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과의 인터뷰는 어느 정도 형식적이게 마련이다. 혹시 기분 상할 법한 질문도 하지 않는 게 예의다. 그래서 이런 정형화된 형식을 깰 수 있는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마련했다. 아줌마 기자의 주책 맞고, 과감한, 때론 용감한 질문들을 통해 꽃미남 스타들의 매력을 속속들이 파헤쳐보는 것. 이 인터뷰는 격의 없는 분위기에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반말로 진행된다. (편집자 주)
‘선덕여왕’의 비밀병기가 ‘비담’이었다면,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동이’의 비밀병기는 바로 이 사람이다. 심운택 역할로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는 탤런트 김동윤(31). 조선시대에 태어난 괴짜 같은 천재 심운택 역을 맡은 그는 “연기 인생 10년 만에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는 처음”이라며 “거장 이병훈 감독님의 작품을 함께하면서 연기자로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 ‘내 사랑 누굴까’ 등에 출연했고, 현재는 ‘동이’와 KBS-1TV 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에 출연 중이다. 핸섬하고 세련된 외모와는 달리 소박하고 따뜻한 성격을 지닌 김동윤. 그는 올해 데뷔 10년 차인데도 연기에 대해 배우고 또 공부해야 하는 신인이라며 한껏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까지 지녔다. 숙종 역할로 출연 중인 지진희에 이어 ‘깨방정 2’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동이’의 비밀병기, 김동윤을 만나보자.
심운택은 조선시대 ‘돈키호테’
아줌마 김동윤이라는 이름보다 심운택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만큼 ‘동이’를 통해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건데, 본인이 느끼는 체감도는 어때?
김동윤 일단, 식당에 가면 아주머니들께서 많이 알아보셔. 기분은 좋은데,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심운택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는 것 같거든.
아줌마 드라마로 보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이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던데?
김동윤 내 실제 성격이 심운택과 비슷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심운택을 오롯이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 오늘은 이병훈 감독님께 혼나지도 않고, 나름 만족스럽게 촬영을 마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
아줌마 심운택의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 어떤 역할인지 직접 소개해준다면?
김동윤 조선시대에 태어난 천재이면서 겁도 없고, 매사에 능수능란하고, 유머러스한 남자야. 또 눈빛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속으로 모든 걸 파악하는 비상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지.
아줌마 심운택의 컨셉트는 어떻게 잡고 있어?
김동윤 ‘천재+돈키호테’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고 생각해. 남들은 OK라고 하는데, 혼자 NO라고 외치는 사람이지.
아줌마 ‘이산’의 홍국영이나, ‘선덕여왕’의 비담처럼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 같은데, 어때?
김동윤 사실, 주위에서 그런 시선으로 많이 봐주시는데,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오히려 연기에 방해가 되니까 지금은 작품 속 캐릭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솔직히 말하면 이병훈 감독님의 작품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행복하거든. 물론, 이 작품을 통해 좀 더 인지도가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아. 심운택으로 살고 있는 요즘이 내 연기 인생 최고의 나날이거든.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고 생각
아줌마 연기자 김동윤을 사람들에게 알려준 작품, ‘동이’에 캐스팅된 배경이 있다면?
김동윤 솔직히 이런 역할은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엄청난 기회거든. 내 연기 인생에 있어서 첫 번째 기회가 온 것 같아. 올해 1월에 공개 오디션을 했어. 그때는 큰 비중이 아니라 작은 역이라고 들었는데, 작은 역이라도 이병훈 감독님의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고 사극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기꺼이 응했지. 수백 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 1등으로 뽑혔는데, 5월이 다 되도록 연락이 없는 거야.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촬영에 나오라는 전화를 받고는 뛸 듯이 기뻤어.
아줌마 작은 역할이라고 들었다고? 극중 심운택의 비중이 제법 커 보이는데?
김동윤 나도 이렇게 비중 있는 역할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내가 들은 바로는 심운택은 김춘택이라는 실존 인물을 극화한 캐릭터인데, 영조가 김춘택의 아들이라는 야설도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야. 실제로 장희빈의 세력을 몰아내고 동이의 아들 영조를 보위에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 하지만 ‘동이’에서 앞으로 심운택이 얼마나 등장할지는 아직 미정이야.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어.
아줌마 사극이 처음이라고 했지? 현대극과 달리 힘든 점이 많을 것 같은데, 어때?
김동윤 뭐니 뭐니 해도 더위지. 양반들이 입는 도포가 바람이 전혀 안 통해. 한복을 입으면 그렇게 덥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 땀이 많이 나니까 수염도 자꾸 떨어지고…. 더위와의 싸움이 가장 힘든 것 같아.
아줌마 동이 역의 한효주와 함께 등장하는 신이 많던데, 서로 호흡은 잘 맞아?
김동윤 한효주씨가 나보다 데뷔도 늦고 나이도 어리지만 당차게 연기를 잘해. 효주씨를 보면서 타고난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옆에서 더욱 긴장하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 또 이병훈 감독님께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나에게 조언을 해줄 정도로 고마운 사람이야. 효주씨는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연기자가 될 거라 믿어.
아줌마 촬영 중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겠어?
김동윤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지(웃음). 한 신을 촬영하면서 무려 40~50번 NG를 낸 적이 있거든. 정말 그날따라 왜 그렇게 NG가 많이 나는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어. 그런데 스태프 중 누구 한 사람도 나에게 싫은 소리를 안 하는 거야.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아줌마 굉장히 당황했겠네. ‘동이’에서 ‘깨방정 2’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던데, 혹시 알고 있었어?
