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요. 그것밖에 없어요”
언제 어디서나 들으면 ‘불끈’ 힘이 솟는 노래로 환영받는 그룹이 있다. 한 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의 조빈, 이혁이 함께하는 ‘노라조’다. 코믹하면서도 엉뚱한 가사에 흥겨운 리듬, 보는 이의 어깨를 저절로 들썩이게 하는 유쾌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노라조’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를 ‘달리고 달리고 달리게’ 만든다. 지친 이들에게 ‘달릴 힘’을 전하는 ‘근육 빵빵’ 슈퍼맨, 노라조를 만났다.
‘노라조’는 최근 ‘다시 태어난’ 그룹이다. 데뷔한 지 올해로 벌써 5년째, 제법 괜찮은 가창력과 음악성을 갖춘 팀이지만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퍼포먼스 때문인지 가수 같지 않은 그룹, 엽기적인 ‘비호감’ 그룹 정도로 치부되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곡 ‘슈퍼맨’은 그들을 ‘재발견’하게 했다. 그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팬들이 순식간에 늘어났고, 지상파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도 쇄도했다. 그리고 한 번 더, 여름을 맞아 내놓은 싱글 앨범 최신곡 ‘고등어’로 연타석 홈런을 친 뒤 제대로 ‘굳히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노래가 인기를 얻으면서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팬들도 늘어났고, 밖에 나가면 알아보는 분들도 많이 생겼어요. 20, 30대뿐만 아니라 어린 친구들이나 저희 부모님 연세 되신 분들도 ‘어? 슈퍼맨!’ 하면서 반가워하세요. 얼마 전에는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반찬도 더 가져다주시고 밥도 공짜로 주시더라고요.”(조빈)
‘아들아~ 지구를 부탁하노라’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유쾌한 노래 ‘슈퍼맨’은 올 상반기 내내 큰 인기를 누렸다. 각종 가요 프로그램과 라디오는 물론이고 드라마, 예능, 광고 등에서도 쉽게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인기 프로그램 MBC-TV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이 노래를 패러디해 불러서 큰 화제를 모았고, 그 여세를 몰아 KBS-2TV ‘1박 2일’과 SBS-TV 드라마 ‘씨티홀’에도 사용됐다. 얼마 전 모 노래방 업체에서 조사한 상반기 한국인의 애창곡 순위에서도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슈퍼맨’이 그렇게 인기를 얻을 거라고는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희조차 ‘아니’라고 생각했던 노래가 소위 ‘대박’을 터뜨린 거죠. 각종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에 나오면서 한층 탄력을 받았는데, 아마 가사가 좋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니면 PD나 작가분들 취향에 잘 맞았던 걸까요(웃음)? 어떤 분은 ‘요즘 PPL의 최대 수혜자는 노라조’라는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저희가 최고로 꼽는 것은 ‘하이마트’ 광고예요. 광고는 한 번이 아니라 몇 달 동안 계속 나왔니까요. 연락 없던 친척들한테도 축하 전화를 받았을 정도라니까요.”(조빈)
‘많이 나오니 많이 벌겠구나’생각하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 금전적인 이익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슈퍼맨’이 노라조에게 남긴 바는 실로 대단하다. 데뷔 이후 가장 큰 인기와 호응을 누리게 해줬고 그동안의 부정적인 이미지 또한 말끔히 벗게 해준 것. 무엇보다 ‘노라조’ 하면 바로 떠올릴 만한 히트곡이 생긴 것이 가장 크고 값진 수확이다. 삼각김밥머리, 황금비녀 등의 이미지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아쉬웠던 1, 2집에 비해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노래’로 승부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까지 하다고.
‘슈퍼맨’으로 언제나, 누구나 반가워하는 편안한 그룹이 되고 싶었다는 이들의 목표가 어느 정도 이뤄진 셈이다. 다른 인기 그룹들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노라조만의 편안함과 유쾌함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먹혔나’ 보다.
‘슈퍼맨’을 잇는 힘 나는 노래 ‘고등어’. 아직은 한 우물만
‘제2의 슈퍼맨’을 표방한 노래 ‘고등어’ 또한 반응이 좋다. 귀에 착착 감기는 재미있는 가사와 특이한 멜로디에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매번 기대를 모으는 독특한 컨셉트와 퍼포먼스는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바다의 고등어를 떠올리게 하기 위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하는 잭 스패로우(조니 뎁)와 사오 펭 선장(주윤발)을 패러디했다. 조빈은 과감하게 삭발을 단행했고, 이혁 또한 짙은 스모키 화장으로 무대에 선다. 얼마 전 노량진 수산시장을 뜨겁게 만들며 이색 공연을 갖기도 했다.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늘 평범하지 않은 모습으로 무대에 섰기 때문에 평소에는 사람들이 못 알아봐요. 이번에는 고민하다가 삭발을 하게 됐는데, 사오 펭 선장으로 분장한 뒤 무대에 서면 정말 재밌어들 하세요. 그걸로 충분히 만족해요. 저는 노래도 열심히 하지만 관객들께 시각적인 포만감도 드리고 싶거든요. 이제는 저도 분장에 길들여져서 ‘독하게’ 가는 게 재미있어요.”(조빈)
사실 ‘고등어’는 한두 소절만 들어봐도 노라조의 노래라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슈퍼맨’과 똑같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히트곡에 편승해 인기를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노라조는 ‘슈퍼맨’에 열광했던 이들을 위해 다시 한 번 ‘고등어’라는 노래를 내놓은 거라며 웃어 보였다.
