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의 ‘임종랑’ 탤런트 강지후 알고 보니…

‘선덕여왕’의 ‘임종랑’ 탤런트 강지후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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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제 주변인의 이야기보다 연기자 강지후를 먼저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1년 전, 기자는 지인에게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자산 기부금으로서는 최고 금액을 기록한 사람의 손자가 탤런트라는 말을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그 사연을 당사자에게 직접 들어보고 싶던 차였다. 그런데 최근에 그가 MBC-TV 드라마 ‘선덕여왕’에 ‘임종랑’으로 출연 중인 탤런트 강지후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의 연기보다 배경이 화제가 되는 것에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설득한 끝에 그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덕여왕’의 ‘임종랑’ 탤런트 강지후 알고 보니…

‘선덕여왕’의 ‘임종랑’ 탤런트 강지후 알고 보니…

착한 남자, 강지후
험난한 연예계 살아남기
강지후(30)는 약속시간에 맞춰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인사를 하며 들어오는데 그의 헤어스타일이 평소와 달리 어색해 보인다. 아니, 인터뷰 화보 찍기에는 다소 무리일 정도로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기자가 소개해준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온 터였다.

그에게 “헤어 웨이브가 너무 강하네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
“미용실에서 해준 대로 하고 왔어요. 제 머리카락 길이가 좀 어중간해서요.”
“그래도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해달라고 하지 그러셨어요?”
“시간도 없고 머리 손질하느라 고생하신 것 같아서 그냥 왔어요. 많이 어색한가요?”

보통 연예인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무던함이다. 어쩔 수 없이 당일은 인터뷰만 진행하고 사진은 다른 날 다시 찍자고 제안했더니 그가 오히려 곤란해한다.

“괜히 저 때문에 또 번거롭게 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오늘 찍으세요. 전 괜찮습니다.”

결국 좋은 기사를 쓰고도 사진 때문에 안티 기자가 되고 싶지 않은 기자가 고집을 부려 사진 촬영 스케줄을 다시 잡았다. 그는 ‘험난한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순하고 착한 심정을 지녔다.

“제가 거절을 잘 못하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딱 부러지게 행동하는 사람이 부러워요. 소속사에서 제안을 해오면 이것저것 따져봐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피해를 보곤 해요. 그래서 지금 그냥 혼자 다니고 있어요.”

2003년 KBS 공채 20기로 데뷔한 그는 처음에는 대형 연예 매니지먼트사에 몸담았다. 그런데 이름 있는 배우들에 가려 관리를 잘 받지 못했다. 두 번째는 신생 회사였는데 소위 말하는 악덕 기업임이 드러나 고생만 하다 나왔다.

그는 그렇게 소속사를 세 번 옮긴 끝에 차라리 혼자 운전하고 다니는 편을 택했다. 그동안 MBC-TV ‘뉴하트’, KBS1-TV ‘대조영’, 케이블 드라마 ‘로맨스 헌터’ 등에 출연해왔고 이번에 MBC-TV ‘선덕여왕’에서 ‘임종랑’을 맡아 촬영 중이다. 강지후가 연예인의 꿈을 꿨던 계기는 배우 고소영 때문이다.

“중3 때 드라마 ‘엄마의 바다’에 나오는 고소영 선배를 보고 반했어요. ‘저런 사람과 같이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했어요.”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연기자의 꿈은 전공 분야의 대학에 진학하면서 조금씩 진지해졌다.

“아직은 아주 드물게 찾아오는 느낌이지만 제 연기를 보는 사람과 제가 교감을 한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과 교감한다는 자체에 감격하게 되더군요.”

‘선덕여왕’의 ‘임종랑’ 탤런트 강지후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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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연기를 포기할 수 없다. 연기는 중독이란 말을 너무나 공감하고 있다.

“제가 원래 포기가 빠르고 끈기가 없는 편이에요. 승부가 안 나면 바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일하게 연기만큼은 포기가 안 돼요.”
그는 또 변함없이 자신을 응원해주는 가족을 보면 다시 의욕이 솟는다.

“아버지는 내색하시지 않지만 많이 응원해주세요. 어머니는 혹여 제가 안 나오는 날엔 ‘왜 나오질 않느냐? 잘린 건 아니냐?’며 걱정해주세요. 부모님은 제가 잘되는 게 유일한 낙이세요.”

김국진을 닮은 외모?
MBC 공채 개그맨 출신의 독특한 이력
강지후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십 화랑 중 한 명인 ‘임종’으로 출연하고 있다. 제법 알아보는 사람도 늘었다. 그는 전 작품인 ‘뉴하트’의 박홍균 감독의 추천을 받고 이번 드라마 오디션에 참여했다.

“저에게 박 감독님은 조언도 많이 해주시는 멘토와 다름없는 분이죠. 올해는 뭘 해야 할까 걱정이 많았어요. ‘선덕여왕’을 하지 않았으면 정말 힘들었을 텐데 말이죠.”

박 감독은 ‘선덕여왕’의 기획 단계에서 그에게 역할을 제안하며 “선하게 생겼는데 악역을 해볼 수 있겠냐”고 물었단다.

“그런데 감독님과 연락이 안 되는 거예요. ‘또 버림받는구나’ 포기하고 있었는데 중국 촬영을 가셨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악역은 못 맡았는데, 작품이 끝나면 어떤 역할을 주려 하셨는지 꼭 한 번 여쭤볼 생각이에요.”

