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현철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가수 김현철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댓글 공유하기
아빠 김현철에게는 중요한 임무가 있다. 바로 가족을 위해 음악을 고르는 일이다. DJ 생활을 오래 해온 그에게도 선곡은 매번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일이다. 좋은 음악을 학교나 학원에서 쌓는 지식과 교양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수 김현철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가수 김현철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사춘기 시절, 뾰족하거나 외로운 마음은 음악이라는 토양 아래 위로받고, 보듬어졌다. 목숨 걸고 외웠던 수학 공식이나 과학 이론은 나를 대학으로 이끌었을지는 몰라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내 귓가에 찰싹 붙어 있었던 음악들이다. 그 음악들은 단백질이 뼈와 살을 생성하듯 나를 만들고 완성시켰다.

김현철(40)은 누구보다 음악의 힘을 믿는 가수다. 그의 유년 시절은 음악을 좋아하는 부모 덕분에 음악으로 채워졌다.

“음악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죠. 그 당시에 팝송을 많이 들었는데 음악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 같은 동경할 만한 세계를 만날 수 있었고, 한창 공부에 매진해야 했던 갑갑한 시기에 소통의 창이 되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부모님이 의도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음악은 자유를 말한다는 것을 배우고 자랐어요. 그게 지금에 와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정확하게 말하지 못해요. 하지만 제 정서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믿어요.”

그는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와는 달리, 두 번의 대학 입학 실패 후 2차(후기 전형)로 홍익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역시 의대밖에 길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의대만이 대학이라고 생각했어요. 의대 아니면 죽는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음악을 들으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사고가 유연해진다는 거예요. 이거 아니면 안 되는 것 같지만, 무슨 일을 해도 긍정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대학에 떨어지고 나서 제가 좋아해온 음악가들을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면서 제 음악 인생이 시작됐어요. 인생이라는 것이 그런 거 같아요. 내가 죽자고 해도 안 되는 게 있죠.”

만약 그가 부모님이 바라던 대로 의대에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그는 주저 없이 “행복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지금의 삶보다 나을 거라는 말은 아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그게 가수든 의사든 저는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해서든 행복하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음악을 통해 다져진 유연성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이끄는 데 대단히 많은 도움을 주죠.”

음악으로 나누는 두 아들과의 교감
이안이, 정안이 두 아들을 둔 그는 이 같은 소중한 재산을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 다행히 그의 아내는 TV를 싫어해 대신 음악을 틀어놓는다. 음악 선곡은 아빠인 그의 몫이다.

가수 김현철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가수 김현철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주로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놓아요. 아이들이 가끔 ‘이거 틀어줘’ 하는 음악이 있으면 들려주죠. 그렇다고 특별히 음악의 장르를 한정 짓지는 않아요. 다양하게 들어야 성인이 돼서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사고가 형성되거든요. 이 음악이 좋으니까 이것만 들어라, 하는 것은 음악을 들려주는 아니라 공산주의죠.”

가족 DJ 김현철은 다양한 음악을 폭넓게 선곡한다. 그러나 그에게도 아이들에게 차단해야 할 음악은 존재한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 현대 음악은 피하고, 가요 중에서는 표현이 저속하거나 폭력적인 것은 들려주지 않으려고 해요. 그 이외의 대중가요나 팝송은 도움이 되죠.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면서 가요는 들을 수밖에 없고요. 사실 부모가 유해한 음악을 못 듣게 해도 들을 수 있는 통로는 많아요. 그런 음악이 안 들리도록 최선을 다할 수밖에요.”

아이와 함께 듣기 좋은 음악은 어떤 것일까? 그는 만화영화 음악을 추천한다.

“TV를 자주 켜지 않으니 이안이는 항상 목말라 해요. 그래서 만화를 보고 싶다고 하면 보게 놔두죠. 어릴 때 보던 ‘마린 보이’나 ‘황금박쥐’와 같은 만화영화는 지금까지 좋은 영향으로 제게 와 닿고 있어요. 아이들과 만화 주제가를 같이 부르기 위해서는 연습 시간 10분, 20분이면 충분해요. 아이들이 부모와 노래를 함께 부르면 그 노래는 아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되어 있을 거예요.”

그는 아이와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공간으로 차를 꼽는다. 좁은 공간에서 음악을 함께 듣고 부르다 보면 어느새 아이와 교감하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하는 날이면 아이가 좋아하는 CD를 두둑하게 챙긴다. 어느 날 그는 아이와 드라이브를 하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카’의 주제곡을 함께 불렀다. 아이는 물론이고 그 역시 음악으로 교감되었다는 것에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 찼던 날이었다.

