃었다. 위암 진단을 받은 지 1년 만에 세상을 등진 장진영은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의 주인공보다 더 영화처럼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연인의 죽음을 앞두고 결혼과 혼인신고를 했던 한 남자와 자식과의 이별을 믿지 못했던 또 다른 남자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장진영이 사랑한 그리고 장진영을 사랑한 두 남자의 영화 같은 순애보

장진영이 사랑한 그리고 장진영을 사랑한 두 남자의 영화 같은 순애보

배우 장진영의 마지막 길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수많은 팬들이 그녀와 함께했고, 사후까지 그녀의 손과 발이 되고 있는 소속사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와 딸을 끔찍이 아꼈던 아버지 장길남씨, 마지막으로 죽어서까지 함께하고 싶어 했던 그녀의 남편 김영균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배우로서 화려하게 걸어왔던 그녀의 인생처럼 마지막 가는 길도 ‘레드카펫’을 밟고 떠났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과 치열한 열정을 바쳤던 배우의 이름을 모두 가져간 장진영은 죽어서도 행복한 사람이었다.

“내가 곧 그녀였고, 그녀가 곧 나였다”
장진영(37)이 남편 김영균씨(43)를 처음 만난 건 2008년 1월, 드라마 ‘로비스트’ 촬영을 마친 직후였다.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 두 사람이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있을 무렵인 같은 해 9월 장진영은 ‘위암’ 판정을 받게 된다. 장진영은 그 소식을 접한 후,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했지만 김씨는 그녀의 손을 오히려 더욱 꽉 잡았다.

장진영은 김씨와의 열애 기사가 나간 당시 한 언론을 통해 “많이 지치고 힘들어 주저앉고 싶었을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큰 힘이 되어주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 사람”이라며 “나로 인해 그 사람이 힘들어질까봐 이별을 생각한 적도 있지만, 모든 것을 감수하고 사랑으로 보듬어준 그 사람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암을 이겨내기 위해 같이 등산, 쇼핑, 영화, 콘서트 등을 다니면서 데이트를 즐겼다. 그리고 장진영의 생일이었던 지난 6월 14일 김씨는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면서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7월 2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교회에서 단둘이 조용하고 경건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장진영이 사랑한 그리고 장진영을 사랑한 두 남자의 영화 같은 순애보

장진영이 사랑한 그리고 장진영을 사랑한 두 남자의 영화 같은 순애보

지난 9월 6일 삼우제에서 유족들에게 공개된 결혼식 동영상 속 장진영은 평소보다 좀 말랐지만, 아픈 기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밝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무릎까지 오는 청초한 순백의 하얀 원피스에 빨간 장미꽃 부케를 들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것.

이 같은 결혼 사실은 그녀가 눈을 감은 직후에 세간에 알려지면서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순애보’로 세상 사람들에게 회자됐다. 특히 결혼식뿐만 아니라, 장진영이 죽기 사흘 전 혼인신고까지 마쳐 ‘법적으로 완벽한 부부’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초췌한 모습으로 장례 절차를 함께했던 김씨는 결혼한 사실이 밝혀지자 “내가 곧 그녀였고 그녀가 곧 나였기에 아프고 힘든 길을 홀로 보내기 너무 가슴 아팠다. 마지막 가는 길에 힘이 되고 싶었고 가슴속에서나마 평생지기로 남고 싶었다. 현실에서 못다 한 사랑을 하늘에서 아름다운 결혼생활로 누리고 싶다.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하늘에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그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항간에서는 남편 김씨가 608일간의 사랑 이야기를 책으로 써낼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난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숭고한 사랑 이야기는 김씨 혼자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도록 그냥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딸에게 성대한 결혼식 해주지 못해 안타깝다”
장진영을 가슴에 묻은 또 한 남자가 있다. 바로 그녀의 아버지 장길남씨. 늦둥이로 얻은 둘째딸을 먼저 떠나보낸 장씨는 슬픔이 너무 깊은 나머지 한때 정신을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성남 화장장에서 장씨는 장진영의 위패를 양복 안쪽에 품은 채 “내 딸, 우리 딸 진영이”를 계속 불렀고, 친인척들에게 다가가 위패를 보여주며 “우리 진영이 예쁘지? 이제는 주사 안 맞아도 되고, 하나도 아프지도 않대”라며 딸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장씨는 때때로 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 스스로 자신의 뺨을 치면서 고통을 드러내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 장씨는 “딸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해주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딸을 아껴줬던 사위 김영균씨의 손을 잡으며 계속 “고맙고, 또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장씨는 추모사를 통해 “내 딸 진영이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신 팬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지만 결국 잃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두 번 다시 너의 환한 미소와 천사 같았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없겠지만 이 아비는 가슴속에 너를 영원히 묻어두고, 평생 아니 죽어서까지 잊지 않을 것이다”라며 “하늘나라로 가는 길은 외로운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부디 아픔 없는 곳에서 편하게 쉬고 이승에서 못한 배우로서의 열정을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특히 장씨는 딸이 남긴 재산을 딸의 유지에 따라 좋은 곳에 쓰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장진영이 생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선행을 베풀고 모교에 장학금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더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장씨는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식 때문에 서글프고 괴롭다”면서도 “아버지로서 훌륭한 진영이에게 마음껏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두 팔로 큰 하트를 그렸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우연이었을까, 장례식장에서 공개된 장진영의 육성 인터뷰에는 마치 오늘의 일을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장진영이 환하고 밝은 미소로 이같이 말하는 순간,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와도 같았던 그녀의 삶,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청룡영화제에서 두 차례나 여우주연상을 받을 정도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그러한 배우로서의 삶을 사랑했던 그녀는 2003년 열연했던 ‘국화꽃 향기’의 주인공 ‘희재’와 너무도 닮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분당 추모공원 스카이 캐슬 ‘장진영관’에는 장진영을 아끼고 사랑했던 수많은 팬들이 그녀를 추모할 수 있도록 그녀가 드라마와 영화제에서 입었던 드레스, 선글라스와 카메라, 화장품 케이스, 어릴 때 신었던 분홍색 신발, 그리고 생전의 아름다웠던 모습들이 사진으로 전시돼 있다. 추모관은 49재가 지난 다음인 10월 23일 이후부터 팬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장진영이 숨을 거두기 직전, 마지막으로 한 말은 “끝까지 사랑해줘서 고맙고 오래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였다고 한다. 그녀가 우리와 함께했던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장진영은 우리에게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남기고 떠났다. 우리는 그녀를 기억할 것이다. 배우로서 얼마나 뜨거운 열정을 가졌었는지, 여자로서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을 했었는지, 또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베풀고 살았는지를 말이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원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