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세상밖으로 나온 이하얀 이혼 후 첫 심경 고백

6년만에 세상밖으로 나온 이하얀 이혼 후 첫 심경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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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이혼, 사기, 어머니 위암 등 악재로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렸어요”

탤런트 이하얀이 이혼 후 6년 만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혼 후 계속된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해 살이 급격하게 찌면서 삶의 의욕을 잃게 됐다는 그녀. 케이블TV 스토리 온의 ‘다이어트 워’를 계기로 살을 빼면서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된 이하얀. 그녀가 직접 밝히는 이혼 후 심경과 은둔 생활 이유를 들어봤다.

6년만에 세상밖으로 나온 이하얀 이혼 후 첫 심경 고백

6년만에 세상밖으로 나온 이하얀 이혼 후 첫 심경 고백

“엄마… 살 빼서 치료했으면 좋겠어”
오랜만에 이하얀(36)의 이름을 들은 건 지난해 6월 케이블TV 스토리 온의 ‘다이어트 워’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통해서였다. 2003년 이혼 후 6년 동안 방송 활동을 중단하며 소식이 뜸했던 그녀. 쉬는 동안 무려 20kg이 늘어난 모습으로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간에 충격을 던졌다. 게다가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1차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집에서 ‘나 홀로 다이어트’를 통해 파이널 라운드에는 출연하겠다고 밝힌 지 약 두 달 후인 지난 9월 중순. ‘다이어트 워’ 파이널 라운드 출연과 관련한 한 행사에서 이하얀을 만날 수 있다. 그녀의 모습은 ‘서프라이즈~!’ 그 자체였다.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동안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20kg이 찐 모습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늘씬한 전성기 시절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 훤칠한 키 덕분에 더욱 돋보이는 몸매에 어울리는 멋스러운 가을 패션으로 나타난 그녀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흥분과 설렘이 가득했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습니다. 저도 이렇게 다이어트에 성공할 줄 몰랐는데, 큰 목표를 이루니 무척 기쁩니다. 오랜 시간 혼자 은둔 생활을 하면서 살다가 제 자신과의 본격적인 싸움에 이겼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어요. 극도의 신체적 고통을 이겨내면서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기뻐서 많이 울었어요.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불어난 체중을 공개하는 것이 너무 창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의 결정적인 한마디가 그녀를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용기를 줬다.

어느 날 딸(12)에게 “엄마,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출연할까?”라고 물었더니 엄마의 눈치를 살피면서 걱정스러운 말투로 “난 엄마가 살찐 게 괜찮은데, 사람들은 엄마가 뚱뚱한 걸 싫어하는 것 같아. 엄마… 살 빼서 치료를 했으면 좋겠어”라고 답하더라는 것.

6년만에 세상밖으로 나온 이하얀 이혼 후 첫 심경 고백

6년만에 세상밖으로 나온 이하얀 이혼 후 첫 심경 고백

이하얀은 그 얘기를 전하는 딸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엄마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눈물을 머금고 절실히 호소하는 눈빛은 마치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 이 때문에 이하얀은 “그래, 딸을 위해서라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보자”는 굳은 결심을 할 수 있었다.

‘걷기와 달리기’만으로 13kg 감량 성공
큰 결심을 하고 벌거벗은 듯한 느낌으로 20kg이나 불어난 몸을 대중에게 공개한 그녀. 하지만 그녀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 1차 탈락을 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일주일 만에 1차에서 탈락할 줄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 충격이 너무 커서 이틀 동안 폭식을 했어요. 갈비, 고기 등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마구 먹었어요. 화가 많이 났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갑작스러운 폭식으로 결국 병원 치료를 받게 됐죠. 기분도 좋지 않고, 살도 안 빠지고, 1차 탈락했고…. 많은 분들에게 도전하겠다고 선포했는데, 그저 막막하기만 했어요.”

이하얀은 힘들게 마음을 다잡고, 집에서 ‘나 홀로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남들보다 하루 1시간만 더 열심히 하자고 계획을 세웠다. 잠자는 5시간, 먹는 1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걷고 뛰기만 했다. ‘달려라 하니’가 아니라, ‘달려라 하얀’이었다.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가장 적게 달린 게 하루 10km였을 정도다. 종아리 근육이 뭉치는 것은 기본이었고, 인대와 힘줄이 손상되기도 했다.

이하얀은 다이어트 중에 가장 참기 힘든 게 ‘식탐’이라고 했다. “식탐은 인간의 3대 욕구라고 하죠. 그런데 ‘먹고 싶다’는 욕구는 마음속의 뭔가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왜 내가 먹는 것에 집착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한테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더라고요.”

