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 정석문 아나운서에게 10살짜리 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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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정석문 아나운서에겐 열 살짜리 딸이 있다. 결혼한 지 이제 석 달째인 새신랑에게 범상치 않은 일이다. 이름은 ‘패트리샤’, 사는 곳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스와질란드다. 국제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을 통해 2005년부터 패트리샤를 후원해온 그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작은 소녀와 4년째 가족의 연을 이어오고 있다. 작년과 올해 초, 직접 아프리카로 날아가 아이들을 만나고 온 그에게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에 대해 들었다.

지구 반대편의 가족, 패트리샤를 찾아 떠난 여행
새신랑 정석문 아나운서에게 10살짜리 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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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문 아나운서(33)의 선행 이야기를 들은 것은 지난여름 SBS 정미선 아나운서를 인터뷰할 때였다. 난치병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활동으로 역시 선행담을 들려준 그녀에게서 “정석문 선배는 직접 아프리카로 가 후원 아동을 만나고 왔다”라는 얘기를 듣고 귀가 솔깃했다. 여러 구호단체를 통해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직접 후원 아동을 만나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인터뷰 요청에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며 쑥스러워하던 그는 기자를 만나 아프리카 이야기를 펼쳤다.

“4년 전에 한비야씨의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후원을 시작했어요. 우연히 읽은 책이 마음을 움직였고 월드비전을 통해 패트리샤를 만날 수 있었죠. 인터넷을 통해 몇 번의 클릭만하면 돼서 생각보다 후원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때까지 스와질란드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몰랐어요. 아프리카 남쪽에 있는 경기도만 한 작은 나라라는 걸 알고 난 후에도 막연히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러던 그에게 2007년 기회가 찾아왔다. SBS가 매년 월드비전과 함께 진행하는 ‘기아체험 24시’를 통해서다. 마침 ‘2008 기아체험 24시’의 기획 단계였고 담당 PD도 잘 아는 선배여서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직항이 없는 관계로 홍콩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경유해 꼬박 하루가 넘는 긴 시간을 날아갔다. 처음 밟는 아프리카 땅, 스위스나 스웨덴 옆 어디쯤이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만 했던 스와질란드에 발을 내딛었다. 첫 느낌은 생각만큼 충격적이지 않았다. 수도 ‘음바바네’는 이방인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개구쟁이 아이들이 있는, 우리나라 중소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 사람 사는 곳이더라고요. 스와질란드는 ‘아프리카의 스위스’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나라예요. 하지만 스와질란드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AIDS’예요.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 감염률이 세계 1위인 곳이죠. 통계가 정확하진 않지만 스와질란드의 HIV 감염률은 30%에 육박해요. 세 명 중 한 명이 에이즈 환자인 셈이죠. 평균수명도 마흔 살을 넘지 못해 일할 사람이 없으니 빈곤이 계속되는 거죠.”

2005년 한 해에만 6만 여 명의 아이들이 에이즈로 부모를 잃는 곳, 하루 한 끼를 먹기 위해 아이들이 맨발로 흙길을 걸어 급식소를 찾는 곳, 그곳에 패트리샤가 살고 있었다.

에이즈 감염률 1위, 누구의 잘못도 아닌 아프리카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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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패트리샤를 후원하며 그는 편지와 사진을 통해 패트리샤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원인 모를 열병으로 엄마를 잃은 패트리샤에게 엄마 대신 학교에 보내주고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사준 것도 그다. 공부를 잘하는 패트리샤가 지난 시험에서 몇 등을 했는지, 좋아하는 과목이 무엇인지도 아는 그였지만, 거리도 가늠할 수 없는 먼 지구 반대편에서 아이의 소식을 듣는 것과 아이를 직접 만나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맨 처음 제가 차에서 내렸을 때 패트리샤가 문 뒤로 숨더라고요. 저 역시 모르는 사람을 만난 것 마냥 어색했는데 그런 저를 보고 아이가 먼저 와서 손을 잡았어요. 그제야 이 아이가 패트리샤구나 싶었죠. 제가 보내줬던 크레파스나 크리스마스카드를 보고 더욱 실감이 났고요.”

반가움과 감동도 잠시, 그는 그곳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던 패트리샤는 이물질이 가득한 물웅덩이에서 물을 길러다 마시는 것이었다. 초원을 지나던 야생동물들이 물을 마시는, 누가 봐도 사람이 마시는 물로는 보기 어려운 흙물이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아프리카의 물 부족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예요. 단순히 기후의 문제가 아니라 우물을 개발해 식수를 확보할 만한 기술이 부족해요. 아프리카는 농사를 짓는 나라가 아니었잖아요. 사냥을 하며 정착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 곳에 집을 짓고 물을 확보할 필요도 없었어요. 그렇게 수천 년을 산 사람들인데 서구 문물에 맞춰 하루아침에 집을 짓고 우물을 만드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아시아 국가들과 같이 오랫동안 벼농사를 지어온 나라들과는 토질자체가 다르고 풍토에 맞는 작물도 개발되어 있지 않은 상태고요. 갑자기 바뀐 환경에서 새로운 질병들이 생겨나며 지금 같은 상황에 빠진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1 스와질란드에서 패트리샤와 함께. 2 어딜 가나 사랑스러운 아이들. 빈곤도 아이들의 미소는 막지 못한다. 3 에티오피아 월드비전에서 지어준 교실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4 깨끗하지 않아도 예쁘고 귀여울 수 있다. 5 에티오피아의 구두닦이 소년.

