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남, 박휘순 “이상형은 잘 웃어주는 여자”

시크남, 박휘순 “이상형은 잘 웃어주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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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순은 어찌 보면 지금 가장 ‘핫’한 남자다. “저 강남 살아요”라는 대사 한마디로 듣는 이를 포복절도케 하는 막강한 캐릭터를 가졌고 하물며 연일 여자 연예인들의 이상형으로 오르내리기까지 한다.

Q 한 달 전쯤 인터뷰에서 “김연아만큼 행복하다”고 했더라. 요즘도 그런가
그땐 굉장히 행복했는데 (땅바닥을 보며) 요즘은 잘 모르겠다. 사람은 변하지 않나. 요즘 기분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외롭다. 항상 외롭지만 요즘엔 특히 더 그렇다. 피곤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건 눈 때문인 것 같다. (박)명수 형이 쌍커풀 수술하라고 40번 정도 말씀하셨다. 안 할 거다.

시크남, 박휘순 “이상형은 잘 웃어주는 여자”

시크남, 박휘순 “이상형은 잘 웃어주는 여자”

Q 미니홈피 최근 업데이트가 어제 오전 11시 40분으로 되어 있더라. 열심히 하나 보다.
사진은 꾸준히 올리는 편이다. 트위터 시작한 지 3주 정도 됐는데 버려져 있다.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스마트폰이 아닌 컴퓨터로 하다 보니 수시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시간이 남을 때는 주로 밖으로 나가는 스타일이다. 스마트폰이나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게임 같은 거에 중독되거나 그럴 일은 없다.

Q 인터뷰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박휘순’을 검색해보니 ‘리틀 송혜교 한지우, 내 이상형은 개그맨 박휘순’이라는 기사가 뜨더라. 어찌된 일인가.
헉, 그런 일이 있나. 정말 그랬어?(옆에 앉아 있던 매니저에게 확인, 매니저 왈 “잘 모르겠는데요.”)

Q 정말이다. 그 기사만 눈에 들어오더라. 얼마 전엔 김태희씨가 이상형으로 박휘순을 거론했다.
김태희씨는 이상형에서 팬으로 바꾸셨더라. (다시 바닥을 보며) 일주일 동안 많이 시달린 것 같다.

Q 박휘순을 이상형으로 꼽는 이들이 꽤 있다.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본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런 분들이 계시더라. 난 잘 모르겠다. 근데 이상형으로는 지목을 하는데 막상 “사귀자”고 하면 머뭇거리더라. 여성들에게 어필하는 나의 매력, 글쎄…. (한참을 생각하다) 안쓰러움? 아니면 (다시 한참을 생각하다) 동정심? 기자님이 보기에는 내 매력이 무엇인 것 같나.

Q (당황하며) 펴… 편안함 아니겠나. 모난 데 없이 동글동글하고, 재밌고. 뭔가 감수성도 풍부할 것 같고, 많다. 그리고 동정심은 다르게 말해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킨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럼 (서둘러)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이상형은 어떤 여자인가.
음, 식상한 질문이다. ‘뜨거운 형제들(이하 ‘뜨형’)’ 시작하면서 108번 정도 들은 질문인 것 같다. 그중 70번 정도는 “넉넉한 집안에서 사랑받고 자란 여자”라고 대답했는데 최근에는 잘 웃어주는 여자로 바뀌었다. 개그맨들에게 그것만큼 힘이 되는 사람이 없지 않나.

Q 음, 식상한 대답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나랑 한강에서 배드민턴 칠 수 있고, 당구도 80 정도 쳐서 나하고 내기 당구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여행을 좋아해서 같이 여행도 다닐 수 있고, 단, 외국에서 나 대신 햄버거를 주문해줄 수 있는, 영어로 흥정해서 청바지 가격도 깎을 수 있는 회화 실력을 갖춰야 한다. 나 없이도 형광등 갈아 끼우고 그걸 자랑스러워하는 여자. 가끔 내가 자고 있을 때 물 한 바가지 떠와서 일어나라고 끼얹을 줄 아는 그 정도의 과감한 여자였으면 좋겠다. 아, 후진 주차 한 번에 해서 나를 기쁘게 할 줄 아는 여자였으면 좋겠다.

