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Y 만나서 반갑습니다. 요즘 유명세를 실감하나요?
최나경 이렇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 것만 봐도 신기해요. 얼마 전에는 광고 모델을 맡은 화장품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명동에 나갔어요. 사람들이 절 보고 소리를 지르고 “팔짱 끼고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셨어요. 너무 어리둥절해서 ‘내가 도대체 뭐 하는 거지?’ 했어요.
LADY 이야기를 풀어봅시다. 보조출연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최나경 제 고향이 부산인데요. 요리사가 되려는 꿈을 안고 상경했죠. 요리학원을 다니며 한식과 양식 자격증을 땄어요. 이탈리아 식당에서 두 달 일했는데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모르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좀 더 공부를 하려고 그만뒀죠. 그 이후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드라마 보조출연까지 하게 된 거예요.
LADY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나요?
최나경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요. 편의점, 꽃집, 옷가게, 식당, 지하철 택배 아르바이트까지 했어요. 생활비를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더군요.
LADY 그동안 어떤 작품에 보조출연했나요?
최나경 처음 들어간 드라마가 바로 ‘동이’였어요.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오후 5시 반에 모이면 그 다음날 새벽 6시에 촬영이 끝났어요. 그래도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돈은 좀 됐어요(웃음). 올해까지만 하고 다시 요리를 시작해볼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됐네요.
LADY 본인이 화제가 됐던 방영분을 봤나요?
최나경 네, 봤어요. 제가 정면에서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촬영 때는 제가 카메라에 잡히는 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그런 표정이 나온 거예요. ‘아, 이거 어떡하지… 이제 드라마 보조출연자 아르바이트도 끝났구나’라고 생각했어요.
LADY 보조출연 일이 잘릴 줄 알았군요?
최나경 네. 그 장면은 최고 상궁마마가 잡혀가는 중요한 신이었는데 시청자들의 시선이 보조출연자에게 갔으니 결국 저 때문에 망친 거죠. 게다가 인터넷에 제 얼굴이 다 떴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드라마에서도 써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최나경 동료 보조출연자들은 “언니, 이제 어떻게 해”라며 안타까워했어요. 촬영 현장에 나가면 주요 배우 분들이 아는 척을 하기 시작하셨어요. 얼굴을 보고 웃으며 인사도 해주시고요.
LADY 당시 기자들이 최나경씨 찾느라 애를 많이 먹었어요.
최나경 보조출연자 일은 더 이상 못한다고 판단해 잠시 쉬겠다는 통보를 하러 사무실(예술인협회)에 갔어요. 그런데 사무실 직원이 “연락처를 가르쳐달라는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쳐 일을 못할 정도”라고 토로하시더라고요.
LADY 처음에는 언론을 좀 피하지 않았나요?
최나경 피한 건 절대 아니에요. 그저 저 때문에 드라마의 흐름을 깨게 되는 것이 송구스러워서 인터뷰를 할 수가 없었어요. 한 달간 부산 집에 내려가 있었던 것뿐인데 잠적한 것처럼 돼버렸더라고요.
LADY 가족은 이 ‘난리’를 어떻게 받아들였죠?
최나경 처음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왕 나올 거면 예쁘게 나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고요(웃음). 이번에 찍은 화장품 화보를 보고는 좋아하시더라고요. 어머니는 이제 ‘내 딸이 티벳궁녀’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니세요.
LADY 형제는 어떻게 되나요?
최나경 2녀 중 장녀예요.
LADY 동생의 외모도 본인과 비슷한가요?
최나경 아니요. 전혀 달라요. 동생이 옆에 있어도 아무도 못 알아볼걸요. 전 아버지랑 똑같아요. 동생은 어머니를 닮았고요.
최나경은 화장품 광고 모델이 되어 화보를 촬영했다. 또 MBC-TV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서 어엿한 배역을 따내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이 역할, 저 역할 전전하는 엑스트라가 아닌 것이다. 첫 신이 배우 김갑수와 ‘붙는’ 장면이었다니. 그녀에게는 그야말로 살 떨리는 상황,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LADY 캐스팅된 것 축하해요. 보조출연자 때와는 완전히 다르죠?
