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드라마를 꿈꾸며 돌아온 ‘유혹’ 시리즈 김순옥 작가

가족 드라마를 꿈꾸며 돌아온 ‘유혹’ 시리즈 김순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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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지금까지 썼던 이야기 중 가장 재밌고 화목한 드라마가
ㆍ될거예요.‘막장’ 아닌, ‘강한’드라마라 불러주세요”

일일드라마계를 평정했던 ‘아내의 유혹’, 시청률 불패 신화를 이어갔던 ‘천사의 유혹’ 등 ‘유혹’ 시리즈를 히트시키며 스타 작가로 자리 잡은 김순옥 작가가 새 드라마로 돌아왔다. 그가 집필을 맡아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SBS-TV 주말드라마 ‘웃어요 엄마’는 11월 6일 ‘웃으며’ 첫 방송을 시작한 후,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인기 여세를 몰아가고 있다.

가족 드라마를 꿈꾸며 돌아온 ‘유혹’ 시리즈 김순옥 작가

가족 드라마를 꿈꾸며 돌아온 ‘유혹’ 시리즈 김순옥 작가

초반 재미를 위해 자극적인 설정 필요
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포커스는 배우들에게 맞춰지게 마련이다. 보통 타이틀롤을 맡은 주연배우들이 각자 맡은 캐릭터에 대해 설명하며 각오를 밝히는 형식으로 행사 진행이 이루어진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도,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도 대부분 ‘스타’ 배우들에게 집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말 열린 ‘웃어요 엄마’의 제작발표회 현장은 좀 달랐다. 출연 배우들의 간단한 인터뷰가 끝나자 극본을 맡은 작가의 인터뷰 시간이 마련됐고, 주연배우들이 등장했을 때보다 더 열띤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이처럼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은 드라마 ‘웃어요 엄마’가 역동적이고 빠른 이야기 전개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캐릭터 설정으로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화제를 모으는 김순옥 작가의 새 작품이기 때문이다. 주인공들 또한 출연 제의를 받고서 ‘작가의 서사 성격에 대한 고민’혹은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라는 데 대한 기대감’을 가장 크게 고려했다고 설명할 정도로 이 드라마에는 ‘김순옥’이라는 낙관이 깊게 새겨져 있다.

그동안 복수를 위해 살인을 교사하고,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이 얼굴을 바꿔 버젓이 살아 돌아오는 등 자극적인 설정과 상식을 초월하는 전개를 선보여온 김순옥 작가는 ‘김순옥표 드라마’를 무조건 ‘막장’으로 표현하는 데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전부터 ‘또 하나의 막장 드라마 탄생’ 이런 제목으로 기사가 쏟아질 것 같아서 기자 분들께 부탁 좀 드리려고요(웃음). ‘웃어요 엄마’는 ‘막장’이 아닌 ‘강한’ 드라마예요. 이전 작품들에서 불륜, 복수, 살인 교사 같은 소재를 등장시키면서 ‘막장’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 사실 ‘막장’이라는 말은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말이 안 될 때’ 들어맞는 표현이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나온다고 해서 전부 ‘막장’은 아니잖아요. 인물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진심이 인정된다면 아마 다를 거예요. 이번 드라마도 소재가 강한 것은 맞지만, 그 이야기들을 현실적으로 풀어 나가려고 해요.”

결국 자극적인 소재를 차용하기는 하겠지만, 충분한 개연성을 갖고 내용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또, 누구에게나 어떤 식으로든 큰 영향을 미치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다는 바람도 갖고 있다.

“이 드라마에는 서로 다른 유형의 엄마들이 나와요. 자식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을 동일시해서 자식의 성공에 집착하는 독단적인 엄마(이미숙 분), 자식을 위해 끊임없이 희생하고 자식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전형적인 엄마(박원숙 분), 자신의 삶을 더 소중히 여겨 미처 자식들을 챙기지 못해 대립하는 엄마(지수원 분)까지요. 누구나 이 캐릭터들 속에서 자신의, 혹은 엄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엄마’ 그릴 터
하지만 김순옥 작가의 굳은 의지에 비해 ‘웃어요 엄마’가 가족 모두가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가족드라마로 자리 잡기 위해 가야 할 길은 꽤 멀어 보인다.
자신이 포기한 꿈을 자식에게 투영시켜 딸의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조복희(이미숙 분)는 연예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유로 딸에게 성추행을 일삼는 스타의 술 접대까지 강요하고, 데뷔 2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야망에 찬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자신의 뜻과 다른 포장된 삶을 살아온 배우 신달래(강민경 분)는 수상을 축하하는 무대에서 자살을 감행한다. 조복희의 아들 신머루(이재황 분)는 아내 신영(윤정희 분)이 대신 써주는 연설문과 신문 스크랩, 헌신적인 내조에 힘입어 정계에서 승승장구하면서도 첫사랑 보미(고은미 분)를 몰래 만나며 불륜을 저지른다. 또 매몰차기만 했던 엄마가 제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을 보며 엄마에 대한 증오심으로 앞장서서 이를 까발리며 대립하는 자식의 모습도 보인다.

드라마 ‘웃어요 엄마’의 주요 장면들. 1 칸영화제 수상 기념 파티를 열게 된 신달래와 조복희. 2 무명 배우 신달래가 톱가수 ‘맥(청림 분)’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모욕당하는 장면.

드라마 ‘웃어요 엄마’의 주요 장면들. 1 칸영화제 수상 기념 파티를 열게 된 신달래와 조복희. 2 무명 배우 신달래가 톱가수 ‘맥(청림 분)’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모욕당하는 장면.

이처럼 ‘웃어요 엄마’에는 매회 자극적인 설정과 무리한 요소들이 포진되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순옥 작가는 단편적인 상황이 아닌 드라마 전체를 봐줄 것을 당부한다. 드라마의 특성상 초반에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특별한 설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앞으로 이를 순화할 인물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진정성이 앞으로 속속 드러나게 될 거라는 것이 김순옥 작가의 설명이다.

“제가 지향하는 작품은 ‘재미있는’ 드라마예요. 전업주부로 살던 제가 드라마를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 생각했던 게 ‘오늘 삶을 끝내고자 결심한 사람이 문득 내일 방영될 드라마 내용이 궁금해져 살고 싶어지도록 만들고 싶다’는 거였어요. 국민 드라마,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다음 회가 기다려지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저도 어릴 때부터 재미있는 드라마가 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설레곤 했거든요. 물론 감동과 교훈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저는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면서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

공익성과 재미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며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김순옥 작가는 시청자들이 ‘웃어요 엄마’를 보며 한번 쯤 ‘엄마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세상에는 여러 유형의 엄마들이 있겠지만, 모두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모정은 똑같지 않을까요? 저도 중학생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데,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엄마들이 24시간 아이들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마 그런 현실적인 모습들도 드라마 속에 많이 녹아날 거예요. 물론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일지 정답은 찾지 못하더라도 다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엄마들의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인 ‘웃어요 엄마’가 과연 작가의 의도대로 ‘막장’이 아닌 ‘웰 메이드’ 드라마로 사랑받을 수 있게 될까. 아직은 우려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즐거운’ 드라마를 표방하는 작가의 변화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강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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