김동윤 들은 적이 있어. 그런데 이미 숙종이 ‘깨방정’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니까, 심운택은 좀 다른 별명으로 불렸으면 좋겠어. ‘조선시대의 돈키호테’라고나 할까(웃음).
박용하가 ‘동이’에 출연한다는 해프닝 기사도
아줌마 처음 ‘동이’에서 봤을 때, 박용하가 깜짝 출연하는 줄 알았어. 정말 닮았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해?
김동윤 나도 인정해. 오죽하면 내가 출연하는 첫 회가 방송되고 나서 박용하가 ‘동이’에 출연한다는 해프닝 기사가 뜨기도 했으니까. 예전부터 닮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아줌마 혹시 개인적인 친분도 있었어?
김동윤 용하 형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내가 고정 게스트로 나간 적이 있어. 그때 일본 팬들이 나보고 친동생이 아니냐고 했었지. 그때부터 서로 친해져서 술자리를 갖기도 했어. 용하 형이 가끔 “내 동생 역할이 있으면 널 추천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아줌마 얼마 전, 미니홈피에 추모 글을 올리기도 했던데?
김동윤 한동안 연락을 못했는데 갑자기 그런 소식을 들어서 정말 놀랐거든. 빈소에 다녀와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미니홈피에 글을 올렸어. 누가 보라고 올린 게 아니라 정말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한 건데, 그렇게 기사화까지 될 줄은 몰랐어. 무척이나 밝고 좋은 형이었는데, 그렇게 됐다는 게 아직도 가슴이 아파.
아줌마 올해로 데뷔 10년 차던데, 동윤씨도 그동안 연기하면서 마음고생 좀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김동윤 사실 마음고생은 정말 많았지. 자살 충동을 느낀 적도 있었어. 집에 급한 일이 생겼는데 수중에 1, 2백만원이 없어서 상황을 처리하지 못하는 게 무척 힘들었어. 또 믿었던 주위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해본 적도 있고. 그때는 정말 죽고 싶은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아줌마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나름 힘든 일을 많이 겪고 이 자리에 섰구나.
김동윤 사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그래. 벌써 10년째 연예계에 몸담고 있지만 나도 가끔 연예인이 ‘빛 좋은 개살구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 화면 속에서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연기자 중에 연봉이 5백만원도 안 되는 사람들이 정말 많거든. 사실, 우리 형도 연기자인데 몇 년 전 영화 한 편 찍고 아직도 쉬고 있어.
아줌마 아, 맞다! 형이 연기자 김혁이지?
김동윤 맞아. 우리 형은 중학교 때부터 늘 나의 우상이었어. 내가 연예계에 데뷔할 수 있었던 것도 형이 끌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연기도 많이 배웠지. 지금도 늘 형이 내 연기를 모니터링해주면서 조언해주고 있어. 나는 형이 더 잘됐으면 좋겠어. 우리 형이 나보다 더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거든. ‘동이’라는 기회가 나에게 왔듯이, 우리 형이나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연기자들에게도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있다면 말이야.
‘어머니’라는 단어가 늘 어색했다
아줌마 아줌마의 직관력으로 보자면,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성격처럼 보이는데 실제 성격은 어때?
김동윤 어릴 때부터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 어머니가 안 계셨거든. 더욱이 형들하고는 나이 차가 많이 나서 잘 어울리지 못해서 더 외로움을 탔던 것 같아. 아버지는 혹시 내가 탈선이라도 할까봐 엄청 엄하게 교육하셨어. 그랬는데도 어릴 때는 사고도 많이 쳤지. 싸움도 많이 해서 돈도 자주 물어주고…. 그런데 그 시기를 호되게 겪고 나서인지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철이 든 후부터는 가족에게 웃음만 줘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어.
아줌마 어머니가 계시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겠구나.
김동윤 사실, 대본 연습 시간에 ‘어머니’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야 할 때 제일 힘들었어. 실제로 “엄마”, “어머니”라고 불러본 적이 없으니까 TV에서 봤던 걸 따라 할 수밖에 없잖아. 남들에게는 너무나 쉬운 단어가 나한테는 얼마나 어색하던지…. 한동안 많이 힘들었지. 다행히 ‘산 너머 남촌에는’에서 어머니로 나오는 양금석 선배님이 진짜 어머니처럼 잘 대해주시거든. 그래서 촬영장 밖에서도 어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어.
아줌마 자, 이제 연기 인생 제2막을 준비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어?
김동윤 드라마 시작하면서 ‘이산’의 한상진 선배님과 비교 대상이 되어서 ‘촬영 울렁증’이 생겨 진땀을 뺀 적이 있어. 이제는 좀 편해졌지만…. 원대한 포부가 있다기보다는 일단은 이병훈 감독님으로부터 ‘미소의 OK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인정받는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
아줌마 연기자 김동윤이 그리는 인생의 궁극적인 꿈은 뭐야?
김동윤 톱스타가 아닌 국민 배우가 되고 싶고. 그리고 연예인이라고 신비감 조성하면서 숨어 살기보다는 그냥 자유롭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하고,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누리면서 말이야. 곧 사람들에게 친근한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얘기지. 그리고 주위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들 수 있도록 여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