최나경 아주 많이 다르죠. 보조출연자는 무조건 ‘대기’예요. 자신을 필요로 할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배역이 정해져 있으니 정해진 시간에만 들어가면 되잖아요. 그뿐 아니라 헤어, 메이크업, 의상 챙기는 것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달라요!
LADY ‘연기’를 해보니 어떤가요?
최나경 ‘티벳궁녀’의 캐릭터와는 많이 벗어나지 않는 역할이에요. 극중 이름도 ‘궁녀’예요. 보통 사람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마디씩 하고 엉뚱한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자아내는 역할이죠.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아요. 한 회에 한두 번씩 나올까 말까예요. 그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매우 과분하죠.
LADY 그래도 첫 촬영 때는 꽤 긴장했을 텐데요?
LADY 감독님에게 혼나지는 않았나요?
최나경 감독님께서 “보조출연해서 대사 몇 마디 하면 되는 거야”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실수를 해도 아직까지는 많이 봐주세요.
LADY 제작진들은 본인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최나경 처음부터 연기에 대해서는 부담을 갖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지금 갖고 있는 존재감만으로도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고요. 너무 자연스러우면 그게 더 어색한 거래요. 네티즌들은 제 어색함을 보고 싶어 한대요. 그런 감초 같은 역할을 기대하실 것 같아요.
LADY 연기를 해보니 슬슬 분량 욕심도 나지 않나요?
최나경 그렇지 않아도 한두 회 분량이 늘고 있어요. 감사하지만 살짝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에요. 저한테는 비중이 없는 게 맞거든요. 일단 제가 연기를 잘해야 욕심이 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해서요(웃음).
LADY ‘티벳궁녀’나 ‘미친 존재감’이란 별명은 마음에 드나요?
최나경 맘에 들어요. 티베트 여우가 여우라기보다는 강아지 같잖아요. 저랑 닮긴 닮았더라고요. 이름 대신 알아봐주는 별명이고 네티즌들이 직접 지어주신 거니까 아주 만족스럽지요.
최나경은 자신도 스폰서를 갖고 있다고 당당히 공개했다. 그녀의 스폰서는 바로 네티즌들이다. 그녀는 한 번도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 늘 취직 시험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과거의 실패가 있었기에 지금의 꿈만 같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만약 취업이 됐다면 그녀가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LADY 과거로 돌아가 회사에 합격해 평범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돌아가겠어요?
최나경 (잠시 머뭇거리다가) 지금이 좋아요. 이런 경험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LADY 최나경씨와 같은 행운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요?
최나경 멀쩡하게 대학을 나온 사람도 취직을 못하는 마당에 저같이 부족한 사람을 채용해주는 곳은 없더라고요. 4, 5년간 아르바이트만 하면서 열심히 살아왔어요. 그렇지만 한 번도 짜증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그저 웃으면 다 넘어가더라고요. 그렇게 살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LADY 행운을 함께 기뻐해줄 남자친구는 없나요?
최나경 지금은 없어요. 서울 와서 남자를 만나긴 했는데 요리를 시작하고 나서 접었어요. 요리도 스물여덟 늦은 나이에 가진 꿈인데 남자한테 시간을 빼앗겨 망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이제는 연기 연습 때문에 또 안 되겠네요. 남자는 당분간 피하겠어요.
LADY 성공하시겠어요.
최나경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웃음). .
LADY 마지막으로 최나경의 이상은 뭔가요?
최나경 아직 이상을 자신 있게 밝힐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단 브라운관에서 어색해보이지 않는 게 목표라면 목표예요. 몇 달 하면 처음에 ‘손발 오그라드는’ 그런 느낌은 사라질 거라 기대해요. 전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어요. 앞으로도 헝그리 정신을 잃지 않고 뛰어보려고 해요. 지금은 이 정도만 말씀드릴게요.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민영주, 안진형(프리랜서) ■헤어&메이크업 / Kalavin(서일주 원장 02-515-5888) ■스타일리스트 / JI- HYUN(어시스트 김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