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출연 프로그램 섭외 담당 작가들의 프로그램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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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를 보면 연예인 못지않은 끼로 똘똘 뭉친 일반인 출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독특한 캐릭터와 특이한 이력은 기본, 가끔은 충격적이기까지 한 이야기로 시선을 고정시키는 일반인 출연자들. 과연 어디서 어떻게 찾아내는 걸까?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케이블 TV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 작가들의 그 신통방통한 능력을 들여다봤다. 섭외를 위해서라면 장대비 속 비련의 여주인공도 불사하는, 프로페셔널한 그녀들의 섭외 노트 대공개!

일반인 출연자 섭외 작업!
이렇게 이루어진다
Lady 각자 프로그램 소개와 출연자 섭외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려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 섭외 담당 작가들의 프로그램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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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자영 ‘친절한 미선씨’는 일반인 여성분들이 출연하시는 집단 토크쇼예요. 매주 20명의 출연자들이 참여하고요. 출연 신청을 받기도 하고 주제에 맞춰 제작진이 찾아나서기도 합니다.

윤선미 ‘러브 스위치’는 2030 싱글녀 30명이 1명의 싱글남을 놓고 벌이는 리얼 버라이어티 데이트 쇼예요. 저희 프로그램 역시 출연 신청과 제작진의 발굴을 통해 섭외가 이루어집니다.

김현아 ‘철퍼덕 하우스’는 일명 ‘기·사·녀’, ‘기막힌 사연을 가진 여성’들이 출연하는 토크쇼예요.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주제로 매주 3, 4명의 일반인들이 출연하세요. 출연 신청과 제보, 발굴로 섭외가 이루어지고요.

서자영 일반인 섭외의 첫 번째 기준은 캐릭터예요. 연예인들처럼 대중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로 승부를 하죠. 저희 프로그램은 20명이 단체로 나오는데 2, 3명만 캐릭터를 잡으면 나머지 분들은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분위기예요. 신청과 제보를 통한 섭외가 50% 정도, 나머지는 기사나 잡지, 아니면 다른 프로그램 등을 참고해서 제작진이 직접 찾아나서요. 어느 정도 섭외 대상자가 추려지면 인터뷰를 통해서 방송에 적합한 인물인지, 어떤 쪽으로 캐릭터를 잡아야 할지, 탐색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요.

김현아 ‘철퍼덕 하우스’는 ‘친절한 미선씨’나 ‘러브 스위치’처럼 출연자가 많지 않아요. 3명의 출연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토크를 끌어나가야 되니까 그만큼 임팩트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일단 섭외 대상자들을 다 만나서 꼼꼼히 얘기를 들어봐요. 가장 중요한 게 캐릭터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능력, 두 번째가 비주얼이에요. 저희 프로그램 주 시청자들이 여성들이거든요. 여성시청자들의 특징이 우선 예쁜 사람이 나와야 시선을 주세요. 때문에 비주얼을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윤선미 예뻐야 섭외되는 더러운 세상!(웃음) 근데 그건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 섭외 담당 작가들의 프로그램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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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그 다음에 중요한 건 이야기의 충격성. 보통 일반인들이 겪는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이 공감은 하겠지만 포인트가 없어요. 그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런 것들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보통 3, 4명 섭외하는 데 10명 이상을 봐요. 인터뷰도 1, 2시간씩 길게 하고요. 주제가 정해지면 ‘서치’에 들어가요. 신청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다른 방송이나 기사도 보고, 신인 연예인들도 많이 봐요. 인맥을 총동원해서 구석구석 손길을 뻗치죠.

서자영 주변 사람들도 많이 괴롭혀요. 얼마 전 저희 방송 주제가 ‘미녀와 야수’ 커플이었거든요. 아무리 급해도 주제에 맞아야 하니까 주변에 예쁜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대뜸 “네 남자친구 어떻게 생겼냐?” 물어봤어요. 방송작가 오래하면 인간관계 안 좋아져요(웃음).

윤선미 ‘러브 스위치’는 여자가 30명, 남자가 1명이잖아요. 조건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2030 싱글녀’이기 때문에 다양한 직업군을 봐요. 가장 중요한 건 호감도예요. 예쁘고 잘생긴 걸 떠나서 호감이 가야 해요. 특히 남자 출연자는 30명의 여자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필수예요. 남자 출연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이렇게 해서 여자 30명 앞에서 말 한마디 할 수 있겠어요?”예요. 출연자 미팅을 3차까지 하는데 야한 질문, 독한 질문을 하면서 출연자를 ‘단련’시켜요. 방송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뽑아내도록 하기 위해서. 여자 출연자들은 첫 번째가 인물인데 탤런트처럼 예뻐야 한다는 게 아니라 요즘 2030 여성들의 감각에 따라 다양하게 봐요. 비주얼은 좋은데 말의 끝맺음을 잘 못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어요. 아무리 예뻐도 캐릭터가 불분명하고 정확한 의사 전달이 안 되면 방송 부적합이에요.

서자영 인맥이 중요하죠. 한 번 출연한 출연자가 소개를 하는 경우도 많아요. 유유상종이라고, 특이한 분들은 특이한 분들끼리 모이더라고요. 출연자 관리도 섭외에 중요한 부분이에요.