그러나 그는 요즘 걱정이 있다. ‘임종’은 ‘대등’의 밑에서 활약하는 화랑이다. 그런데 ‘대등’ 역할을 맡았던 탤런트 신구가 드라마에서 하차하면서 강지후는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올 연말까지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언제 하차할지 모르는 풍전등화의 목숨이 된 것이다.

“역할 이름이 ‘임종’이라 혹여 ‘일찍 죽는다는 복선이 아닐까’ 걱정하고 있어요(웃음). 최대한 오래 나왔으면 좋겠어요.”

촬영장에서 은근한 웃음으로 사람들에게 활력소가 되는 강지후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우연히 나간 MBC 공채 개그맨 선발대회에 합격한 적이 있다.

“제가 중앙대 연극영화과로 편입을 했는데요, 교수님이 MBC-TV 쇼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주철환 PD셨어요. 평소 저를 좋게 봐주셨는지 개그맨 정성호 형과 듀엣으로 공채 시험에 나가보라고 제안하셨어요. 저는 개그에는 크게 생각이 없어서 그저 성호 형이 개그를 치면 옆에서 받아치는 역할만 해주겠다고 했죠.”

그런데 두 사람은 개그맨 시험 당일, “듀엣으로 나오는 팀은 둘 다 떨어진다”는 소문을 들었다. 결국 따로 시험을 보기로 했다.

“전 준비한 게 전혀 없어서 그냥 안 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성호 형이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아무거나 하라고 하더군요. 전 정말 민망할 정도로 아무거나 했어요(웃음). 심사위원 표정이 서늘해서 당연히 안 되겠구나 싶었는데 1차에 합격했다고 통보가 온 거예요.”

당시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이 인기리에 방영되던 때였다. 강지후는 개그맨이 되면 시트콤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2차, 3차를 준비했다.

“2, 3차 역시 제가 무슨 짓을 해도 심사위원께서 웃질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최후의 수단으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둘 중 하나가 죄인이라면 웃기지 못한 사람이 죄인입니까? 웃지 않는 사람이 죄인입니까?’ 이 말에 심사위원들이 빵 터진 거죠.”

강지후는 공채 개그맨에 합격했다. 그러나 너무 일찍 시작한 사회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특히 개그맨들 사이에 존재하는 엄격한 위계질서에는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선덕여왕’의 ‘임종랑’ 탤런트 강지후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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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친하지도 않은데 선배라는 이유로 피아노 학원 개원 등 개인적인 행사에까지 참석하라고 하는 걸 그때는 이해 못했어요. 그때는 군대도 가기 전이고 한참 자기주장이 강할 때라서요(웃음).”

사실 연기자가 꿈이었던 그에게는 개그맨이란 이유로 어딜 가나 “너 한 번 웃겨봐라” 하는 말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결국 강지후는 군대를 다녀온 후, KBS 탤런트 공채 선발에 응시해 한번에 합격했다. 시험 운은 매우 좋은 편이다.

“시험 운만 좋아요(웃음). 어찌 하다 보니 타이틀이 많아졌어요.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이제 ‘SBS 아나운서 시험’에만 합격하면 공중파를 모두 점령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찬란한 유산’의 실제 주인공?
수백억원대 자산가 할아버지의 아름다운 기증

강지후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2003년에 돌아가신 그의 조부 이야기다. 그는 평양 출신의 실향민으로 철강과 운수 사업으로 성공한 수백억원대 자산가였다고 한다. 조부는 죽기 전 자신의 건물을 포함한 모든 유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언장을 가족들 모르게 작성해놓았다. 기증액은 총 600억원가량이다. 지금까지의 개인 기부금으로는 최고 액수라고 한다.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안 해본 일이 없으셨대요. 자수성가하신 거죠. 저는 경제적인 것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음성 꽃동네에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 방송국에 270억원 정도를 기부하셨대요.”

강지후는 이후 말을 아꼈다. 연기로 승부해야 하는데 주변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다음에 게재할 내용은 그의 말이 아닌, 「레이디경향」이 취재한 내용으로 정리하려 한다. 좋은 일은 널리 알리는 것이 ‘선행의 파급 효과’를 염두에 둔 고인의 뜻에도 어긋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지후의 조부는 고 (故) 강태원 회장으로 2002년 12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써달라며 KBS-1TV ‘사랑의 리퀘스트’에 270억원(현금 200억원, 부동산 70억원)을 전화로 기탁했다. 당시 당황한 쪽은 KBS였다. 너무 큰 액수여서 듣고도 장난 전화일 거라 의심했다.

KBS 관계자가 직접 그의 요양지인 제주도에 가서 200억원을 예치한 은행에 전화를 걸어 녹취를 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조부의 이름을 딴 ‘KBS강태원복지재단’이 설립돼 있다. 이후 ‘자식을 제대로 키우려면 재산을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교육철학이 회자됐다. 2007년에는 고인의 평생에 걸친 기부 행적이 담긴 책, 「아름다운 선택」이 출간되기도 했다.

강지후는 조부의 교육철학처럼 홀로 당당한 연기자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비록 지금은 한 장면의 촬영을 위해 긴 시간을 대기하는 조연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기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연기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며 그에게 즐거움을 주는 유일한 일이기 때문이다.

■ 글 / 이유진 기자 ■ 사진 / 이주석 ■헤어&메이크업 / 순수(02-515-5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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