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이 한국 방방곡곡 누비며 쓴 ‘서툴지만 진지한’ 여행 이야기

배용준이 한국 방방곡곡 누비며 쓴 ‘서툴지만 진지한’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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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마음속에 그리움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삭막한 삶일까?
ㆍ전 그것을 문화, 사람, 마음에서 찾고 싶었습니다”

배용준이 한국 방방곡곡 누비며 쓴 ‘서툴지만 진지한’ 여행 이야기

배용준이 한국 방방곡곡 누비며 쓴 ‘서툴지만 진지한’ 여행 이야기

배우 배용준이 여행을 떠났다. “한국의 관광지 중 추천하고 싶은 곳이 어디냐”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 부끄러운 기억. 그의 여행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직접 찾은 한국의 아름다움, 책으로 펴내
“한국 문화를 공부하는 초보자로서 서툴지만 진지하고 싶었던 여행을 기록합니다.”

배용준이 처음 책 발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작년 6월 오사카 ‘태왕사신기’ 프로모션 당시 인터뷰에서였다. 그는 ‘가족’이라고 부르는 자신의 팬들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고심했다. 그러다 늘 접하는 영상이 아닌 ‘사진이라는 형태는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배용준은 당시 사진 촬영에 심취해 있었다. 어딜 가든 그의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원래 사진을 좋아하고 요즘 심취해 있어요. 가족들의 모습을 머리로는 기억하겠지만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 사진으로 소개하는 책을 구상 중입니다.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조국에 대한 사진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는 인터뷰 내내 드라마의 촬영지였던 제주도와 단양의 풍경에 대해 자주 언급했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스타인 배용준이 직접 한국의 절경을 소개한다면 자연스레 그 아름다움을 아시아에 알릴 수 있는 기회임은 분명하다.

배용준은 전국 각지의 전문가들을 찾아 전통 발효음식, 술 등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사진 위). 경북 문경을 찾아가 무형문화재 도예가 천한봉 선생에게서 흙을 찾는 것부터 꼬박, 물레, 초벌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

배용준은 전국 각지의 전문가들을 찾아 전통 발효음식, 술 등에 대해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사진 위). 경북 문경을 찾아가 무형문화재 도예가 천한봉 선생에게서 흙을 찾는 것부터 꼬박, 물레, 초벌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


“너무 많이 얘기하면 다른 사람이 먼저 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할게요.”
배용준은 연인을 위해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는 남자친구처럼 다정하게 웃고는 말을 아꼈다. 그렇게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당시 계획에 대한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가 직접 기획하고 모든 작업에서 그의 손길이 하나하나 거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란 책이 발간된다. 그가 평소 관심을 갖고 눈여겨보던 가정식, 김치와 발효 음식, 한복, 옻칠, 차, 도자기, 술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13가지 카테고리에 담았다. 배용준이 선정한 우리 문화다. 보편적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들이다. ‘김장’, ‘가정식’, ‘차(茶)’와 같이 우리가 평소 가깝게 여기는 것들을 재발견·재인식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옻칠’, ‘도자기’, ‘한옥’ 등 알고 싶지만 어렵게만 여겼던 것들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조언했다.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템플스테이’ 등의 테마를 통해서는 우리 문화의 정수를 이루는 것들에 대한 배용준의 깊은 경외심을 읽을 수 있다. ‘한복과 살림살이’, ‘술과 풍류’ 등에서는 한국문화 특유의 해학과 소박함 그리고 삶의 지혜 등을 엿볼 수 있다.

“저를 사랑해주는 가족들(팬들) 한 사람 한 사람과 같이 나 또한 삶이 여전히 벅차고 궁금한 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저는 요즘 마음속에 무언가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얼마나 삭막한 삶일 수밖에 없는가를 뼈저리게 느껴요. 전 그것을 문화 속에서 그리고 사람 속에서, 마음속에서 찾고 싶었어요.”