일반인 섭외, 연예인 섭외보다 어렵다?

Lady
일반인 섭외가 연예인 섭외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김현아
연예인의 경우에는 목적이 뚜렷해요. 새 영화가 개봉했다거나 새 앨범이 나왔다거나, 홍보 목적이 있으면 오히려 섭외가 쉽죠. 그런데 일반인들은 방송에 출연하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는 분들이에요. 방송이 생계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에요. 출연을 번복하는 분들도 많고 촬영하다가 못하겠다며 중간에 가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일반인들을 섭외할 때 더 조심스러워요.

서자영 사무적으로 대하면 안 돼요. 방송 때문에 자신을 이용한다는 인상을 주면 바로 섭외 실패예요.

김현아 우리랑 같이 재밌는 추억을 만들어보자, 다른 사람은 경험하지 못하는 일이니까 재밌게 해보자 이런 식으로 다가가요. 일단은 저희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죠.

윤선미 섭외할 땐 잘 웃어야 해요.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그와 그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한 다음에 걱정하는 부분을 잘 긁어줘야 해요. 섭외할 때 하도 잘 웃으니까 자기한테 호감 있는 줄 알고 출연을 결정한 남자 출연자도 있어요. 물론 그분은 더 예쁜 여자 출연자들을 보고 저를 깨끗이 잊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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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일단 목소리 톤이 한 옥타브 올라가고요(웃음). 무엇이 궁금하고 무엇이 걱정되는지 잘 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억지로 하면 티가 나요. 진심으로 대해야 돼요.

서자영 전화 섭외는 오전 시간은 피해요. 한창 바쁘고 분주할 시간이거든요. 주로 퇴근 후나 주말에 많이 해요. 새벽에 활동하는 분들은 그 시간에 맞춰 하고요. 섭외는 100% 출연자들의 사이클에 맞춰서 돌아가요.

김현아 출연자가 방송 의지가 있으면 어렵지 않은데 가끔 까칠한 분도 있어요. 전문직 여성들을 섭외한 적이 있는데 바쁜 분들이라 시간을 잘 안 내주더라고요. 일단 만나만 달라고 하죠. 섭외할 땐 납작 엎드려야 해요. 만나서는 방송에서 어느 정도까지 오픈이 가능한지,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인지를 보죠. 새로운 이야기가 없으면 저희 방송에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만난 지 1시간 만에 깊은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아요.

서자영 어려운 이야기를 꺼낼 땐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죠.

김현아 그게 안 되면 그냥 겉돌다가 끝나요. 저희는 주제 자체가 센 게 많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한테 오픈하기가 쉽지 않아요. 섭외 대상자가 긴장하지 않도록 제가 되게 ‘쉬워’ 보여야 해요.

윤선미 옆집 아줌마나 친구 같이 편한 느낌으로, 섭외 대상자가 나를 믿고 출연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섭외자의 능력이에요.

아, 출연자의 마음은 갈대여라

윤선미 출연 동의서를 쓰고도 중간에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찾아가서 설득하죠. 후배 작가들한테 항상 얘기해요. 출연자와의 스킨십이 중요하다고. 내가 출연자를 진심으로 대하면 출연자도 스태프를 진심을 대해요.

Lady 출연 동의서는 뭔가요?

윤선미 약관 동의하는 것처럼 이름이랑 서명, 출연료, 초상권, 재방권 등등 방송을 위해 필요한 최소항의 조항에 합의를 하는 거예요. 저희 프로그램은 ‘방송이 나갈 때까지 이성친구가 없어야 한다’ 이런 조항도 있고요. 출연료는 그때그때 달라요. 일반인들은 출연료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교통비 정도 돼요. 협의에 따라 정해지는데 하루 다른 데서 아르바이트 하는 것보다 많다고 보시면 돼요.

김현아 방송 내용 ‘엠바고’도 명시돼 있어요. 방송이 나가기 전 방송 내용을 다른 방송에서 이야기한다거나 사진을 올린다거나 하는 걸 방지하는 장치예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 섭외 담당 작가들의 프로그램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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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자영 기본적인 건 녹화 때 한 이야기들이 방송에 나가는 데 대해 동의하는 거죠. 그렇게 동의하고도 방송 후에 항의하는 분들이 꼭 있어요. 예를 들어 장기자랑을 했는데 자기가 생각하기에 잘 못했다 싶으면 편집해달라고 요구해요. 요즘 ‘솔직한 이야기’가 대세이기 때문에 방송에서도 솔직하게 다 얘기하거든요. 방송에서 즐겁게 얘기하고 다음날 연락이 와요. 자기가 했던 말 잘라달라고요. 출연자가 많다 보니 그런 일이 빈번해요.

서자영 동의서 쓰고도 녹화 직전에 안 하겠다는 분들도 있어요. 다른 사람 구할 시간도 없는데 그럴 때면 정말 막막하죠.

윤선미 저희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싱글이어야 해요. 중간에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생기면 아웃이에요. 그래서 정말 싱글인지 몇 번이나 확인해요. 근데 우리가 심부름센터 불러서 뒷조사할 수도 없고, 출연자를 믿는 수밖에 없죠.

