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고, 다리 절단 위기…‘화산고’ 김기욱 5년만의 컴백

방송사고, 다리 절단 위기…‘화산고’ 김기욱 5년만의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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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여덟 살 연상 연인과의 비하인드 러브 스토리

SBS-TV ‘웃찾사’의 인기 코너 ‘화산고’의 주인공, 김기욱. 그는 당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던 ‘화산고’를 통해 스타 개그맨으로 거듭날 뻔했지만, 불의의 방송 사고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됐다. 그는 그 사건을 통해 인생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고, 평생 사랑할 수 있는 소울메이트를 만나게 됐다고 고백한다.
방송사고, 다리 절단 위기…‘화산고’ 김기욱 5년만의 컴백

방송사고, 다리 절단 위기…‘화산고’ 김기욱 5년만의 컴백


수많은 연예인이 TV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진다. 한때 사람들에게 웃음과 눈물, 감동을 줬던 개그맨들도 그렇게 잊혀져간다. SBS의 개그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인기 코너였던 ‘화산고’의 주인공 김기욱(29)도 그랬다. 5년 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개그맨 김기욱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저, 방송을 사랑하는 개그맨일 뿐이다.

김기욱이 최근 대중에게 자신의 근황을 알린 건,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5년 전 한창 인기몰이 중이던 개그맨 김기욱. 불의의 방송 사고로 5년이나 방송을 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좌절하고 힘들었을 법한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평생을 함께하고픈 영혼의 동반자까지 찾았다는 그의 소식이 참 반가웠다.

긴 공백이 준 내공 덕분일까, 홍대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밝고 편안해 보였다. 혼자서 세상과 싸우는 동안 그는 전보다 훨씬 강해지고 여유로워졌나 보다. 차근차근 지난 시간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는 그의 눈빛이 오랜 세월을 겪은 어른처럼 참 깊었다.

“소속사 없이 혼자 일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강해졌어요.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당당함이 생겼죠. 지난 시간들이 저를 참 많이 성장시켰다고나 할까요?(웃음)”

방송사고, 다리 절단 위기…‘화산고’ 김기욱 5년만의 컴백

방송사고, 다리 절단 위기…‘화산고’ 김기욱 5년만의 컴백

불의의 방송 사고, 다리 절단 위기도
2005년, SBS-TV ‘웃찾사’의 코너 ‘화산고’가 인기를 얻으면서 개그맨 김기욱의 인기는 단숨에 수직 상승했다. 덕분에 당시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로부터 러브콜이 잇따랐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스케줄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탄탄대로처럼 펼쳐진 그의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방송 녹화 중 사고가 발생한 것.

“출연진들과 말타기 게임을 하는 중이었어요. 제가 아래서 받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릎이 반으로 접히면서 꺾인 거예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고, 왜 그렇게 된 건지 저도 이해할 수 없었죠.”

그렇게 크나큰 고통은 태어나서 처음 겪었다. 너무 아파서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는데, 같은 팀이었던 사람들은 “이겼다”며 환호했다. 그렇게 한참 지나고 나서야 사람들은 김기욱이 쓰러져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호동이 형이 달려와서 ‘발가락을 움직여보라’고 하더니, 괜찮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데 막상 병원에 가보니, 제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어요.”

그의 다리는 꺾이면서 동맥이 늘어났고, 한쪽 다리에는 피가 통하지 않았다. 일정 시간 이상 피가 통하지 않으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의사가 누나를 밖으로 불러내더니, ‘다리를 절단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안에 있는 저한테도 그 내용이 다 들렸는데, 누나는 들어와서 태연한 얼굴로 ‘괜찮을 거래’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상황이 슬프다기보다는 그냥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십자인대 파열, 무릎 인공뼈 이식, 동맥 이식 수술을 한꺼번에 마친 그의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염증이 생기면서 열이 41℃까지 올라갔고, 열을 내리기 위해 염증을 긁어내는 수술을 또 받아야 했다. 하지만 수술 후 한동안 괜찮은 것 같다가도 같은 증상이 반복돼 똑같은 수술을 한 달 반 동안 무려 여섯 번이나 받았다. 이후 세 차례의 수술을 더해 총 9번의 수술을 받았다. 그렇게 계속된 수술 이후, 재활치료를 통해 퇴원을 하기까지는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여자친구, 5년 동안 한결같은 사람 투병 시간은 정말 지루했다. 하루 종일 재활운동과 병원 근처를 산책하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 이때 그의 눈에 들어온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지금의 여자친구가 된 ‘웃찾사’의 작가 누나였다.

“처음 작가로 만났을 때는 함부로 대하기 힘든 카리스마 있는 작가 누나였어요. ‘화산고’를 매일 같이 준비하면서 조금씩 정이 들었고, 가끔 예뻐 보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병원에서 자주 얼굴을 보니까 더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죠.”

