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다시 태어나도 드라마 작가 하고 싶어요”

노희경 “다시 태어나도 드라마 작가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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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희경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열혈 팬을 확보하고 있는 드라마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작고 외소한 체격에 짧은 커트 머리를 한 그녀의 웃는 모습은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는 표정이다. 우리나라에서 마니아층이 가장 두터운 작가, 노희경이 궁금하다.
노희경 “다시 태어나도 드라마 작가 하고 싶어요”

노희경 “다시 태어나도 드라마 작가 하고 싶어요”


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바보 같은 사랑’, ‘거짓말’,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들은 아니다. 하지만 마니아층과 드라마 폐인들을 숱하게 양산해낸 드라마들이다. 여기에 ‘명품 드라마’라는 칭호까지 따라다닌다. 시청률이 높아야 인정을 받는 방송 현실에도, 5~7%의 시청률로도 그 어떤 드라마보다 깊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사랑을 받는게 노희경의 드라마다.

사랑 그리고… 어머니
최근 그간 방송됐던 드라마의 대본집을 잇달아 출간하고 있는 노희경 작가. 노 작가는 최근 집필 작업에 한창이어서 얼굴 보기 매우 힘들다. 출판사에서 마련한 독자와의 만남 시간 덕분에 어렵게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그동안 그녀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늘 작품을 통해 연인과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 혹은 동료 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희경은 그녀가 생각하는 사랑은 “엄마가 보고 싶고, 형제가 고맙고 보고 싶고, 조카와 친구들 또 존경하는 선배가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한다.

“저에게 사랑이란… 음, 사랑 없이 하루를 산다면 굉장히 팍팍할 것 같아요. 가족에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하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스무 살 첫사랑을 기억하는 노희경 작가. 혹시 그 첫사랑의 이야기를 글로 써낼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히 “없다”고 답한다. 이미 지나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란다.

지독하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노희경은 어머니께 속만 썩이는 막내딸이었다. 그런 그녀를 철들게 만든 건 바로,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그녀는 “살아서는 엄마가 그냥 엄마더니, 돌아가시고 나니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평소 작품의 캐릭터들을 주위 사람들로부터 찾는다는 그녀. 극중 어머니를 그릴 때는 당연히 그녀의 어머니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어머니 캐릭터는 진짜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해요. 우리 엄마의 팍팍했던 모습, 쓸쓸했던 모습 등 엄마의 모습은 앞으로도 100년은 더 쓸 수 있어요.”

스타 작가 혹은 마니아 작가
노희경이 만들어내는 드라마 속 세상과 인물들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어머니와 아버지, 때론 형과 누나, 언니가 되기도 하고 옆에 있는 동료, 멀리 있는 친구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만큼 드라마 속 캐릭터는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초호화 캐스팅과 고액의 제작비, 화려한 액션도 없고 흔한 드라마적 갈등 구조인 배신, 불륜, 폭력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랑받는 이유를 노희경 작가는 알고 있을까.

“스타 작가, 마니아 작가라…,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일부러 감동을 준다고 해서 감동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제가 의도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냥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는 사람이고 싶다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작은 일들을 잘하면, 큰 일은 저절로 이루어져요. 1년, 2년, 3년 계속 노력하면 결국 신뢰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사람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요상한 힘을 지녔다.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대사, 이 세상을 여러 번 살아본 것 같은 초연한 자세가 그렇다. 담백하고 건조한 말투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강렬한 힘이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노희경 역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관조적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재미있어요. 그런데 가끔은 젊은이들이 연애하는 모습을 볼 때는 그 관조적이 안 되거든요. 글을 다 써놓고 보면 배신하는 사람과 배신당하는 사람이 둘 다 예뻐 보일 때가 있어요. 이런 게 바로 ‘사랑’인 거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어요(웃음).”
노희경 “다시 태어나도 드라마 작가 하고 싶어요”

노희경 “다시 태어나도 드라마 작가 하고 싶어요”


아버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용서
지난달만 해도 2천 장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글을 썼다는 노희경 작가. 다른 작가들처럼 여러 명이 하나의 작품을 쓰는 게 아니라 고집스럽게 혼자서 작품 전체를 아우른다. 그렇게 엄청난 양의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사실 힘들기는 해요. 하지만 입 밖으로 ‘힘들다’는 이야기는 안 해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먹고살잖아요. 그러니까 이 정도 힘든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요즘도 작품을 쓰는 중이라 살이 빠지고 있기는 하지만 괜찮아요. 힘든 것조차 즐기고 있는 중이니까요(웃음).”

노희경은 “다시 태어나도 드라마를 쓸 수 있는 작가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힘든 일’이라고 만류하기도 하지만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다. 드라마가 곧 그녀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어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 작가를 하려면 재능이 있어야 할 것 같죠? 하지만 노력이 없으면 재능도 다 필요 없어요.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을 단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노희경은 드라마를 통해 세상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받는 수많은 상처가 드라마를 통해 치유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그녀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처가 있을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녀는 어떻게 할까.

“저는 아버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가족을 나 몰라라 하고 방관했던 아버지가 정말 미웠죠. 그래서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적어도 모시고 살기 전까지는요. 그런데 제 나이 마흔 살, 아버지와 같이 살고 난 뒤 그 마음이 한순간에 이해되더라고요. 평소의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진짜 의외의 답을 얻게 된 거죠. 그렇게 되려면 일단 스스로가 화해의 마음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밑바탕은 ‘사랑’이다. 연인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동료 간의 사랑도 그녀가 말하는 ‘사랑’의 범주에 포함된다. 심지어 그녀의 드라마를 함께했던 배우 송혜교와 현빈은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실제 연인 사이가 되기도 했다. 이에 노희경 작가는 “송혜교와 현빈,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나서 정말 좋았다”며 “이 세상이 아름다운 건 바로 ‘사랑’이 있어서다”라고 말한다. 노희경이 바라는 ‘사랑’가득한 세상 그녀의 드라마가 있는한, 그런 세상도 오지 않을까 싶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원, 경향신문 포토뱅크 ■취재 협조 / 북로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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