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적절하고 편안한 웃음으로 찾아갈 것”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대통령을 연기한 중견배우 이순재와 고두심의 표정은 밝았다. 언론에 처음 공개된 영화가 기대했던 것보다 큰 만족을 줬기 때문이다. 시사회 직후 인터뷰하는 내내 두 사람의 얼굴엔 밝은 표정과 함께 오랜 연기 경력에서 묻어나는 냉철함과 진지함이 배어 있었다.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이구동성으로 “만족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순재는 “적절한 타이밍에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의도된 웃음이 아니라 상황에서 비롯된 웃음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고 평했다. 고두심도 “부끄럽지만 자화자찬을 하고 싶다. 가편집본을 잠깐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완성된 영화가 재미있게 잘 꾸며졌다”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이순재는 대통령 퇴임 6개월을 앞두고 로또 1등에 당첨된 남편을, 고두심은 서민 남편의 대책 없는 내조로 이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연기했다. 물론 실제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순재는 “단 한 번도 로또를 사본 적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고두심은 “극중 남편은 고의성이 없으니 실제라면 그냥 받아들일 것이다. 이혼은 곤란하지만 만약 대통령 입장에서 정말 해가 되는 일이라면 재고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칭찬한 것이 또 있다. 바로 강대국 앞에서는 강하지만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최연소 대통령을 맡은 장동건의 연기다. 고두심은 “잘생겼다는 소문만 듣고 처음 봤는데 정말 잘생겼더라”며 조각 미남임을 인정했다. 이순재도 배우 장동건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신인일 때 장동건은 그저 잘생긴 청년이었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대통령 역할을 맡은 만큼 지적 표현이 중요했는데 장동건은 동적인 표현은 물론 화법이나 대사 구사, 악센트에 있어서 ‘됐다’고 인정할 정도로 충분히 잘 해냈습니다.”
여성 대통령? 성품은 기본, 카리스마 갖춰야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후속 격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이순재는 “코미디에 대한 구분이 심한 한국적 모순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잘 하기로 유명하다.
“고정관념을 빨리 버려야 합니다. 인기 개그맨에서 과감하게 신인배우의 옷을 입은 임하룡을 보세요. 최고 정점에 올랐을 때 연기를 버려야 해요. ‘최고’라고 생각하는 자만은 개선 의지를 못 찾게 만듭니다. 스스로 한계를 깨닫고 매너리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극무대에 서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고두심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때 선보인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에 대해 “평소 가수 인순이의 펑크 헤어스타일을 좋아해 특별한 기분을 내고 싶을 때 변신을 한다”고 털어놨다. 이중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이 오히려 연기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그녀는 최불암, 유인촌 등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들의 정계 진출을 지켜봤지만 자신의 길은 ‘배우’임을 강조했다.
“솔직히 제안을 안 받았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제 꿈은 배우였고, 지금도 제 길은 오직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적으로 이제는 여성 대통령이 나올 법도 하지요. 대통령의 역할을 하기가 결코 쉽지는 않을 테니 실력은 기본이고, 성품이 유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휘어잡을 만한 힘이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청와대 비하인드 스토리를 ‘충무로 재간꾼’ 장진 감독 특유의 유쾌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려낸 영화다.
■글 / 박준범(스포츠칸 문화연예부 기자)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