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연기는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겨요.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역할도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이라 어렵기도 하고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관객석에서 무대를 보고 있는데 배우들이 너무나 재미있고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그 순간 해보고 싶은 건 배우뿐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생활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연극과에 진학해 동기들과 부대끼면서 능력에 대한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몇 달 동안 작품과 씨름하고 나면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허우적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숨이 끝까지 차오를 때도 ‘포기’보다는 물속으로 고개를 밀어 넣으며 여기까지 왔다.
“무대에 서면 설수록 연기가 좋고 무대가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극은 배우에 따라,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항상 달라지잖아요. 또, 관객들과 함께 소통할 수도 있고요. 특히, 처음 ‘순정만화’로 관객들의 눈을 마주하고 섰을 때 정말 흥분되고 좋았어요. 관객들의 힘으로 울고 웃었던 것 같아요.”
그는 요즘 새로 시작한 연극 ‘그냥, 청춘’ 연습에 푹 빠져 있다. 이번에는 오랜 시간 동안 한 남자만 사랑하는 동성애자 역할을 맡았다.
“동성애자 역할은 두 번째예요. 제가 아픔이나 상처가 있는 인물들에게 매력을 잘 느껴서인지 비슷한 역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다양한 모습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멀티맨’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고 개성 있는 감초 역할도 욕심이 나는데 외모 때문인지 아직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네요. 아예 오디션에도 참가하지 못하게 할 정도예요.”
사실 그는 당장 코믹하거나 망가지는 역할을 맡기에는 조금은 아까운 외모다. 수영으로 다져진 몸매와 180cm가 넘는 큰 키 또한 한몫한다. 하지만 진중한 외모와는 달리 평소에는 장난도 잘 치고 친구들 사이에 ‘재미있는 놈’으로 통한다고.
“솔직히 저는 ‘꽃남’은 아니고요. 어머니나 누나들이 좋아하는 얼굴인 것 같아요(웃음). 사실 저는 얼굴이 잘 붓는데다 사진발이 너무 안 받아서 걱정이에요.”
요즘은 자꾸만 ‘욕심’이 생긴다는 그는 앞으로 무대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나갈 것이다. 그리고 ‘잘생긴’ 얼굴 외에도 ‘진짜’ 자신을 더 많이 보여주고자 한다. 그의 숨 가쁜 레이스에 환호를 보낼 날이 곧 올 것만 같다.
■글 / 이연우 기자 ■ 사진 / 이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