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훈과 은조의 절절한 사랑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는 문근영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트레이드마크였던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를 벗고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존재 자체가 상처인 은조를 더없이 차가우면서도 뜨겁게 그려냈다. ‘신데렐라 언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이번에는 연극무대로 바쁘게 자리를 옮겼다.
연극 페스티벌 ‘무대가 좋다’의 두 번째 작품 ‘클로져’에서 스트리트 댄서 ‘앨리스’ 역을 맡아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 그녀는 첫 연극 데뷔작 전회 매진이라는 티켓파워를 자랑하며 톱스타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연극 ‘클로져’가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한 손엔 술, 한 손엔 담배를 든 그녀의 모습이 생각보다 충격적이지 않았다는 것. 그녀가 ‘신데렐라 언니’의 은조를 통해 의도적으로 어른이 되려 했다면 ‘클로져’의 앨리스는 관객들도 그녀 자신도, 문근영의 성인 연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 작품이다. ‘신데렐라 언니’와 ‘클로져’, 두 작품으로 문근영은 데뷔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에서 조금 편해질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배우로서 성공적인 2010년을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연기 부담 털어버리고 즐기며 한 해 마무리
부지런한 그녀는 2010년이 가기 전 또 하나의 작품을 더했다. 인기 만화가 원수연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 ‘매리는 외박 중’에서 두 남자와의 이중 결혼 속에서 갈등하며 진정한 사랑과 자아에 눈뜨는 위매리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고단한 일상을 이어가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능청스러우면서도 낙천적인 매리는 그녀에게 더없이 편안한 옷이 아닐 수 없다. 전작의 캐릭터들이 비교적 어둡고 감정을 억누르는 역할이었기에 매리의 긍정적이고 활기찬 모습이 스스로를 대변하는 듯하다고. “매리를 만난 순간 숨통이 트였다”고 표현할 정도니 올 한 해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배우로서 누구보다 부지런히, 그리고 치열하게 2010년을 달려온 그녀, 이제 즐길 일만 남았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강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