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이시연, 목숨걸고 수술대에 오른 이유

트랜스젠더 이시연, 목숨걸고 수술대에 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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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난 여자가 됐어’라는 발라드 곡을 발표하며 가수 활동을 시작 ’

이대학: “왜 이제 왔니?”
이시연: “미안, 많이 늦었지. 그동안 많이 아팠니?”
남자에서 여자로 거듭난 트랜스젠더 이시연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글이다. 힘겨웠던 순간에도 끝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 이대학에게 전한 고마움의 메시지다.

여자가 되기 위해 수술대에 오른 이유
트랜스젠더 이시연, 목숨걸고 수술대에 오른 이유

트랜스젠더 이시연, 목숨걸고 수술대에 오른 이유

짧은 치마를 입고 시원시원한 미인의 모습으로 기자와 만난 이시연(31)의 눈에는 인터뷰 내내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딸을 받아준 가족의 일화를 꺼낼 때는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제가 왜 겁이 없었겠어요? 두려움은 또 없었을까요? (남자로 태어난 주인공이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배우 류덕환씨는 이렇게 말해요. ‘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라고요. 그 장면을 보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 마음을 잘 아니까요. 죽을 바에야 여자로 한 번 살아보고 죽어도 늦지 않다는 마음으로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중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스포츠와 여자에는 전혀 동하지 않고 오히려 또래 남자들에게 관심이 가는 자신을 보면서 남들과 다르다고 여겼다. “일부러 여자의 벗은 사진을 보았지만 전혀 감흥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계 제조사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으면서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대전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를 다니다가 학업을 중도에 멈추고 그는 생업을 위해 패션모델계로 뛰어들었다. 이후 가끔 여성복을 입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눈물 쏟으며 아들을 딸로 받아준 어머니
그러던 중 여자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남자 출연자를 찾고 있던 영화 ‘두사부일체’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여성스러운 남자 캐릭터로 영화계에 입문하게 됐다. 하지만 여자로 거듭난 결정적 계기는 영화 ‘색즉시공’에서다.

“상대 배역인 신이씨를 사로잡는 남성이 되기 위해 걸음걸이며 말투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했죠. 어느 날 그 상황이 너무 숨 막히더라고요. 그 후 2년간 칩거하면서 얼굴은 회색빛에 원형탈모가 생기고…. 칼, 한강, 술 등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지 고민하며 방황과 자책의 시간을 보냈어요.”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던 당시를 떠올리면서 그는 계속해서 손수건을 찾았다.

“엄마와 동생, 친구에게 ‘나 없이 잘 살라’고 전화를 했어요. 친구가 유리창을 깨고 방에 들어왔던 모양이에요. 일어나니 병원이었어요. 엄마에게 아픈 고민을 털어놓고서는 밤새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엄마가 ‘너 혼자 힘들게 해서 미안해’하며 껴안아주셨어요.”

그는 수술 후 어머니가 자신을 딸로 맞아줬을 때를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는 “목욕탕에 같이 가자”고 권유했고, 이시연은 처음으로 사랑하는 어머니의 등을 밀어주었다.

최근 그는 ‘난 여자가 됐어’라는 발라드 곡을 발표하며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난 여자가 됐어’는 이별과 상처를 겪고 나서야 여자가 된다는 뜻과 함께 이시연의 삶 자체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노래다. 진정성이 담긴 음악인 만큼 팬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수자의 편에 서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 그의 간절한 바람이다.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뼈아픈 것인지 직접 경험했기에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만큼은 덜 상처받게 하고 싶다.

“성적 소수자는 물론 다문화가정, 불우한 이웃, 장애인 등 힘든 이들의 곁에 있고 싶어요. 그들이 저를 보면서 조그마한 힘을 내도록 돕는 그런 역할로 남을래요.”

■ 글 / 강수진(스포츠칸 문화연예부 기자) ■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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