Q 혹시 리스트로 정리 해놓나.
아니다. 서른넷이면 적지 않은 나이지 않나. 이제 정말 누군가를 만나야 할 나이다.

시크남, 박휘순 “이상형은 잘 웃어주는 여자”

시크남, 박휘순 “이상형은 잘 웃어주는 여자”

Q 연관 검색어 중에 ‘영화배우 박휘순’도 있더라.
아직까지 많이들 헷갈려 하신다. 영화배우 박희순씨는 이름 때문에 뭔가 친해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끔 서로 검색해보고 그런다. 그리고 예전에 ‘얼렁뚱땅 흥신소’라는 드라마도 같이한 적이 있다. 내가 박희순씨 팬카페 회원이다. 그분이 ‘극단 목화’ 출신인데 아는 분이 나랑 이름 비슷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무척 멋있었다. 난 장진 감독의 초창기 팬이기도 하다. (인터뷰 중 주문한 초코우유가 나오자 일순간 시선 집중, 잠시 눈치를 보더니 쑥스러운 듯 웃으며) 나 초코우유 좋아한다.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단 게 당긴다(웃음).

Q ‘뜨형’ 아바타 소개팅 첫 방송 반응이 뜨거웠다. 기분이 어땠나.
좋았다. 난 예상하고 있었다. 기자간담회 할 때 내가 일년 안에 ‘일밤’을 일으켜 세우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때 아주 빵빵 터졌다. 느낌이 좋았다.

Q 어느 인터뷰에서 “얼굴에 자신 있다”고 했더라. 정말 그런가. 비웃는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다. 난 그 정도면 괜찮다고 보는데.
개그맨으로서 얼굴에 자신 있다는 의미였다. 근데 또 정말 개성 강한 얼굴들에 비하면 난 되게 평범한 축에 속한다. 나와 관련된 일화 중 KBS 공채 시험 볼 때 안경 벗고 “안녕하세요” 한마디 해서 붙었다는 얘기가 있다. 인사만 한 게 아니고 개그도 했다. 웃기려면 다른 것도 해야 할 정도의 얼굴이다. 쉽게 개그맨 됐다고 생각하는데 그땐 정말 절실했다. 80일 동안 죽기 살기로 준비했다.

Q 정확히 80일인가.
정확히 80일이다. 그때 매일 일기를 써서 안다. 개그맨 시험에 세 번 떨어졌는데 좌절하면서도 그래도 될 거라고 믿었다.

Q 일기 내용은 뭔가.

(진지하게) 배가 고프다, 점심을 건너뛰었다, 주로 생활고에 대한 이야기였다. (웃음을 참는 기자를 보며) 그게 다 개그에 녹아나온 거다.

Q 처음 박휘순씨를 봤을 때 이렇게 진지해서 웃겼다. 상황에 따라 재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스타일이 아닌 뭔가 우직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가지고 웃기는 스타일이다.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린 육봉달’과 ‘창문 없는 반지하방에서 크레파스로 창문을 그려 넣은 노량진 박’은 정말 본인 이야기인가.
80% 이상이 내 이야기다. 육봉달도 그렇고 노량진 박도 그렇고, 하도 많이 써먹어서 이제 이야기가 다 떨어졌다. 앞으로 하는 건 거짓말일 거다. 노량진에서 재수생활을 했다. 그때 돈을 좀 아끼려고 지하방을 얻었는데 창문이 없었다. 옆방에서 7년 동안 경찰 공무원 준비하는 형이랑 매일 옥상 올라가서 멍하니 있고 그랬다. 그때가 내 인생 가장 암울했던 시절이었는데 그게 개그 소재가 됐다.

시크남, 박휘순 “이상형은 잘 웃어주는 여자”

시크남, 박휘순 “이상형은 잘 웃어주는 여자”

Q 버라이어티에는 잘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먹히더라. 캐릭터를 잘 잡아서 그런가?
개그맨이 되기 전까지 난 루저였다. 그런 분위기를 계속 가지고 있었다. 버라이어티에서 안 먹힐 줄 알았는데 그게 캐릭터가 된 것 같다. 사람들이 음식 먹을 때 다양한 맛을 원하지 않나. 신맛도 있고, 단맛도 있고, 쓴맛도 있고. 내가 이제까지 예능에서 보아온 스타일과 조금은 다른 맛이 나는 캐릭터가 아니닌가 싶다.

