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5년 차에 불과한 SBS 배성재 아나운서는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스포츠 캐스터로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남아공에서 돌아온 지 이틀째 되던 날, 아직 시차 적응도 못한 배성재 아나운서를 만나 보다 생생한 현지 이야기를 들었다.
배성재, 차범근을 가르치다?
“저도 아직 경기 중계 영상을 보진 못했지만 ‘차두리 조종설’ 영상은 봤어요. 차두리 선수가 공을 잡으면 저 혼자 떠들고, 차범근 해설위원은 움찔움찔하시는 모습이 재미있더라고요. 중계 도중에 실수하면 ‘에잇! 차두리’라고 야단은 치시는데, 아무리 차두리 선수의 칭찬을 유도해도 절대 안 넘어오세요. 그냥 쑥스러워하면서 ‘잘했어요’ 한마디만 하시더라고요.”
배성재 아나운서(32)는 월드컵 내내 차범근 감독을 위한 과외 선생님이었다. 월드컵을 겨우 일주일 남겨두고 해설위원에 발탁된 터라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차 감독을 위해 매일 직접 준비한 영상과 정보를 보여주며 선수별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아직 과외비는 못 받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차범근 감독의 경기를 읽는 ‘거장의 눈’에 대한 존경심은 감추지 않았다.
“저도 진짜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온 벽에 월드컵 관련 정보를 적은 종이로 도배를 해놓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차 위원님만의 경기를 보는 눈은 아무리 공부를 해도 따라잡을 수 없어요. 전문 스포츠 캐스터로 성장하려면 차 위원님으로부터 과외비 대신 특강을 받아야겠어요.”
박지성 방송사고에 대한 해명은
배성재 아나운서는 그리스전을 마치고 평생 들어도 모자랄 욕을 한 번에 다 들었다. 박지성 선수의 인터뷰를 연결하던 도중 방송사고가 나서다. 게다가 굳은 표정의 차범근 해설위원 옆에서 조심스레 “제가 잘못 말했어요?”라고 묻는 그의 모습이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혀 ‘배성재가 차범근에게 혼났다’, ‘배성재의 캐스터 자질이 의심된다’는 비난을 받았다.
“제가 차 위원님한테 혼났다고요?(웃음) 전혀 아니에요. 사실 이제야 고백하자면, 차 위원님 표정이 굳어져 있던 건 카메라 때문이에요. 눈이 좀 안 좋아져서 화면에 가까운, 원래 캐스터 자리로 바꿔드렸거든요. 옆에 카메라가 있어 당황하시더라고요. 긴장하신데다 볼록렌즈라 얼굴도 이상하게 나와서 오해를 받은 것 같네요.”
월드컵 중계를 위해 남아공에 가기 전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했던 그를 리포터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5: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월드컵 메인 캐스터에 선정됐다. 행운이었다. 이제 진짜 스포츠 캐스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도 차범근 해설위원과 함께 메인 캐스터로 참여하고 싶은 소원을 위한 일보는 이제 막 시작됐다.
■글 / 이미혜(스포츠칸 문화연예부 기자) ■사진 제공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