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섹시한 살랑살랑 여우춤으로 ‘배드 걸’이 되어보세요”
출발선에서 한 발짝 내딛은 2인조 여성 그룹 ‘데빌앤엔젤’. 설레는 눈망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열정과 기대,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직 어리고 배울 것도 많지만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아 있으니까.
걸 그룹 전성시대, 출사표를 내다
누가 누군지 아무리 봐도 헛갈리기만 하다고? 신인 걸 그룹들이 속속 등장하는 이때에, 소녀시대가 몇 명인지 헤아리지 못한들 어떠랴. 디지털 싱글 「배드 걸(Bad Girl)」을 내고 인기몰이 중인 데빌앤엔젤(Devil and Angel)을 주목해보자.
김도현(가명, 21)(사진 왼쪽)과 진성현(24)은 얼핏 보면 무척 달라서, 한 프레임 안에 담기 힘들 정도의 개성이 있다. 성현은 선이 굵은 외모에, 단정하면서도 거친 느낌을 동시에 갖고 있다. 김도현(가명) 은 전형적으로 예쁜 얼굴로 청순하면서도 섹시한 느낌. 정작 목소리는 둘 다 ‘허스키’다.
“제 허스키한 목소리 때문에 입만 열면 다 깜짝 놀라요. 얼마 전에는 라디오 DJ가 저보고 ‘제2의 현미’라고 하던데요(웃음). 선배님처럼 나이 들어도 계속 노래하고 싶기 때문에 기뻤어요.” 김도현(가명)
“전 여학교를 나왔는데요, 화장을 안 하면 중성적이어서 ‘잘생겼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학창 시절에는 편지며 선물 공세도 엄청 받았죠.” (진성현)
둘은 재주가 많다. 언어에 재능이 있는 설윤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에 재학 중이다. 영어와 스페인어 실력도 상당하다고. 성현은 만능 스포츠우먼.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근육이 많이 풀렸다”며 너스레지만 꽤 다부진 몸매다. 피겨스케이트와 수영은 아마추어 선수급이고, 웨이크보드처럼 운동량이 많은 레저스포츠를 즐긴다고.
가수인 만큼 노래와 춤, 악기 연주는 기본. 일명 ‘여우춤’이라 불리는 춤을 출 때는 평소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여성성을 풍기며 은근한 섹시함이 묻어난다. 노래는 꽤 중독성이 강하다. ‘나는 이제 bad girl’이라는 후렴구가 계속 맴돈다. ‘배드 걸’은 여러 CM송과 히트곡을 만든 뉴 트랙(NEW TRACK)팀이 작곡했다. 여자들이 꿈꾸는 당당한 모습을 그린 노래다.
“예전 남자친구에 대한 복수 혹은 달라진 모습으로 남자들 앞에 나타나고 싶은 심리를 담은 노래예요. 표정도 살짝 비웃거나 여우 같은 느낌, 미움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섹시한 연기로 감정선을 보여주려는 시도랄까요.”
연기가 자연스러운 데는 이유가 있었다. 둘은 연기자 지망생으로 트레이닝을 받던 중 현 소속사(제로원인터랙티브)에서 만난 것. 이미 알던 사이여서 호흡을 맞추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좋아하던 동생이고 가끔 연락하며 지냈는데 제 파트너가 된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서로 안 지 벌써 3년이나 됐으니 편하고, 마음 상할 일이 있어도 터놓고 얘기하는 편이어서 싸운 적은 없어요.” (진성현)
동시에 같은 문장을 말할 때가 많을 정도로 마음이 잘 통한다. 욕심이 많은 것도 비슷하다. 좋아하거나 닮고 싶은 걸 그룹을 물었더니, 원더걸스의 ‘손끝 하나까지 정확한 군무’와 2NE1의 ‘카리스마’, 소녀시대의 ‘잘 짜인 무대’, 다비치의 ‘가창력’이 탐난단다. 좋아하는 팝스타로는 비욘세를 꼽았다.
후회는 사절, 노력은 많이
운 좋게 큰 실패나 어려움 없이 데뷔 문턱을 넘은 두 사람. 이미 될 성부른 나무였는지 부모님의 큰 반대는 없었다고 한다.
“집에서 홈비디오를 많이 찍어주셨는데 노래나 연기 하라는 말을 들었어요. 중학교 때 밴드에서 보컬도 했었어요. 반대는 안 하시지만 아직 주변에 자랑할 정도는 아니에요.” 김도현(가명)
“어릴 적에 무대에 나가는 걸 그렇게 좋아했대요. 교육자 집안이어서 반대는 좀 있었어요. 처음 음반 나왔을 때 틀어놓고 저도 모르게 춤을 췄는데, 다 큰 딸이 엉덩이 실룩거리는 걸 보더니 아버지가 웃으시더라고요. ‘그만 하면 가수해도 되겠다’는 뜻이었나 봐요.” (진성현)
데빌앤엔젤은 후속곡도 준비하고, 곧 공중파 TV에 데뷔도 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모니터링했을 때 라이브와 춤이 딱 맞는 날이면 너무 좋아서 배고픈 것도 잊는다고. 데빌앤엔젤은 신인치고는 이례적으로 패션 기업 신원과 전속모델 계약을 체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실 패션 브랜드의 전속모델이 된다는 것은 톱스타들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라 이제 막 연예계에 데뷔한 데빌앤엔젤에게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영광이라고 한다.
“잘되면 좋지만 불안감도 없지 않아요. 물론 잘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빨리 치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후회하지 않을 만큼만 하자는 거죠.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로 뿌듯할 것 같아요. 둘 중 하나라도 잘돼서 먼저 이끌어주자고 얘기해요.”
목표한 바를 이루기까지는 당분간 연애도 사절이다. 아직은 20대 초반인 만큼 결혼은 조금 먼 얘기라고.
“저는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봐서, 밝힐 사생활이 없어요(웃음). 나중에 연애하게 되면 열애설 좀 써주세요.” 김도현(가명)
“제게 없는 모습, 존경할 점이 있는 사람이 좋아요. 결혼은 30대 초반에 하고 싶어요.” (진성현)
김도현(가명)의 이상형은 마음 넓은 남자, 외모나 키는 상관없단다. 성현은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고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 좋다고. ‘언니’들에게 전하는 말도 잊지 않는다.
“가을 분위기의 ‘그 애가 생각나’를 후속곡으로 들려드릴게요. 독자분들은 저희보다 언니시니까, 헤어진 애인에 대한 애틋함에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즐거운 하루하루 되시고,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이성원 ■장소 협찬 / 상상마당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