“저희가 ‘슈퍼맨’ 활동을 일찍 접은 편인데, 오히려 활동이 끝나고 나서 더 많이 찾아주시더라고요. ‘더 듣고 싶다, 또 그런 노래 발표 안 하느냐’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서 가사의 뉘앙스나 리듬이 비슷한 노래를 준비한 거예요. 대신 이번에는 ‘슈퍼맨’처럼 멋있는 대상이 아니라 다소 저렴하게 취급받는 ‘고등어’를 내세워 훌륭한 가능성과 가치를 갖고 있음에도 현재 모습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묻혀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자는 생각을 했죠.”(조빈)
그렇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통해 우울할 때는 활기를 얻고, 지쳤을 때는 힘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든 노래가 바로 ‘고등어’다.
다른 듯 닮은 우리, 함께일 때 가장 빛난다
외모에서부터 발산하는 분위기까지 워낙 다른 모습의 두 사람이기에 이들이 함께 팀을 이뤄 나온 것에 대해 아직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게다가 이들이 데뷔 전 원래 준비했던 것은 ‘녹색지대’ 같은 발라드 듀오였다고 하니, 더욱 의아할 수밖에.
“처음에는 서로 다른 팀을 꾸리려고 했어요. 혁이는 원래 록밴드를 했었고, 그래서 노래를 정말 잘해요. 얼마 전 혁이가 부른 ‘쉬즈 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었는데, ‘소름 끼친다’고 칭찬하는 분도 있었어요. 저 때문에 음역도 낮아지고, 같이 ‘웃긴’ 사람으로만 묶여버리니 혁이가 속상하기도 했을 거예요.”(조빈)
실제로 이혁은 몇 년 동안 언더그라운드에서 밴드 보컬 활동을 해왔던 ‘자존심 강한’ 록커였다. 인기를 얻기 위해 분장을 하고, ‘쿵짝’거리는 노래를 만들고, ‘정통’이 아닌 음악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적도 있다. 자신을 눈여겨본 조빈의 제안에 ‘노라조’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일 줄은 몰랐다고.
“의논 끝에 ‘재미있는 퍼포먼스와 컨셉트를 가진 남성 2인조의 대명사가 되어보자’라고 마음먹고 시작했어요. 이름부터 ‘노라조’로 확 깔고 가자고 결정을 했죠. 각오하고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그룹 이름도, 부르는 노래도 창피하고 싫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사람들의 박수도 받고, 또 함께 ‘재미’를 공유하게 되다 보니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그 때는 제가 편견 같은 걸 갖고 있었나 봐요.”(이혁)
“처음 시작할 때는 혁이도 우리가 ‘이 정도’까지 갈 줄은 몰랐겠죠. 적당히 신나는 장르의 음악을 하는 정도라고 생각했겠지 이 정도로 ‘날티 나는’ 노래를 부를 줄 알았으면 했겠어요(웃음)? 이제는 본인도 적응이 됐는지, 자기가 먼저 컨셉트도 제안하고 노래도 만들고 그래요.”(조빈)
물론 이들도 대중의 외면과 조롱 앞에서 언제나 꿋꿋했던 것만은 아니다. 앨범 한 번 찬찬히 들어보지 않고 무작정 깎아내리기만 하는 사람들 앞에서 좌절하고 눈물 흘린 적도 많다. 쏟아지는 ‘악플’에, 이유도 잘 모르는 욕까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사람들의 야유와 조롱에 ‘그저 사람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활동을 시작했던 자신들의 생각이 ‘틀린 것’이었다는 생각도 했었다. 노래할 때만큼은 지친 티를 내지 말자는 생각에서 무대에서는 더욱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포기’를 검토한 적도 있다.
올해 초 이혁이 발표한 솔로 싱글 음반은 앞으로 이들이 펼칠 다양한 모습 중 하나의 예고편에 해당한다. 노라조로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노라조’만의 고유한 색깔을 정립하고 튼튼한 뿌리를 내린 뒤에, 이를 자양분 삼아 폭넓은 가지치기를 해 나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에게는 목표에 대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탄탄한 실력이 내재되어 있는 만큼, 풍성한 잎을 피워낼 자신 또한 있다.
“노라조라는 팀, 노라조가 하는 음악이 사람들에게 깊이 남아서 변하지 않고 갔으면 좋겠어요. ‘노라조는 엽기, 코믹, 자유분방함의 대명사’라는 공식을 세우고 싶어요. ‘이 팀은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1집 때 하겠다고 하던 음악을 계속 하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저희의 바람이에요.”(조빈)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이제 한 걸음 뗐는걸요. 나태해지지 않도록 쉼 없이 활동할 거예요. 다양한 변신도 시도할 거고요.”(이혁)
더 ‘엽기’적이고, 더 ‘싼티’ 난다는 소리를 듣게된다 하더라도 자신들을 보며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한다면 ‘성공’이라고 말하는 노라조. 그들은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진짜’ 음악인이다. 그들에게 부탁한다. 오늘도 지구 열두 바퀴를 돌아 달리고 달리고 달려달라고. 힘들고 지칠 때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달라고. 고마운 그들은 우리의 엔도르핀, ‘슈퍼맨’이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