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만 함께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떠오를 만큼 서우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아담한 체구에 종달새처럼 종알종알 쉬지도 않고 떠드는 걸 지켜보기만 해도 심심하지가 않을 정도다. ‘들장미 소녀’ 캔디 같은 밝고 천진난만한 성격에 필살 애교까지, 누구든 ‘무장해제’ 당하고 만다. 자리에 앉자마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제대로 놀지 못해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늘어놓았다.
“아쉬워 죽겠어요. 스케줄이 너무 많아 제대로 놀지도 못했어요. 재미있게 보내려고 별의별 계획을 다 세웠는데 하나도 제대로 못했어요. 방에서 룸서비스 시켜놓고 놀려고 예쁜 잠옷도 샀는데…. 하루에 10개도 넘는 스케줄 쫓아다니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파주’에서 서우는 형부(이선균 분)를 9년 동안 사랑한 소녀 은모 역을 연기했다. 서우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밥을 못 먹을 정도로 바빴으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짓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파주’가 넷팩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서우는 복잡 미묘한 심리연기를 완벽히 소화해내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는 중이다.
“제가 거의 마지막에 캐스팅됐어요. 시나리오가 소속사에 들어왔을 때는 저를 염두에 둔 건지도 몰랐어요. 저한테 왜 이렇게 어려운 걸 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었죠. 감독님을 만나 제가 폐가 될 것 같아 ‘출연하기 힘들겠다’고 했는데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셔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고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몰라요. 뿌듯했어요(웃음).”
영화계 단비 같은 신인 여배우
지난해 가을, 영화 ‘미쓰 홍당무’로 혜성처럼 나타난 서우는 지난여름 MBC-TV 드라마 ‘탐나는도다’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데뷔 전 오랫동안 연기 수업을 받았을 거라 예상했지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연기 수업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요. 정말로 현장에서 배운 거예요. ‘미쓰 홍당무’ 때는 연기하다가 카메라 동선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NG가 난 적도 있어요. 제가 칭찬을 받는 건 모두 좋은 선배님을 만난 덕분이에요. 공효진 언니는 저의 멘토예요. 처음에는 정말 무서웠지만 많이 배웠어요(웃음). ‘파주’에서도 선균 오빠 덕분에 무사히 촬영할 수 있었어요. 힘들 때 늘 다독이고 챙겨줬어요.”
서우는 ‘파주’의 여주인공처럼 아직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해본 경험은 없다. 그러나 늘 짝사랑은 진행 중이다. 지금은 일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진짜 남자친구를 사귀는 건 당분간 포기했다.
“현재도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 사람은 제가 좋아하는지도 전혀 몰라요. 전 늘 이러기를 반복해요(웃음).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제가 은모처럼 ‘그 사람 없으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그 감정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저도 얼른 그런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서우는 지난해 ‘미쓰 홍당무’로 모 영화제 신인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을 말하다가 “평생 연기를 하겠다”고 장담했다. 수상에 감격해서 예상치 못한 발언을 했지만 항상 그때를 돌아보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글 / 최재욱(스포츠칸 문화연예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