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연기 20년…늦은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조성하 “연기 20년…늦은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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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성하를 떠올리는 가장 빠른 키워드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다. 아직까지 생각나지 않았다면 ‘꿀성대 정조’를 떠올려보자. 연기에 발을 들인 지 20여 년, 제대로 시작한 지는 10여 년. 조성하는 다시 한번 출발선에 섰다.

잊지 못할 추억 안겨준 ‘성균관 스캔들’
올 가을 인기리에 방영됐던 ‘성균관 스캔들’의 종영이 아쉬웠던 건 비단 꽃도령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맛깔스러운 연기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던 조연들, 그 중 매회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던 정조 임금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은 배가됐다.

조성하 “연기 20년…늦은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조성하 “연기 20년…늦은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소감이요? 정말 감사하죠. 사실 시작할 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왕 역할을 맡기도 쉽지가 않은데 그것도 우리나라 사극에서 세종대왕과 ‘투톱’을 이루는 정조 임금이라니, 부담이 많이 됐어요. 이미 많은 분들이 연기를 하셨던 터라 어떻게 그려야 할까 고민도 됐고요. 대부분 왕이 주인공이었던 다른 사극과는 달리 ‘성균관 스캔들’의 정조는 주변 인물로서의 왕이에요. 그런 점을 감안해서 부드럽지만 절대 약해 보이지 않는, 지혜롭고 강단 있는 왕을 그려보기로 마음먹었죠.”

그의 계획대로 정조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극에 중심축을 잡았다. 지극히 교과서적인 교훈을 담고 있는 대사조차 한마디, 한마디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었던 건 그의 진정성 있는 연기 덕분이었다. ‘꿀성대’라는 별명을 얻게 한 울림 있는 목소리도 한몫했다.

“드라마가 방영되고 극본을 맡은 김태희 작가가 하는 말이 왕 옷이 그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대요(웃음). 본인이 생각했던 것의 몇 배를 보여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캐릭터를 탄생시킨 작가에게 칭찬을 받는 건 배우로서 매우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어요.”

팬들의 반응도 즐거웠다. 자신의 기사에 달린 중·고등학생 어린 팬들의 댓글이 신기하기도 했고 드라마 팬 카페 회원들로부터 간식이 가득 담긴 ‘조공’ 선물을 받았을 땐 팬들의 정성이 배우들 못지않구나 싶었다. 그 정성에 감동해 새벽 촬영이 끝나고 직접 팬 카페에 감사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처음 드라마를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젊은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아 불안하지 않느냐는 거였어요. 사실 전 제가 제일 걱정됐거든요(웃음). 송중기, 유아인, 박민영 세 친구 모두, 어리지만 연기 감이 있는 친구들이고 연기를 처음 하는 유천이도 항상 옆에서 지켜봐주는 김갑수 선배님이 계셨기에 든든했어요. 덕분에 젊은 친구들과 연기도 해보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마흔다섯 베테랑 배우, 출사표를 던지다
1966년생, 올해 마흔다섯인 그는 연기 경력 20년 차 베테랑 배우다. 서라벌고 연극반을 시작으로 서울예대 연극과를 거쳐 수십 편의 연극과 영화에 출연하며 탄탄한 기본기를 다져왔다. 영화 ‘거미숲’, ‘강력3반’, ‘싸움의 기술’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고, 브라운관에서는 2006년 드라마 ‘황진이’에서 황진이의 음악 스승 ‘엄수’, 2008년 KBS 대하사극 ‘대왕세종’에서 어린 세종의 스승 ‘이수’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최근 영화 ‘집행자’에서는 연쇄살인범 사형수로 분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의 데뷔가 2004년 영화 ‘미소’로 되어 있던 것.

조성하 “연기 20년…늦은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조성하 “연기 20년…늦은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연기를 시작한 지는 20년인데 인터뷰에서는 10년 정도 됐다고 이야기해요. 하도 여태 뭐 했냐고 물어보시니까(웃음).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극단 생활을 오래했어요. 감독님들이 섭섭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영화 ‘미소’를 찍으며 처음 ‘영화에서도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전까지는 영화 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임순례 감독님이 프로듀서를 하시고 추상미씨가 여자주인공을 맡았는데 그 작품을 하며 본격적으로 연기에 매력을 느꼈죠. 그런 의미를 담은 작품이라 그때부터 데뷔작을 영화 ‘미소’로 이야기해요.”

그 뒤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영화에는 앞뒤재지 않고 출연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 ‘미소’를 비롯해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까지, 상업영화보다는 저예산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쪽에 자주 얼굴을 보이게 됐고 각종 영화제에 초청되는 일이 잦아지며 기자에게 ‘영화제의 설경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독립영화, 예술영화, 이런 걸 의식하고 한 건 아니에요. 돈을 떠나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작품은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여러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관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죠.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작품 활동하는 친구들에게 일조를 했다는 것도 보람 중에 보람이에요. 언제부터인가 영화제 전문 배우라고, ‘영화제의 설경구’라는 별명이 붙었더라고요(웃음).”

연쇄살인범에 사이코패스, 불량배 등 그동안 영화에서는 주로 거친 역할을 많이 했는데 드라마에서 점점 신분이 높아지더니 결국 왕까지 하게 됐단다. 그만큼 배우로서 가진 카리스마와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자신감을 갖게 됐다.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1학년 두 딸에게 점수를 딴 것도 큰 성과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왜 안 될까’ 하는 조바심이 있었어요. 인기를 얻은 동기들을 부러워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랬기에 더욱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해요. 지금 주목받게 된 것도 무명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겠죠. 이제 막차로 출사표를 냈으니 늦게 주목받은 만큼 좋은 작품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MBC-TV 주말극 ‘욕망의 불꽃’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12월 김윤석, 하정우와 함께 출연한 영화 ‘황해’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만나볼 그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본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강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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