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제 팬 대다수는 핑클 때의 하얀 이미지를 좋아하세요. 지금까지는 작품을 고를 때 그분들의 취향에 되도록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아이돌 스타도 아닌데 저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정된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메이를 만났어요. 낯설어도 도전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영화를 하고 나니까 제 자신이 한 뼘은 성장한 것 같아요.”
‘토끼와 리저드’는 입양아 메이(성유리 분)와 희귀병을 앓고 있는 택시 운전사 은설(장혁 분)이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면서 사랑을 쌓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성유리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드라마보다 스크린 연기가 체질인가 보다.
“아직 정말 많이 부족해요. 감독님과 장혁 오빠가 많이 도와주셨어요.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드라마와 달리 긴 호흡으로 촬영하니까 처음에는 집중이 안 돼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차츰 익숙해지면서 잘 몰랐던 저의 장점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발전할 수 있고 연기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장르에 상관없이 해보고 싶어요.”
서른이 되는 것 두렵지 않아
데뷔 10년, 내년이면 벌써 서른이다. 신경이 약간 쓰이긴 해도 두렵지는 않다. 그동안 성유리는 연기자로 변신한 후 일 년에 한 작품씩만 출연해왔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토끼와 리저드’,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두 작품에 출연했다. 배우로서의 절정기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면서 내공도 좀 생기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 생기니까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고 싶어져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모습도 많이 남기고 싶고요. 서른보다 스물아홉의 아홉수가 걱정돼서 일을 더 열심히 했어요. 서른이 되면, 배우로서 더 감정이 풍부해질 것 같아 기대돼요.”
성유리는 아직 결혼보다 일에 더 몰두할 때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고백한 것처럼 연애를 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남자친구가 없다. 또래 친구인 핑클 멤버였던 이진, 탤런트 조여정 등과 붙어 다니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틈이 별로 없다.
“장혁 오빠가 무척 가정적이라 참 보기 좋았어요. 배우로서 성장하기 위해 연애를 많이 하라고 하시는데 직업 특성상 그러기가 어렵잖아요. 친구들 중에 결혼한 친구도 있고, 아기를 가진 친구도 있어요. 부럽긴 한데 지금은 연기가 너무 재미있는걸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건 알지만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올 때의 설렘이 여전히 절 흥분시켜요. 늘 노력하는 연기자가 될게요.”
■글 / 최재욱(스포츠칸 문화연예부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