또 지나친 욕심은 오히려 화를 부른다는 것도 알았다. 빨리 살을 빼고 싶은 생각에 2주 동안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심장에 무리가 가 호흡곤란이 오더라는 것. 이하얀은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을 꾸준히 섭취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체중은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뛰고 또 뛰는데도, 몸무게는 제자리걸음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를 떠올릴 때쯤부터 몸무게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한때 75kg까지 나갔고, 다이어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68kg이었던 그녀는 두 달 만에 총 13kg 감량에 성공해 50kg 중반이 됐다. 몸무게를 확인하는 순간 그녀는 딸과 함께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살을 빼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입던 옷이 전부 크다는 거예요. 입을 옷이 하나도 없는데,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어요. 예전에 입던 바지에 이제 딸도 같이 들어가요. 둘이 너무 기뻐서 펄쩍펄쩍 뛰어다녔을 정도예요. 딸은 엄마가 갑자기 날씬해지고, 방송에도 출연하니까 어리둥절해하더라고요. 자기는 크리스마스 선물 미리 받았다며 다른 선물은 필요 없다고 하더군요.”

딸과 함께 생활하려던 전 재산 사기당해
‘다이어트 워’에 참가할 당시 감량 전 사진. 스토리온 제공

‘다이어트 워’에 참가할 당시 감량 전 사진. 스토리온 제공

이하얀은 자신이 6년 동안 체중이 20kg이나 증가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우울증’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이혼 후 극심한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렸다는 것. 딸을 키우는 것 이외에는 책을 읽든, 쇼핑을 하든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인생의 아무런 목적도, 열정도 없이 빈껍데기처럼 살았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 조용히 마주한 그녀는 이혼 후 혼자서 힘들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담담하게 독백처럼 풀어냈다. 이혼과 함께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든 건 바로 ‘경제적인 문제’였다.

“이혼 직전, 가까운 지인에게 사기를 당했어요. 아는 언니가 도와준다며 투자를 하라고 해서 돈을 믿고 맡겼어요. 그 돈은 당시에 제가 가진 전 재산이었죠. 이혼 후 제 딸하고 먹고살아야 할 돈이었고, 딸아이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교육시키려고 모아둔 돈이었어요. 그런데 그 언니가 제 돈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더니 어느 순간 연락을 끊더라고요. 정말 바보같이 당했어요.”

생계가 막막했던 그녀는 지인의 소개로 음식점에서 월급 사장을 시작했지만, 오래지 않아 황당한 사유로 쫓겨났다. 두 번째로 당한 사기였다.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이혼녀로 혼자 산다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 줄 정말 몰랐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하얀은 딸과 함께 지하 전셋집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자존심 때문에 어디에서 돈을 빌릴 엄두도 못했다. 그때부터 그녀는 돈을 벌기 위해 이것저것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그동안 해온 무용과 연기가 아닌, 다른 일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요구르트 배달을 하고 싶어서 찾아갔더니,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일자리를 줄 생각도 하지 않더란다. 택시 운전을 해보겠다고 택시 회사에도 찾아갔다. 그 역시 10일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탤런트 이하얀이 택시 운전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회사가 시끄러워졌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고물상에서 문제가 있는 물건들을 가져다가 팔기도 했어요. 저는 정말 괜찮았거든요.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이하얀씨가 여기 왜 오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시선과 말들이 저를 힘들게 하고 불편하게 만들었죠. 그래도 하루에 8만~10만원 정도 벌었어요. 열심히만 하면 먹고살 수는 있겠구나 싶었어요.”

6년만에 세상밖으로 나온 이하얀 이혼 후 첫 심경 고백

6년만에 세상밖으로 나온 이하얀 이혼 후 첫 심경 고백

그 무렵 어머니가 위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부모님과 딸을 책임져야 하는 처지였다. 가족들에게 정말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모질게 마음을 먹을수록 그녀의 몸과 마음도 병들어갔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목부터 두피에 이르기까지 종기가 잔뜩 나서 한동안 고생했다.

한번은 괴로움을 참지 못해, 하루 종일 노숙자처럼 생활하기도 했다. 등산복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지하철역에 있는 노숙자 옆에서 8시간 동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제가 정말 힘들다고 이야기할 때 아무도 제 말을 듣지 않았어요. 운명이 하루아침에 바뀌면서 인생의 극과 극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죠. 한때 종교에 귀의할 생각도 했어요. 제가 뭐가 부족해서 낭떠러지에 떨어진 인생을 살게 됐을까, 고민도 하고 인생을 되돌아보려고 했죠. 저 자신을 알고 싶었어요. 그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제 딸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녀는 딸이 선생님이자, 부모님, 자식, 남편 역할까지 했다고 말한다. 엄마 앞에서는 의연하고 듬직한 딸이지만, 어린 나이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밤잠을 설치는 등 스트레스성 질환을 겪기도 했다. 지켜보는 이하얀은 마음이 오죽 아팠을까.

“딸아이를 키우는 동안 결혼과 이혼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았어요. 단지 제가 엄마로서 그리고 반쪽 부모로서 현실적으로 즐겁게 사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늘 고민했죠. 딸과 서로 많이 의지하면서 살았고, 함께 인생을 개척하면서 살려고 해요.”

요즘 이하얀은 화보집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이 우울증으로 인해 체중이 불었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 화보집에는 그동안 어떻게 살을 뺄 수 있었고,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했는지 그 노하우와 에피소드를 담을 계획이다. 팬들이 궁금해하는 연예계 복귀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은둔 생활을 접고 세상에 나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승리한 그녀. 어렵게 다시 찾은 환한 웃음을 앞으로 더 큰 웃음으로 만들 수 있길 바란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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