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진영, 세상 떠나기 전 어머니와 주고받은 마지막 편지

故 최진영, 세상 떠나기 전 어머니와 주고받은 마지막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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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진영이 사망한 다음날인 3월 30일 낮 12시경, 그의 집을 찾았다. 경찰 관계자들이 조사를 마친 후 현장에서 철수하고, 취재진들과 가족은 모두 장례식장에 있었기에 동네는 인적이 드물고 한적했다.

故 최진영의 편지가 발견된 날, 집 앞은 쓸쓸하고 고요했다.

故 최진영의 편지가 발견된 날, 집 앞은 쓸쓸하고 고요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혹시나 하고 집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뜻밖에 故 최진영과 그의 어머니가 쓴 자필 편지를 발견했다. 종이들은 버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구김도 거의 없이 깨끗한 상태였고, 최근의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그가 떠나기 6일 전인 3월 23일의 날짜가 적힌 일기도 있었다.

본지가 입수한 故 최진영과 어머니의 못다 한 이야기, 마지막 편지 전문을 공개한다.

故 최진영 “모든 것 다 두고 떠나리라”
한여름 밤의 꿈. 낯선 세계로의 여행. 우리는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꿈이야. 모든 인생은 꿈이야. 한여름 밤의 꿈 말이야. 죽으면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영원으로의 세계. 영혼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영혼의 세계는 존재하는 것일까. 영혼, 영원으로의 시간. 세계. 영원히 꿈의 세계로 죽을 수 있는 세계. 살아가는 세계. 육신은 무엇이며 영혼은 머릿속에 있나, 가슴에 있나. 가슴속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고.

故 최진영이 쓴 일기 형식의 자필 메모와 故 최진영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편지.

故 최진영이 쓴 일기 형식의 자필 메모와 故 최진영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편지.

그래 그것이야. 모든 영원 속으로 사라지고, 떠나가고. 육신을 벗어나 영혼은 훨훨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영혼. 혼. 우리 몸속에 영혼. 죽음. 잠이 듦. 떠나감. 저승과 이승. 어머니의 배 속으로 생각. 마음.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육신과 영혼.

괜찮아. 괜찮아. 나는 괜찮아. 언젠가는 다 버리고 떠날 것이며 죽음도 고통도 다 버리고 떠나갈 것이며. 불어라 쌩쌩 바람. 불어라.

공생공존.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누가 나를 바라보는가. 영원한 꿈 속 같은 것. 영원한 꿈 속 같은 것. 내 무덤가에 꽃을 심어라. 바람아 쌩쌩 불어라. 모든 영혼을 날려버리고 모든 것 다 두고 떠나리라. 엄마의 무덤, 아버지의 영혼의 세계. 뇌사. 영원히 정지된….

사우나를 갈까. 아니, 헬스를 가볼까. 그것도 싫다. 왜 모두 부질없을까. 그저 한없이 우울한 것뿐. 환희, 어떻게 하지. 요즘 웃지도 않고 비염이 심하다. 울고만 싶어. 죽는다는 것. 모든 것이 끝날 수 있을까.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혹은 어디서 왔는가.

故 최진영 어머니 “엄마는 한없이 울고 싶다”
마주 앉아 얘기할 엄두도 안 나고. 말문이 막히고. 왜 이렇게 답답하고 우울하고 힘이 드는지. 요즘 너를 보면 내 마음이 불안해서. 네가 좀 강하고 활발해야지.

불안해하는 너와 나 역시 뭔가 모르게 불안하고. 활기 있게 학교도 가고 사람도 좀 만나고. 너만 믿고 살고 있는 나는 가슴이 아프다. 어떻게든 그 아이랑 결혼을 해라.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 맞다. 진영아, 엄마는 한없이 울고 싶다.

진영아,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너와 내가 대화도 없고. 얘기라도 좀 해보자구나. 사는 것이 너무 어리석고 잔인하구나. 네가 강해야 이 엄마도 살 텐데. 너는 자꾸 나날이 움츠러들기만 하고. 세상과 담을 쌓고. 타협하지 않고. 불평, 불만만 한다고 누가 알아주니. 세상은 너무도 냉정하단다. 우리가 일어서지 않으면 아무도 일으켜주지 않아. 쓰러지면 더욱 짓밟고 뭉개버리는 세상이야. 일어서라. 어떻게든 일어서야지. 이 세상에 누가 우리를 위해 아파해주겠느냐. 스스로 망쳐봐야 허망할 뿐이다. 나도 기운이 없고. 어찌해야 하는지 용기도 없고. 재미도 없고. 희망도 없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홀로 방황했을까. 그리고 그런 아들을 붙잡기 위해 그의 어머니는 얼마나 많이 울어야 했을까.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남겨진 자 역시 슬픔에 가슴만 칠 뿐이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 이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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