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류 아나운서의 여자들이 야구 100배 즐기는 법

김석류 아나운서의 여자들이 야구 100배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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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하며 본격적인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맘때면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야구장을 찾는 모습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 야구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야구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야구계의 여신’으로 불리고 있는 김석류. 그녀를 보기 위해 야구 프로그램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꼭 챙겨본다는 열혈 팬클럽까지 있을 정도다.

김석류 아나운서의 여자들이 야구 100배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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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야구계의 아이콘이 되다
똑 부러지는 말투에 예쁘장하고 앳된 외모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김석류(28). 평소 방송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명랑하고 발랄함 그 자체다. 하지만 통통했던 볼살은 쏙 빠지고 예전에 비해 많이 핼쑥해진 모습이다.

“최근에 건강이 많이 안 좋기도 했는데, 쉬는 기간 없이 계속 방송하다 보니 폭삭 삭은 것 같아요. 이제는 볼살이 그만 좀 빠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요즘 이것저것 열심히 챙겨 먹고 있어요.”

지난 2007년 KBS N 스포츠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녀는 현재 야구 매거진 프로그램 ‘아이 러브 베이스볼 시즌 2’ MC로 활약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시즌제로 거듭난 ‘아이 러브 베이스볼 시즌 2’는 지난 3월 27일 국내 프로야구가 개막한 이후 동시간대 방송되는 야구 매거진 프로그램들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야구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시즌 2’까지 왔다는 사실이 참 대단해요. ‘시즌 1’이 있었기 때문에 경쟁 방송사에서도 다른 야구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길 수 있었고요. 팬들이 이런 야구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방송시장도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예능이나 드라마도 아닌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이 케이블 채널에서 심야에 방송됨에도 평균 0.86%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비결이 뭘까? ‘아이 러브 베이스볼’이 이처럼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다양하고 전문적인 야구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함과 동시에 당일 열린 야구경기 분석에 충실한 내용이 시청자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저는 절대 중심이 아니에요. 그 누구도 중심이 아니죠. 오직 경기가 중심인 거예요. 선수들을 얼마나 잘 포장하고 경기 내용을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죠. 제가 나서려고 하지도 않고요.”

물론 야구계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김석류의 활약도 한몫했다. 지난 시즌에서 프로야구 현장 인터뷰와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진행하며 야구에 특화된 아나운서로 자리매김한 그녀는 그동안의 현장 경험을 통해 얻은 풍부한 야구 지식과 노하우를 토대로 야구를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전달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덕분에 지난 3월에는 제4회 케이블TV 방송대상에서 ‘올해의 스타상’을 수상했다.

일본의 뜨거운 야구문화, ‘운명’을 뒤집다
김석류 아나운서의 여자들이 야구 100배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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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방송국에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석류는 야구에 대해 문외한이었다. 야구뿐 아니라 아예 스포츠에 관심이 없었다. 스포츠는 여자가 하기에 어렵고 힘든 분야라고만 생각했던 그녀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열혈 스포츠 예찬가가 됐다.

“스포츠라는 것이 알면 알수록 점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예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즐기며 일하고 있는 저를 보면 신기할 정도로요. 제가 스포츠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요. 아무래도 운명인가 봐요.”

수많은 스포츠 경기 중에서도 특히 야구는 그녀의 인생을 뒤바꿨다. 이제 김석류라는 이름 세 글자는 자연스레 야구와 연결될 정도다. 이 역시 운명이었을까. 알고 보니 그녀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먼저 야구를 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야구와 인연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가서 일본에 1년 정도 살았어요. 일본은 야구 인기가 정말 대단해서 국민적인 스포츠나 다름없어요. 원래는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일본 친구들과 놀려고 하다보니 야구를 꼭 보게 되는 거예요. ‘아니, 이 나라 사람들은 야구를 왜 이렇게 좋아하지? 야구가 그렇게 재밌어?’ 했죠. 좀 의아할 정도였어요.”

