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 보이는 외모 뒤에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김소연(29)을 만났다. 악녀 역도 많이 한 그녀지만 이번 KBS-2TV 드라마 ‘아이리스’에서는 강한 액션과 부드러운 멜로 연기를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 지금까지의 촬영에 대한 평가에서 드라마 제작진은 합격점을 줬다. 그녀 역시 이번 역할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 이미 지난 촬영에서 두 번이나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극중 인물 ‘선화’는 남자처럼 격렬한 액션이 많아요. 남자 5명을 혼자 제압하는 장면도 있어요. 위험한 장면이 많아서 부상의 우려가 큰 만큼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항상 기도를 해요. 힘들기도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행복해요.”
올 초 헝가리 로케이션 때는 왼쪽 다리 인대가 파열돼 한동안 통깁스를 했다. 얼마 전에는 남자들과 액션신을 찍다 열두 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었다.
“악역은 아니지만 총 들고 나오는 형사·경찰 역을 해보고 싶었어요. 드라마 시놉시스를 보니 제가 생각했던 역할보다 더 멋졌어요. 힘들다고 몸을 사릴 때가 아니었죠. 감독님께서 정말 독하다며 다친 부위의 흉터를 클로즈업해서 찍었어요. 실제로 5, 6회쯤에 나올 거예요.”
김소연은 ‘아이리스’에서 북한 작전 공작원 ‘김선화’ 역을 맡았다.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역이라 참고할 모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북측 공작원이란 캐릭터가 많지 않아서 영화 ‘쉬리’의 김윤진 선배 연기와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여전사 이미지를 참고해서 캐릭터를 설정했어요.”
특히 영화 ‘쉬리’에서 김윤진이 성형하기 전 북한 공작원들과 훈련하는 장면을 수없이 봤다. 김소연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신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자신의 캐릭터에 다수 반영을 했단다.
“총을 다루는 장면과 액션신이 많은 만큼 부상이 잇따라 연습이 필요했어요. 처음에는 플라스틱 총으로 연습하다가 나중에는 길이 1m가 넘는 장총으로 연습했어요. 그렇지만 실제 총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죠.”
드라마에는 액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후반에는 주인공 이병헌에게 목숨을 빚지게 되면서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도 전개된다.
“액션과 멜로의 감정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이병헌 선배의 눈을 보면서 연기하니 저절로 감정이 잡히더라고요(웃음).”
김소연은 ‘아이리스’에 캐스팅된 후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 간직했던 긴 머리를 과감하게 잘랐다. 꾸준한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최고의 액션 여전사가 될 준비를 마쳤다. 연기에 대한 의지와 욕심으로 똘똘 뭉친 그녀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이번 대작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는 아마도 김소연, 그녀가 아닐까?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이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