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박기웅 아날로그 감성을 말한다

아줌마기자가 만난 꽃미남

스물여섯 박기웅 아날로그 감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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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과의 인터뷰는 어느 정도 형식적이게 마련이다. 혹시 기분 상할 법한 질문도 하지 않는 게 예의다. 그래서 이런 정형화된 형식을 깰 수 있는 꽃미남들과의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마련했다. 아줌마 기자의 주책 맞고, 과감한, 때론 용감한 질문들을 통해 꽃미남 스타들의 매력을 속속들이 파헤쳐보는 것. 이 코너는 좀 더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반말 토크’로 진행된다. (편집자 주)

[아줌마기자가 만난 꽃미남]스물여섯 박기웅 아날로그 감성을 말한다

[아줌마기자가 만난 꽃미남]스물여섯 박기웅 아날로그 감성을 말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추노’에서 시청자들에게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젊은 배우가 있다. 올해 스물여섯 살, 데뷔 6년 차 배우 박기웅. 그는 5년 전 모 이동통신사 광고에서 일명 ‘맷돌춤’을 선보이며 시청자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고, 그 후 쌓아온 필모그래피만 20개가 넘는다. 드라마 ‘추노’에서 후반부에 갑작스럽게 등장했지만, 그의 연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남다른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의 연기 내공 덕분이다. 박기웅은 앳된 외모와는 달리,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속 깊은 청년이었다. 첫인상부터 매우 착한 느낌의 남자 박기웅. 그 예의 바름 때문인지 끝까지 공손하게 존댓말을 했지만 의외로 진솔한 이야기들이 술술 흘러나왔다.

추노, 준비기간 짧아서 아쉬웠다
아줌마 정말 착하게 잘생겼다~. 이렇게 착한 얼굴로 드라마 ‘추노’에서 어떻게 악역을 연기했어?

박기웅 꼭 해보고 싶었던 캐릭터였어요. 사실 ‘추노’ 전에도 악역을 몇 번 했거든요.

아줌마 ‘추노’에서의 인기를 좀 체감하고 있어?

박기웅 여기저기서 인사를 많이 받으니까 체감은 하는데, 이제 저도 연기를 시작한 지 6년 정도 되다 보니 마음이 비워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필모그래피가 20개가 넘어요. 그동안 꽤 비중 있는 조연과 주인공을 했는데, 잘 안 된 작품이 많아서 드라마의 ‘흥망’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제겐 역할의 비중에 상관없이 모든 작품이 똑같이 소중하거든요.

아줌마 인기에 연연하지 않아?

박기웅 인기를 얻으면 좀 더 자유롭게 도약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냥 인기만 높은 스타보다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아줌마 ‘추노’를 통해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박기웅 모든 작품이 끝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아요.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는데, 좀 더 살을 뺐으면 그 역할에 잘 맞았을 것 같아요. 좋았던 점은 사극을 처음 해봤고, 액션을 많이 해본 거요.

아줌마 살이 찌고 빠지면, 이미지가 많이 다른가봐?

박기웅 살이 빠지면 날카롭고 못돼 보이는데, 살이 찌면 유하고 순해 보이는 것 같아요.

아줌마 순한 얼굴로 악역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박기웅 2006년에 출연했던 광고의 ‘맷돌춤’이 화제가 되면서 밝은 역할을 많이 했어요. 사실 저는 그다지 밝은 성격은 아니거든요. 비슷한 작품들을 쭉 하다 보니, 그 연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진심으로 연기하지 않고 기계처럼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못 해본 역할에 목말라 있었고 특히 악역을 하고 싶었어요. 덕분에 ‘추노’는 즐겁게 작업했어요.

인터넷 안 하는 아날로그적인 삶이 좋아
아줌마 배역을 준비하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

박기웅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해요. 그 인물이 되는 과정을 즐거워하는 편이에요.

아줌마 이번 드라마에서 자신의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아줌마기자가 만난 꽃미남]스물여섯 박기웅 아날로그 감성을 말한다

[아줌마기자가 만난 꽃미남]스물여섯 박기웅 아날로그 감성을 말한다

박기웅 그건 좀 민망하네요. 사실 잘 만들어놓은 드라마를 제가 망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인터넷을 하지 않아서 ‘추노’가 시청률이 높은지도 몰랐어요.

아줌마 젊은 친구가 왜 그렇게 인터넷과 친하지 않은 거야?

박기웅 저는 운동하고 여행 다니는 게 더 좋아요. 미대생이었으니까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고요.

아줌마 운동하는 걸 좋아해?

박기웅 중학교 때 육상선수였어요. 5년 정도 했고 스키는 다섯 살 때부터 탔어요. 그래서 스키는 정말 자신 있어요. 요즘에는 농구 팀을 만들어서 농구하는 거 좋아해요.

아줌마 술, 담배는 안 해?

박기웅 담배는 하는데, 술을 그렇게 즐기거나 좋아하지는 않아요. 힘들다고 술 먹으면 남는 거 하나도 없잖아요.

아줌마 힘들 때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어떻게 풀어?

박기웅 드라이브를 하면서 바람을 쐬거나 이야기를 하면 풀려요. 남한테 저의 힘든 이야기를 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냥 사람들하고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풀려요.

완벽한 꽃미남? 넓은 이마가 콤플렉스였다!
아줌마 어릴 때 잘생겼다는 소리 좀 들었을 것 같은데?

박기웅 어릴 때가 예뻤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전형적인 꽃미남은 아니고요. 지금 키와 얼굴이 중학교 때와 똑같아요. 그때는 아저씨 같았어요. 어딜 가나 ‘총각’이라고 불렸으니까요.