그 후 서울에 돌아와 스포츠 채널 아나운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보기 시작했고, 일본에서 겪었던 야구문화가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제가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에 비해 우리나라 야구문화도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야구장 시설은 물론 팬들의 응원문화도 성숙해졌고, 이제는 다같이 즐기는 분위기가 됐고요. 야구장에서 김석류의 인기는 톱스타 부럽지 않을 만큼 대단하다. 팬들이 중계차 근처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다렸다가 직접 선물을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야구 선수들이 아닌 그녀의 이름을 연호한다.

“그런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올해에는 주말까지 포함해 매일 생방송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야구장에 직접 못 나가서 아쉬워요. 팬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으니까요. 그래도 틈나는 대로 꼭 현장에 가고 싶어요.”

매일 밤 11시, 대본 없는 드라마를 만나다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는 지상파 아나운서들과 다르다. 예능에서부터 라디오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는 여느 아나운서들에 비해 스포츠 아나운서는 늘 스포츠만 생각하고, 하루 종일 치열한 승부를 얘기하며 스포츠에 올인한다.

“매일 대본이 없는,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와 같은 스포츠를 전달하는 설렘이 있어요. 오늘 저녁에 제가 어떤 방송을 하게 될지 전혀 몰라요. 실시간으로 선수들이 만들어주는 드라마를 갖고 제가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요. 제가 느끼기에는 다른 분야의 아나운서들보다 생동감이 있어서 제 적성에는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만큼 배우고 알아가는 것도 많다. 넓고 두터운 야구팬들과 더 깊이 있게 공감하기 위해서는 그녀 자신부터 늘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야구팬들 중에는 전문가보다 대단한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제가 헛소리를 할 수 없거든요. 그럼 저는 정말 바보가 되는 거니까요(웃음).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공부하면서 그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죠. 아직도 배울 게 많아요.”

자정을 넘기며 방송을 마치는 순간에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행복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늦은 밤 11시부터 TV 앞을 지켜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때는,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서 잠들 것이라는 생각에 뭉클하기까지 하다.

“프로그램을 끝내며 ‘좋은 꿈 꾸세요. 아이 러브 베이스볼’이라고 늘 인사를 드려요. 저는 그 말이 참 감동적이에요. 그 시간에 우리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그냥 TV를 틀어놓는 게 아니거든요. 정말 야구를 사랑하지 않으면 볼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야구를 사랑한다고 인사를 건네면 마치 그들도 그렇게 느낄 것만 같아요. 그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하지만 개인적인 시간이 전혀 없는 생활은 그녀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오후 11시부터 시작되는 방송을 마치고 집에 가면 새벽 2시, 모니터링을 하고 하루를 정리하면 새벽 3시, 자고 일어나면 낮 12시. 서둘러서 메이크업을 받고 곧바로 회사에 출근해 방송을 준비하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다.

김석류 아나운서의 여자들이 야구 100배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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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생활이 전혀 없으니까 많이 외로워요. 매일 일만 반복하고 살다보니까 제 삶에 야구밖에 남는 게 없나 싶더라고요. 야구만 생각하느라 주변을 돌보지 못하고 제 자신도 돌보지 못했던 것 같고요. 하지만 그건 제가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다고 해서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후에는 탁구, 배구, 테니스, 심지어 씨름 관련 방송까지 모두 맡는다. 그야말로 1년, 365일 내내 스포츠와 동고동락하고 있다.

“친구들을 많이 잃었죠. 제게 연락도 못하고 잘 만나지도 못하니까요. 특히 여자친구들은 스포츠를 잘 모르니까 제가 어디서 뭐 하는지 몰라요.”