배용준은 여행을 기획하고 테마를 정하면서 자료 조사와 공부를 했다.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전통문화의 명인, 장인들에게 직접 연락해 취재를 허락받기도 했다. 그는 그들을 찾아가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간 머물며 전통문화를 몸소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1년이 넘게 연기 활동을 하지 않고 그렇게 전국 각지를 찾아 여행을 다니며 그것을 기록했다. 여행에는 스타의 헤어스타일링도, 메이크업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모자 하나 눌러 쓰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여행을 떠났다. 사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배용준’ 하면 실제 존재하는 사람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현실과는 먼 존재다. 그러나 책 속에서 스태프들과의 대화나 가족, 친지 등 지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 평소 이미지와 달리 배용준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이 책이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잘못 전달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어요. 다만 이 책은 저의 서툴지만 진지하고 싶었던 여행의 기록일 뿐이라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용준은 참 치밀하다. 자신이 해야 할 일, 주어진 일에 관해서는 무엇 하나 허투로 놓치는 법이 없다. 처음 그에게 책 발간 계획을 들었을 때 그저 ‘배용준의 여행 화보집’ 정도를 예상했다. 그것도 참 독특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그의 책은 그 이상이었다. 그는 단순히 유명 여행지를 돌며 한국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곳은 어딘지 찾는 데 그치지 않았다. 여행을 통해 숨겨진 한국의 전통문화, 예술을 찾아내고 또 몸소 체험하고 소개했다. 이것이 그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배용준이며, 그가 다른 한류 스타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용준이 한국 방방곡곡 누비며 쓴 ‘서툴지만 진지한’ 여행 이야기

배용준이 한국 방방곡곡 누비며 쓴 ‘서툴지만 진지한’ 여행 이야기

나는 비록 다른 종교를 갖고 있지만 한국의 사찰이 그 장구한 세월 동안 어떻게 수많은 문화재를 배출하고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늘 궁금했다. 사실 한국문화에서 불교적 색채를 제외한다는 것은 핵심을 제외한 그 나머지만을 논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인정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유능하고 똑똑하고 합리적이어도 남을 배려하는 인정이 모자란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인간미가 덜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어떤 경우는 이 인정주의가 한국사회를 망친다고도 하지만 나는 그것은 인정을 잘못 활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바람이 있다. 내가 바라고 네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서로에게 주자’라고 대등하게 인정해주는 것, 주되 시원하고 망설임 없이 주자는 것, 그게 인정이 아닐까. 그 인정이 의식주를 관통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문화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하고 막연히 생각해본다.

내 경우엔 한 명이라도 동지(同志)가 있는, 함께 마시는 차를 좋아한다. 혼자 마실 때는 굳이 대단한 노력과 정성을 들이지 않고도 잘 마시는 편이지만, 내 옆에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더욱 정성을 들여 차의 맛과 향을 전달해주고 싶어진다. 나는 ‘혼자 마시는 차는 명상을 할 수 있고, 둘이 마시는 차는 소통을 할 수 있으며, 셋이 마시는 차는 공감대를 만들 수 있고, 넷이 마시는 차는 화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란 어렵고 재미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토록 무수한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진 않았을 것이다. 삼국문화와 차별되는 철기문화를 가졌던 가야(伽倻)나, 아시아에서 유럽을 잇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겨진 실크로드의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수다를 떨 수 있을 것 같다.

시끄러운 일이 있건 힘든 일이 있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을 두고 마주 보고 함께 앉으면 일상의 걱정 근심은 연기처럼 사라졌었다. 이겨낼 힘이 나게 했었다. 이불 뒤집어쓰고 온몸으로 화를 표현하고 있어도 그저 “밥 먹고 다시 자라”였다. 끼니는 거르지 말라는 어머니의 속정이었다. 그게 밥상의 묘한 힘이었던 기억이 난다.

뉴욕의 고층빌딩에 한옥을 지어 올리고 싶다. 누군가는 ‘그게 가능할까?’ 하고 의문을 표시했지만, 나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로만 솟아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마천루가 꽉 들어찬 뉴욕에 멋들어지게 살아 숨쉬는 우리의 집 ‘한옥’이 자리 잡고 있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일까. 최근 들어 고층빌딩의 옥상을 공중정원으로 가꾸는 곳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것처럼 빌딩 옥상에 한옥이 한 채 지어져 있으면 도시의 삭막한 스카이라인에 악센트가 주어질 것 같다.

-배용준 저,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본문 중에서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영화사 ‘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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