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넘어 할리우드로 발돋움한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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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언어가 아닌 감정으로 소통, 연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이병헌처럼 올해 한-미-일 3개국을 오가며 정신없이 바쁜 톱스타도 없을 것이다. 계속되는 드라마 촬영과 영화 홍보 일정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더욱 깊고 형형해진 눈빛을 숨길 수가 없는 이병헌은 바야흐로 국제적인 배우로 발돋움하고 있다.

베드신도 담담하게, 선과 악이 무의미한 연기
한류 넘어 할리우드로 발돋움한 이병헌

한류 넘어 할리우드로 발돋움한 이병헌

할리우드 진출작 ‘지아이조(G. I. Joe)’가 개봉해 성공을 거뒀고, 한국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첩보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이 한창인 가운데 조쉬 하트넷, 키무라 타쿠야와 호흡을 맞춘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이하 ‘비와 함께’)’도 국내에서 개봉했다. 어지간히 바쁜 사람도 ‘명함을 못 내미는’ 스케줄이다.

계속 악역을 맡는데도 이병헌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는 “배우로서 팬들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작품세계를 만들어갈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놈놈놈’과 ‘지아이조’가 외향적인 악인이라면 이번 영화에서는 분위기와 느낌마저도 무섭고 잔인한 뼛속까지 악한 인물이에요. 전작들은 오락영화고, 직업적 악역이 나오지만 이번에는 선과 악의 구분이 무의미하다고나 할까요. 수동포(극중 이름)라는 인간 자체를 보여주려는 측면이 강하고 연민과 슬픔, 고독이 동시에 느껴지거든요. 무표정하면서도 감정을 전달하려고 최선을 다했으니 지켜봐주세요.”

이병헌은 ‘비와 함께’를 촬영하면서 보통 작품이라면 한두 번 겪을 카타르시스를 자주 느꼈다. 한국 감독들과 하는 것처럼 의견을 주고받지도 않았고 특별한 디렉션도 없이 알아서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히려 그를 자유롭게 했다.

“마약 중독자인 아내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언어가 아닌 감정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감독의 부인인 여배우와 베드신도 찍었지만 ‘어색하다’는 말을 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담담하더군요. 서로 존중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했고, 쑥스럽다고 생각한 제가 오히려 아마추어 같았죠.”

상반신 노출이 잦아서 그런지, 그의 연기만큼이나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도 화제다. ‘지아이조’에서는 만화 속 인물처럼 완벽한 근육을 보여주었고, ‘비와 함께’에서는 수많은 결투를 거쳐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근육을 보여주려 했다. 운동에 언어까지, 못하는 게 없어 질투를 살 법하다.

“왜 이렇게 자꾸 저를 벗기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다음 작품에서는 벗지 않을 겁니다. 격투는 자신 있는데 잘 못하는 건 구기종목이에요. ‘놈놈놈’ 촬영하면서 축구를 했는데 제일 열심히 뛰는데도 공 한 번을 못 잡아봤어요. 작품 때문에 영어와 일본어, 러시아어, 불어 등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데 ‘발음이 좋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그는 한국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것보다 아시아인의 파워를 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지아이조’의 흥행으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서양인들에게 자신은 그저 ‘아시안’일 뿐이라는 것.

“아시아가 존중받을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만들어야겠죠. 처음에는 웃음거리가 될까봐 ‘손가락질만 받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쌓아온 것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러나 배우로서 흥행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비와 함께’도 영화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더 환영할 영화라고. 당분간 드라마 ‘아이리스’와 영화 홍보로 그동안 뜸했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예정이다.

■글 / 박준범(스포츠칸 문화연예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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