야구, 알고 보면 여자들이 더 즐겁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야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즘에는 여성 야구팬들도 많이 늘었다. 고되고 지친 일상에서 김석류에게 우울함과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도록 가장 큰 위로가 된 것이 야구였던 것처럼, 이제는 야구장에서 남성뿐만이 아닌 여성 팬들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5년 전만 해도 여자가 야구를 본다고 하면 시선이 별로 곱지 않았어요. 야구 규칙도 모르면서 야구 선수나 보러 온다고 생각해 무시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야구를 제대로 즐기는 여성팬들이 정말 많이 생겼어요.”

그녀가 말하는 여자들이 야구를 즐기는 방법은 야구장에 무조건 가서 응원 문화를 느끼고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다. 처음부터 야구 책을 펴놓고 공부하려면 재미도 없고 잘 모를 수밖에 없는 법.

“야구를 절대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일단 첫발을 들이는 게 중요하거든요. 사진 찍으러 놀러 간다고 생각하시고요. 시원한 바람 쐬면서 맥주도 드세요. 그러다보면 정말 빠져들 수밖에 없을걸요.”

여자들끼리 야구장에 가는 것도 적극 추천한다. 야구를 보면서 또 다른 해방구를 찾는 것이다. 사진을 찍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재미있게 놀다보면 경기장에 있는 잘생긴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게 된다. 또 그 선수가 있는 팀을 좋아하게 되고, 팀을 좋아하면 그 팀의 모든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게 관심을 갖다보면 경기도 챙겨 보게 되고, 모르는 야구 용어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찾아보며 공부를 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그녀가 터득한 ‘여자들만의 야구 즐기기 비결’이다.

“여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쉽게 풀 곳이 없는 것 같아요. 여자들만을 위한 놀이문화가 따로 없잖아요. 그래봐야 수다 떨기, 영화 보기, 쇼핑하기가 전부고요. 놀이공원에 갈 수 있는 나이도 지났잖아요. 그럴 때 친구들을 만나서 야구장에 가면 재미있을 수밖에 없고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어요.”

김석류 아나운서의 여자들이 야구 100배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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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야구장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만큼 방송일이 바쁘지 않던 지난해에는 주로 혼자 야구장에 가던 그녀였다. 일상에서 탈출해 야구장의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느꼈던 그 짜릿한 기분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양 팀으로 나뉜 팬들의 응원과 함성소리, 사람들이 그토록 속 시원하게 환호하며 즐기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었다.

“일상생활에서 승부의 묘미를 느낄 수 있죠. 물론 경기는 선수들이 하지만 팬들도 그 경기에 나간다는 생각으로 야구장에 가서 같이 응원하는 것 자체가 정말 좋아요. 우리 삶에 그런 순간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래서 여자가 그런 마음을 더 많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요. 여자들이 야구를 더 즐겼으면 해요.”

야구를 보면 지는 팀도 있고 이기는 팀도 있다. 하지만 김석류는 지는 팀을 더 열렬히 응원하는 편이다. 10연패를 하며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였던 팀이 갑자기 1승이라도 하게 되면 그때 밀려오는 감동과 기쁨, 희열이 더 크고 벅차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힘들지만 언젠가는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배울 수 있거든요. 늘 이기는 팀에는 1승이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10연패 하던 팀이 1승을 하고 나서 선수들과 팬들이 어우러져 환호하고 우는 것을 보면, 하나의 승리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어요. 쓰디쓴 패배에 아파하는 선수들의 마음도 느낄 수 있고요.”

그래서 그녀는 야구를 보며 우리네 인생을 본다. 둘은 참 많이 닮았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자신의 삶과 연결시키면 위안이 되기도 한다.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과거를 떠올리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고 이 순간을, 현재를 즐기자는 말이죠. 제 삶도 그렇거든요. 4년 전에는 제가 이 자리에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주어진 현실에 그때그때 충실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거고요. 지금 이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미래에는 더 좋은 길로 저를 인도해줄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야구와 사랑에 푹 빠져보려고요.”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 홍태식(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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