아줌마 혹시, 외모 콤플렉스가 있어?

박기웅 넓은 이마가 콤플렉스였어요. 드라마 ‘추노’에서 이마를 드러내놓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콤플렉스가 없어졌어요. 물론, 외모도 연기의 일부이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하지만, 무조건 멋있고 잘생기기보다 극에 맞는 비주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줌마 성격이 굉장히 순한 느낌인데, 실제 성격은 어때?

박기웅 보시는 그대로예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초연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줌마 겉보기엔 꽃미남이라 생각도 그럴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다 큰 어른 같네?

박기웅 저는 아직도 모자라고 어려요. 제 고등학교 때 별명이 ‘자유인’이었어요.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았거든요.

아줌마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그런 친구들을 ‘4차원’이라고 불렀는데?

박기웅 주위 사람들을 챙기지 않는 스타일인데, 친구는 많았어요. 처음 가는 장소도 좋아하고, 약간 설레는 기분도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간섭을 많이 하지 않으셨어요. 공부도 하고 싶은 것만 했어요.

아줌마 결국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잖아?

박기웅 맞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길거리 캐스팅으로 시작한 연기, 이젠 천직이라 믿어
아줌마 연기를 처음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어?

박기웅 길거리에서 캐스팅됐어요. 저희 집이 안동인데, 그 멀리까지 몇 번 내려오셨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돈도 벌고 유명해지고 싶어서 시작한 것 같아요. 지금은 연기를 정말 천직으로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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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특별히 해보고 싶은 역할은?

박기웅 준비하는 걸 좋아하니까, 푹 빠져서 배우고 준비한 후에 들어갈 수 있는 스포츠 영화나 드라마, 뮤지션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배워서 하면 잘할 수 있어요. 집착해서 배우기 때문이에요(웃음).

아줌마 일할 때 성격은 어때?

박기웅 공과 사를 분명히 구별하는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개인주의 같기도 한데, 매니저들에게 사적인 부탁도 안 해요. 하지만 가끔 히스테리를 부릴 때가 있긴 해요.

아줌마 언제?

박기웅 연기에 방해가 되는 경우요. 지방 촬영을 가면, 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제 공간이 있어야 해요. 일적인 부분에서 ‘프로’답지 못하다는 소리를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아줌마 그렇다면 일하면서 욕먹는 경우는 없을 것 같은데?

박기웅 저도 욕은 먹죠. 하지만 일할 때 완벽하게 하려고 집착하는 경우가 있어요. 가끔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런 면이 약간 부족한 것 같아요.

아줌마 5월부터 MBC 일일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하던데, 어떤 역할이야?

박기웅 아버지는 김용건 선생님, 어머니는 윤여정 선생님이세요. 저는 유학 간 막내아들 역할이에요. 아버지의 병원을 물려받기 위해 의대에 다니고 있는데 외국 여자랑 눈이 맞아 임신해서 결혼하고, 등록금으로 세계 일주하며 신혼여행을 다니는 역할이에요. 코믹한 캐릭터는 아닌데, 상황 자체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약간은 철이 없고, 자유분방하고, 책임감이 없다 보니 많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요.

예쁜 여자보다, 말이 통하는 여자가 좋아
아줌마 여자친구는 있어?

박기웅 솔로로 지낸 지 굉장히 오래됐어요. 처음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1년에 미니시리즈를 4개나 할 정도로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람 만날 기회도 없어졌어요.

아줌마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

박기웅 마음은 있지만 기회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아줌마 이상형은 어떤 사람이야?

박기웅 저랑 잘 맞으면 돼요. 처음에는 외모를 많이 봤고 예쁜 여자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방송 일을 하면서 외모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저랑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게 ‘훨씬’ 중요해요. 저를 잘 다루는 여자면 좋겠어요.

아줌마 연상은 어때?

박기웅 나이는 상관없어요. 정신 연령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상이건, 연하건, 또래건.

아줌마 극중 호흡을 맞춰본 여배우들과 다른 감정이 생긴 적은 없어?

박기웅 아직까지는 없었어요. 파트너는 다 소중해요. 같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동료니까. 사적인 만남이 있었으면 모르겠지만, 제가 일하면서 사적인 모임을 갖는 걸 싫어해요. 연애를 오래 못하는 건 어떻게 보면 제 성격의 문제예요. 제가 시끄러운 거 싫어하니까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는 것 같아요.

아줌마 잘생기고 잘났는데, 잘난 척도 안 해서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할 것 같아. 기자들하고도 친해?

박기웅 일부 연예인 중에는 ‘기자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기자들도 저랑 같이 일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편이라서, 저랑 안 맞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줌마 일을 안 할 때는 뭐 하면서 시간을 보내?

박기웅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요. 다만 좀 더 조용한 걸 좋아한다는 거죠. 원래 연예계 생활을 떠난 제 성격이 그래요.

아줌마 스물여섯, 데뷔 6년 차 박기웅이 그리는 인생의 꿈은?

박기웅 연기자로서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상대 배우, 제작자, 관객, 기자 등 모든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과 실패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인간적으로는 멀리서 산을 볼 수 있는 초연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려고 항상 노력은 하는데, 사람인지라 잘 안 돼요. 그래도 자유롭고 싶어요. 너무 어른인 척하는 말인가(웃음)?

아줌마 그렇게 초연한 삶, 좋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인생에 초연한 사람이 되길 바라. 파이팅~~!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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