“부모와 함께 교감하며 듣고 부르는 노래는 비록 그 시간이 5분, 10분일지라도 열 살 이상이 되어도 기억해요. ‘그때 아빠와 그 노래를 들었을 때 좋았지’ 하는 기억들은 나중에 아이들과 갈등을 겪을 때도 좋은 소통의 매개체가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친구가 직접 겪은 일을 들려주었다. “제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마이클 잭슨 노래를 들었어요. 그러다 사춘기가 되면서 부자 사이에 위기를 맞았는데, 이 때 부자의 소통 방법이 바로 마이클 잭슨의 노래였대요. 이메일로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보냈더니, 화해를 위한 말이 따로 필요치 않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빠로서 느끼는 감동, 매번 커
김현철은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김현철만의 방식’이라는 부제로「뮤직 비타민」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그동안 아이와 음악 듣기를 통한 경험을 담은 이야기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알고 있으면 좋을 유용한 음악 상식을 함께 소개했다. 그는 이미 어린이를 위한 음악 장르 키즈 팝 1, 2집을 발표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음악에 담은 바 있다. 그에게는 아빠 김현철이라는 타이틀이 무엇보다 소중해 보인다.

“아빠 김현철은 무를 수 없어요. 남편 김현철이나 음악인 김현철은 무를 수 있죠. 인간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할 수 없는 타이틀이에요. 설령 아이들이 자기 인생을 다 살지 못한다고 해도 아빠 김현철은 남아 있을 테니까요.”

그는 두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 야외나 특별한 곳에 가지 않아도 그저 아이들과 집에서 뒹굴뒹굴거리는 것이 그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잘 몰랐는데 제가 집을 상당히 좋아하더라고요. 가정적인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아무 일 없이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것이 좋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있을 시간이 많아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 아이들과 낮잠도 자고 산책도 하는 거죠. 특별히 어딘가로 놀러 가서 하루를 보내는 것만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건 아니에요.”

그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스타일이 다른 두 아이에 맞춰 각각 다른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

가수 김현철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가수 김현철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이안이는 저를 닮아서 무뚝뚝한 스타일이고, 정안이는 애들 엄마와 비슷한 성격이에요. 말이 많고 재롱도 부리는 정안이에 비해 이안이는 말이 없죠. ‘뭐 사줄까’ 하면 ‘몰라’라고 답하는 식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 ‘몰라’의 의미를 알겠어요. 대답하지 않으려는 건 물어보지 않죠. 대신 ‘이 장난감 가지고 같이 놀까’ 식으로 접근해요. 그러면 아이는 ‘아니, 그거 말고 저거’라고 답하죠.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소통하는 거예요.”

그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동과 보람은 말로는 일일이 설명할 수 없다.

“그 감동은 매번 커요. 어떤 감동이 가장 컸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죠. 3일 전에 이안이의 이를 뽑아 준 적이 있어요. 이를 뽑고 지붕에는 던지지 못했지만 침대 밑에 놓고 아이를 재웠죠. 다음날 아침 아랫니가 없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아빠니까 저걸 뽑았지’ 하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조그만 일도 제겐 다 감동이에요.”

그는 아이를 통해 음악관의 변화도 경험했다. 가족을 꾸리기 전에는 수평적이라 생각했던 음악이 수직적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음악이 동시대 사람이나 자신과 성인들의 취향에 한정되었다가, 세대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으로 바뀌었다는 거다.

“아버지가 즐겨 듣던 음악을 제가 듣고, 또 그 음악을 아들이 즐겨 듣게 된다는 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듣고 추구하는 음악이 아이와 훗날 만날 후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깊게 고민하게 되었어요.”

음악교육, 수학·과학 공부보다 중요해
그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기를 바란다. 그가 언젠가 정안이에게 바이올린을 사준 적이 있다. 정안이는 어른은 상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어설프게 활을 잡고 바이올린을 켜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마구잡이로 두드리고 던지기도 했다. 리코더를 사주면 그걸로 칼싸움을 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막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기대를 많이 하지 말아야 해요. 일단 아이들이 악기와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죠. 음악은 하고 싶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요. 반면 싫으면 아무리 때려도 안 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음악교육은 진도주의예요. 바이엘 다음에 체르니를 배워야 하죠. 음악은 그렇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건 기술을 가르치는 거죠.”

그는 어릴 때부터 접해온 음악이 감수성을 풍부하게 하고, 모나지 않게 성장하도록 한다고 믿는다. 그러니 음악교육은 수학이나 과학, 영어보다 아이에게 훨씬 유익하다. 그러나 한국의 음악교육은 그가 지적한 대로 진도 위주의 교육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음악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누리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들의 음악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많이 들려주고, 자유롭게 향유하게 하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그는 최근 여기에서 한 발더 나아가 아이들에게 음악 노트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아이가 음악을 듣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적는 노트다.

“아이가 어떤 노래를 좋아하고 즐기는지, 또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음악 노트 쓰기를 제안했어요. 독후감처럼, 말하자면 청후감인 셈이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쓰고 싶을 때 써야 한다는 거예요. 검사도 하지 않아요. 음악에 대한 느낌도 쓰지만, 음악을 들을 때의 심리 상태나 상황에 대해 써도 좋아요.”

오늘부터 아이에게 성공이 아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는 건 어떨까? 간단하다. 좋은 음악만 있으면 된다.

■글 / 두경아 기자 ■사진 제공 / YZOO 크레이티브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