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기회만 된다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세상을 ‘훈훈하게’ 하는 람이 되고 싶거든요”
“많은 작품을 하지는 않았지만 딱히 겹치는 이미지가 없었어요. 제 안에 여러 가지 면이 숨어 있고, 그때그때 맡은 역할에 따라 무대에서나 일상에서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2006년 ‘비밀의 정원’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김동호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그리스’, ‘쓰릴 미’ 등 굵직한 작품을 거치며 실력을 쌓아왔다. 노래 부르기를 즐기고 한때는 연예인을 선망하기도 했던 그는 ‘뮤지컬’이 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들어간 학교에서 자신의 내일을 발견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아, 계속 이 자리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노래도, 춤도, 대사도, 연기도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그래도 좋더라고요. 기회만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끈질긴 근성과 남다른 지구력이 돋보이는 그는 사실 중학교 때까지 촉망받는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했다. 출전한 대회마다 모두 금메달을 휩쓸었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익힌 끈기와 체력은 지금 그를 단단히 받쳐주는 밑거름으로 남았다.
“쇼트트랙을 그만둔 것은 아쉽지만 후회는 없어요. 다만, 일곱 살 때부터 쇼트트랙을 해 하체가 발달해서 다른 배우들에 비해 허벅지가 굵어요. 스키니 진도 한번 입어보고 싶은데 절대 못 입죠. 그게 한동안 콤플렉스였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주변에서 ‘괜찮다’고들 해주셔서 생각을 바꿨어요(웃음).”
자꾸만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는 요즘 뮤지컬 ‘싱글즈’에서 능숙하기보다는 어설픈,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 있는 남자 ‘수헌’ 역을 맡아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조금은 능글맞지만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서는 ‘수헌’의 모습은 실제 연애를 할 때 자신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다고 한다.
“연애는 외모를 보고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얼굴 생김이 아니라 표정에서 나타나는 매력이요. 사랑을 할 때는 뜨거운 가슴도 좋지만 ‘쿨’한 모습도 필요하다는 걸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연애에 꼭 필요한 ‘그것’이 궁금하다면 ‘싱글즈’ 보러 오세요. 가르쳐드릴게요, (웃음).”
이쯤 되니 수줍게 카메라를 쳐다보던 김동호는 어디로 가고 웬 ‘어설픈 작업남’이 앞에 앉아 있나 싶다. 당분간은 젠틀하고 시크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