1 스와질란드에서 패트리샤와 함께. 2 어딜 가나 사랑스러운 아이들. 빈곤도 아이들의 미소는 막지 못한다. 3 에티오피아 월드비전에서 지어준 교실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4 깨끗하지 않아도 예쁘고 귀여울 수 있다. 5 에티오피아의 구두닦이 소년.

아프리카에 왜 에이즈가 퍼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선 아프리카가 에이즈의 진원지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쉽게 확산됐을 것이라는 예상이 첫 번째이고 일부다처제에 문맹률이 높아 피임에 대한 교육이 쉽지 않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질병과 기아로 제대로 일할 나이가 되기도 전에 수명을 다하는 그들에게 ‘열심히 일하지 않아 가난하다’는 일부의 시선만큼 가혹한 것도 없다. 그렇게 아프리카의 처참한 실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가 다시 아프리카 행을 마음먹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올해 1월 그는 휴가를 내고 에티오피아로 향했다.

답은 ‘더 많이 도와주는 것’
“에티오피아는 세계에서 후원금이 가장 많이 모이는 나라예요. 1980년대 중반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세계 유명 가수들이 모여 만든 ‘We are the World’가 바로 에티오피아의 빈곤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고 그 후로 20년이 넘도록 전 세계의 관심을 받으며 엄청나게 많은 지원을 받았죠. 하지만 에티오피아는 여전히 너무나 가난해요. 그동안의 도움이 헛된 것일까요?”

해발 2,500m의 고산지대에서 지내는 일주일 동안 고산병으로 겪었던 육체적 괴로움보다 더욱 그를 괴롭힌 건 도저히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그곳의 빈곤이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렇게 가난한지, 앞으로도 영원히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건지, 답답한 마음에 WHO(세계보건기구)나 UNDP(유엔개발계획) 등 각종 홈페이지를 찾아보며 통계와 리포트를 읽어봤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아프리카는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흙집에 살고, 맨발로 산을 넘어 학교에 가고,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오랜 굶주림을 참아야 했던 우리 아버지 세대의 어린 시절과 같은 모습이죠. 지금은 우리가 다른 나라에 지원을 하는 나라가 됐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도 많은 지원을 받았어요. 그러한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이 세계 경제 150위권 이하에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유일한 나라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답은 더 많은 사람이 지금보다 더 많이 도와줘야 한다는 거예요.”

새신랑 정석문 아나운서에게 10살짜리 딸이 있다?

새신랑 정석문 아나운서에게 10살짜리 딸이 있다?

한 달에 2, 3만원은 결코 많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그 작은 돈이 지구 어딘가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밝힌다. 나의 작은 도움으로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가 어른이 돼 어떤 일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10년, 20년 후 세상을 위해 정말 큰일을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죠. 그 어떤 펀드가 이보다 더 큰 수익률을 낼 수 있을까요. 한 달에 2, 3만원으로 이보다 더 큰 투자는 없다고 생각해요. 후원은 버리는 돈이 아니에요. 사람의 가치에 투자하는, 세상 그 어떤 로또보다 귀한 복권입니다.”

지난 7월 결혼해 이제 신혼 석 달째를 맞은 그는 뒤늦게 혼수 장만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둘 다 워낙 갖춰놓고 사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에, 만난 지 4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결혼이 진행되며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살림살이를 이제 하나하나 장만하고 있다. 침대를 사고 나서야 ‘그래도 이불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식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는 영락없는 새신랑이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아내와 함께 또 다른 후원 아동을 찾아볼 생각이다.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이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결혼 후 얻은 가장 큰 기쁨이다.

“좋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요? SBS 아나운서 팀이 서른 명 정도 되는데 어느새 책상마다 후원 아동의 사진이 붙어 있어요.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나누는 즐거움을 누리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람의 가치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값진 투자가 있을까요? 아동 후원은 세상에서 가장 수익률이 큰 펀드예요”

“좋은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요? SBS 아나운서 팀이 서른 명 정도 되는데 어느새 책상마다 후원 아동의 사진이 붙어 있어요.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나누는 즐거움을 누리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원상희, 정석문 ■장소 협찬 / 까마르도(02-2647-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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