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패션계의 거목, 앙드레 김이 별세한 지 100여일이 지났다. 그를 추모하며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고자 하는 취지의 ‘자선기금 마련 앙드레 김 패션쇼’가 열렸다. 이번 패션쇼의 모든 수익금은 유니세프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
생전의 인연으로 이병헌, 김희선 노 개런티 참여
“고인이 살아계실 때 상하이에서 열린 쇼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촬영 스케줄 때문에 가지 못한 것이 아직도 죄송해요. 앙드레 김 선생님은 제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수식어를 붙여 말씀해주시곤 했어요. 선생님이 예뻐해주셔서 오늘날 이렇게 좋은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이병헌 역시 고인의 열정적이던 생전 모습을 회상했다.
“그분은 기억력이 굉장히 좋으셨어요. 모든 사람들을 알고 세심하게 배려해주셨죠. 항상 눈이 빨개지도록 쇼를 체크하며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으셨지만 오늘은 편안한 마음으로 위에서 보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이번 쇼에서는 내년 가을과 겨울을 위해 만든 신작을 포함해 고인의 작품 127벌이 선보였다. 앙드레 김이 좋아한 순수의 상징 흰색 옷을 시작으로 추모 패션쇼의 막이 올랐다. 관객들은 일제히 그의 상징인 빨간색 머플러를 두르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번 패션쇼의 모든 수익금은 유니세프를 통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 평소 유니세프 친선대사였던 고인은 지난 1994년부터 열다섯 번, 거의 매년 자선 패션쇼를 열어왔다. 무대에 서는 모델들의 개런티도 스스로 부담해왔고 네 차례에 걸쳐 옷 1천4백여 벌을 기증하기도 했다. 5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직후에도 ‘유니세프 걷기 대회’에 참여하는 등 기부 행사에는 변함없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앙드레 김의 사업을 이어받은 아들 중도씨는 고인의 뜻을 그대로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강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