김현아 그게 확인을 한다고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예전에 일반인 미팅 프로그램을 했는데 한 출연자한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합숙 가서 밝혀졌어요. 초반에 탈락했죠. 방송 욕심이 많은 분들 중엔 속이면 안 된다고 해도 속이는 분들이 계세요.

잊을 수 없는 그때 그 섭외

윤선미 예전에 다른 토크쇼를 하고 있을 때 축구선수 아버지를 섭외할 일이 있어요. 그분이 경기도 고급 빌라촌에 살고 계셨어요. 정말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이었는데 전화 연락이 안 돼서 무작정 찾아갔죠. 갔다가 대문 앞에서 내쳐졌어요. 비는 추적추적 오지, 사들고 간 음료수병은 젖어서 와장창 깨졌지, 그때 정말 서러웠어요. 끝까지 문은 안 열리고 정말 비련의 여주인공이 됐죠. 음악만 있었으면 뮤직비디오 한편 찍을 뻔했어요.

서자영 유명인들 집은 어떻게 해서라도 찾아가는데 일반인은 어려워요. 예전에 시사 프로그램을 할 때 다단계 피해자들을 찾아야 했어요. PD랑 둘이 다단계 업체 회원가입을 해서 몰카 하나 메고 들어갔죠. 교육받는 중간에 사람들 모여 있는데 가서 “여기 얼마나 계셨어요?” 이러면서 말문 좀 트고 친해진 다음에 섭외 요청을 했어요. 그러다가 걸려서 PD는 감금되고 저는 구하러 다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 섭외 담당 작가들의 프로그램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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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연예 뉴스를 할 땐데 서태지를 섭외하라고 미션이 내려온 거예요. 섭외가 안 되면 어디 있는지만이라도 르포처럼 추적하라고 해서 사방팔방으로 알아봤죠. 아는 친구 통해서 일본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작가한테 집 사진 한 장 달랑 쥐어서 일본으로 보냈어요. 1박 2일 동안 추적해서 결국 집을 찾았어요. 나중에 서태지씨 측에서 항의를 했죠. 방송에 나가지 못한 것만 모아도 프로그램 하나는 될 거예요.

서자영 일반인들 섭외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가끔은 영업사원 같아요.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방송에 출연해달라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 낯선 사람의 입을 열게 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의심도 많이 받고, 신원 확인하는 분도 많아요.

윤선미 보통 여자들이 남자친구와 통화할 때 목소리가 달라지잖아요. 저희는 섭외할 때 그렇게 돼요(웃음).

서자영 아무에게나 맞장구쳐줄 수 있는 아줌마 마인드가 필요해요. 10대를 만나면 10대들이 쓰는 말을 써야 하고, 40대 어머님들을 만나면 저도 40대가 되고. 출연자들에 맞춰 변화무쌍해지는 걸 보면 가끔 스스로도 놀라요.

김현아 섭외를 많이 하다 보니 직업병도 생겨요. 길 지나다가 우리 컨셉트에 맞겠다 싶은 사람을 보면 명함을 주고 싶어져요. 한번은 100명 이상 섭외 대상자를 봤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 무작정 홍대로 갔어요. 그렇게 길거리 캐스팅으로 성사된 출연자도 있어요.

윤선미 일이 없는 날에도 요즘 괜찮은 남자들이 모인다는 곳에 가요.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할 만한 사람이 없나 눈을 번뜩이며 찾는 거죠. 소개팅을 나가서도 인터뷰하듯 해요. 3초 이상 ‘마 뜨는 거(한동안 대화가 중단되는 것)’ 못 참고요(웃음).

서자영 리액션의 여왕이죠. 소개팅 나가면 상대방이 자기를 되게 좋아하는 줄 알아요. 인터뷰할 때 버릇이 나오는 거죠.

김현아 다른 사람들은 잠깐 휴식으로 인터넷 기사 보고 잡지 보는데 저희는 그게 다 일이에요. 어딜 가서 누구를 만나도 다 예비 출연자들로 보여요. 모든 감각이 섭외에 맞춰져 있는 거죠.

윤선미 방송작가 6개월 차는 남자친구가 떠나고, 2년 차는 친구들이 떠나고, 3년 차는 부모님과 멀어진다는 슬픈 전설이 있답니다(웃음).

Lady 끝으로 시청자와 예비 출연자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윤선미 전국에 계신 싱글 남녀 여러분, 신청하세요~. 돌싱도 환영한답니다. 아, 그리고 네티즌 분들! 악플 자제 부탁드려요. 일반인들이라 상처를 많이 받으세요.

서자영 출연료도 적은데 지방에서 올라오는 출연자 분들 정말 감사해요. 여러분 덕에 저희를 비롯한 많은 시청자들이 울고 웃습니다.

김현아 꼭 저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방송을 열린 마음으로 즐겁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방송은 나누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만들거든요. 편안하게 긴장 푸시고 휴식과 재미를 얻어 가셨으면 좋겠어요.

■진행&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원 ■장소협찬 /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02-322-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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