Q 데뷔가 늦었다. 개그맨은 어떻게 하게 됐나.
스물아홉에 데뷔를 했다. 그전에는 실패한 인생이었다. 아버지한테 용돈 2만원 받아서 인라인 타고 공원에서 놀고 그랬다. 개그맨 시험에도 몇 번 떨어지고 우울했는데 공채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는 의외로 무명 시절이 없었다. 바로 ‘육봉달’로 신인상 받고 그 다음엔 ‘패션 7080’, ‘노량진 박’ 등등. 크게 이슈를 끈 것 없지만 자잘하게 근근이 버텨온 것 같다.

Q 개그콘서트 ‘솔로천국 커플지옥’에서도 그렇고 ‘뜨형’에서도 그렇고 솔로의 대명사가 됐다.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만날 때마다 바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전에 실패한 스타일은 버려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다. 뭔가 계속 고쳐나가고 발전해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렇게 경험이 쌓이고 조금씩 발전하면 언젠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사람을 위한 연습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Q 연애에 있어서 굉장히 성숙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니다. 아직 철들려면 멀었다. 철없는 서른넷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정신연령은 스물다섯 정도인 것 같다. 이제 막 군대 제대하고 학교 돌아온 복학생 정도. 그래서 스물셋이나 스물넷 정도 여자를 만나야 하지 않을까… . (잠시 정적) 농담이다.

Q ‘뜨형’에 나오는 소개팅녀들은 솔직히 어떤가. 비즈니스? 아님 정말로 즐기고 있나?
‘뜨형’은 정말 100% 리얼이다.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내가 느끼는 대로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다들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걸 알고 나와서 아무래도 맨 처음 모르고 했을 때보다는 많이 반감되지 않았나 싶다. 맨 처음에 소개팅녀들은 정말 몰랐다. 그냥 ‘일밤’ 멤버들과 소개팅한다는 정도로만 알았다. 그때 리액션이 정말 좋았다.

Q 실제 소개팅은 좀 하는 편인가. 몇 번 정도 했나.
스물한 살 때 한 번 하고 안 했다. 그때 소개팅 하고 3주 뒤에 군대 갔다. 그때 소개팅한 여자 분이 시계를 바꿔 차고 가자고 하더라. 한 번쯤은 다시 만나고 싶은가 보다 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없어서 여자 시계 차고 군대 갔다. 내 전자시계가 탐났던 모양이다. 다음에 내가 아프다고 해서 그분이 감기약을 한 번 사오기는 했다.

Q 개그맨 안 됐으면 뭐 했을 것 같나.
맨 처음 개그맨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직장 들어가서 회사원으로 사는 게 어떠냐고 권유를 하셨다. 회사원은 못 됐을 것 같다. 학습지 선생님이 됐을 것 같다. 밖에 다니는 걸 좋아해서. 왠지 그럴 것 같다.

Q 최근 관심 가지고 있는 것은 뭔가. 혹시 버리고 싶은 습관이나 버릇이 있나.
요즘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한다. 글쓰는 것도 좋아하고. 드라마는 몇 편 했으니까 영화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이고 벌써 양동근씨로 남자주인공도 정해놓았다. 여자주인공? 그건 아직…. 버리고 싶은 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 패턴. 그리고 아직도 누가 말 안 걸어주면 끝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런다. 사회생활을 해도 자기 PR이 필요한데, 하물며 개그맨이지 않나. 그런 건 고쳐야 되지 싶다.

Q 어떤 개그맨이 되고 싶나.
부담감을 털어버리고 하고 싶은 개그를 마음껏 하고 싶다. 어리숙해 보이지만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개그맨이 되고 싶다.

■ 글 / 노정연 기자 ■ 사진 / 이성원 ■ 의상 협찬 / 행텐(02-3442-0220), 에비수(02-517-0071), ZARA(02-3413-9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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