여자친구는 여덟 살이나 어린 김기욱의 애정 공세에 대해 ‘어린아이 장난처럼 그러다가 말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6개월 넘게 애정 공세를 펼치는 그를 보고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난 5년 동안 한결같이 그의 곁을 지켜준 사람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더 여자친구를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부에선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걱정하는데, 저는 전혀 나이 차를 못 느껴요. 여자친구 앞에서는 제가 정말 솔직해질 수 있고, 마음이 편해요. 그래서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되는 것도 제 꿈 중 하나예요(웃음).”

김기욱은 아직 어머니에게 여덟 살 연상의 여자친구와의 결혼 승낙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어머니와 여자친구가 처음 만났을 때 어머니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밥은 먹었니?”라고 한마디 물어보셨다. 지금까지 세 번 정도 만났지만, 어머니와 여자친구의 사이는 생각처럼 쉽게 가까워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김기욱은 최근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개적으로 여자친구의 존재를 언급하며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결혼’이라는 중대한 이야기를 어머니의 허락이 떨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뱉은 것. 이런 돌발행동은 그의 어머니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방송이 나간 후, 누나들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어머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요. 그래서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위해 제가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조만간 분위기 좋은 식당에 어머니와 함께 가서 제 진심을 전하려고요. 어머니가 허락해주시면 올 가을쯤에는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어요.”

어머니의 이런 반응에 여자친구도 서운해할 법도 한데, 오히려 “당연한 반응”이라며 김기욱을 위로해준다고 한다. 오히려 어머니가 좋아해준다면, 어색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최근에는 여자친구의 성정을 좋게 본 이모가 어머니를 설득하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도 여자친구에 대한 생각이 바뀔 것이라 믿는다.

그는 “여덟 살 연상의 여자친구를 얻게 된 건, 어쩌면 정신 연령이 맞아서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여자친구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중에는 꼭 후회하게 된다는 것.

“요즘에는 외모가 아무리 예쁜 사람을 만나도 제 여자친구만 한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병원에서 보낸 시간들이 없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다리를 다쳐서 병원에 있었던 게 젊은 나이에 제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방송사고, 다리 절단 위기…‘화산고’ 김기욱 5년만의 컴백

방송사고, 다리 절단 위기…‘화산고’ 김기욱 5년만의 컴백

꼴찌에서 1등이 됐던 노력, 잊지 않을 터
김기욱이 방송에 데뷔한 건 2003년 SBS 공채 개그맨에 합격하면서부터다. 그해 12월 24일 처음 방송을 했고, 그 첫 방송이 ‘웃찾사’였다. 그에게 개그맨이라는 직업은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방송국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고 집에 와서 낮잠을 잤어요. 그런데 꿈에서 갓을 쓴 조상님 세 분이 나타나서 ‘잘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기에 ‘예’라고 답했죠. 그런 꿈을 꾸고 나서 잠에서 깼는데, 조금 있다가 바로 전화벨이 울렸어요.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어요. 정말 신기하죠?(웃음)”

물론, 개그맨이 되고 나서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동기 개그맨들은 모두 프로그램이 대박 나고 인기 스타가 되어가는데, 그 혼자만 무명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가끔 ‘포기할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꿈에서 조상님들과 약속한 게 생각이 나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

2005년 ‘화산고’ 코너로 시청자에게 인정받기까지도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개그맨 동기들 중 가장 성적이 저조한 김기욱, 양세형, 박상철이 함께 모여 만든 코너 ‘화산고’. 열심히 코너를 짜서 방송국 PD들 앞에서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PD들은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개그의 코드에 대해 공감하지도 못했다. 어렵게 ‘웃찾사’의 한 코너로 녹화했지만, 결국에는 ‘통편집’되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어느 날 혼자 담당 PD를 찾아가서 무릎 꿇고 사정을 했어요. 한 번만 방송에 나가게 해달라고요.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곧바로 포기하겠다고요. 그렇게 사정한 후, 두 번째 방송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시청자 게시판과 인터넷에 온통 우리 코너가 재밌다는 이야기로 도배된 거예요. 그때처럼 짜릿하고 흥분된 순간은 없었어요.”

처음에 내용이 와 닿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던 담당 PD도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대본이 정말 완벽하고 재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희는 동기들 중 늘 꼴찌만 하는 꼴찌 3인방이었어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알기 때문에 정말 진심 어린 축하를 해줬죠. 꼴등에서 1등이 된 순간이었어요.”

방송국은 그가 숙명처럼 느끼는 영원한 일터다. 그동안 공백이 있긴 했지만, 남은 긴 인생에 비하면 그 공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경기방송에서 3년 동안 DJ로 활동하면서 방송에 대한 감을 잃지 않았던 것도 다행이다. 앞으로는 개그맨으로서 그리고 청취자들과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라디오 진행자’로서의 꿈을 키워보고 싶다.

김기욱은 ‘좌절’이라는 단어와 참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을 무렵, 갑작스러운 사고는 그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힘든 시간들이 자신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그는 진정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이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 글 / 김민주 기자 ■ 사진 / 이성원 ■ 장소 협찬 / 알라또레(02-324-0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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