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그냥 배우로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연예인들과의 인터뷰는 어느 정도 형식적이게 마련이다. 혹시 기분 상할 법한 질문도 하지 않는 게 예의다. 그래서 이런 정형화된 형식을 깰 수 있는 꽃미남들과 허심탄회한 인터뷰를 마련했다. 아줌마 기자의 주책 맞고, 과감한, 때론 용감한 질문들을 통해 꽃미남 스타들의 매력을 속속들이 파헤쳐보는 것. 이 인터뷰는 격의 없는 분위기에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반말로 진행된다. (편집자 주)
서도영은 서른이 넘은 이후, 새로운 연기 영역에 첫발을 내디뎠다. 바로 액션 사극이다. OCN 케이블 채널 드라마 ‘야차’를 통해 ‘야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캐릭터’ 이백결 역을 맡은 것. 서도영은 “평소에 워낙 선한 이미지가 강해서 나쁜 역할, 강한 이미지의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케이블 드라마 사상 최초로 30억원이라는 큰 비용을 투자해 만든 이 드라마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다모’와 ‘주몽’의 작가 정형수, 영화 ‘역도산’의 작가 구동회가 극본을, ‘메디컬기방 영화관’과 ‘조선추리활극 정약용’ 등을 연출해온 김흥선이 연출을 맡아 일명 ‘드림팀’으로 불리며 세간의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20대에 이루고 싶은 꿈을 다 이루었다는 서도영. 서도영은 “30대에는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배우로서도 인정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그가 만들어가는 30대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판 ‘스파르타쿠스’… 정말 하고 싶었다
아줌마 드라마 ‘야차’의 첫 방송 반응이 굉장히 좋더라고. 배우들과 제작팀 모두 굉장히 기쁠 것 같은데, 분위기는 어때?
서도영 당연히 기뻐하지. 모두 후회 없이 촬영했거든. 남자배우들 그리고 감독님과 함께 모여서 봤는데 서로 정말 기뻐했지.
아줌마 이 작품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있어?
서도영 대본을 봤는데 내용이 재미있을 것 같았어. 한국판 ‘스파르타쿠스’, ‘조선시대 300’이라고 불리는 드라마가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거든. 나도 해보고 싶었어.
아줌마 한국판 ‘스파르타쿠스’와 ‘조선시대 300’이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어?
서도영 일단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그래서 캐스팅되고 나서 거의 두 달 동안은 닭가슴살, 고구마를 먹으면서 말 타는 연습, 웨이트트레이닝 등을 하면서 하루를 1년 같이 살았지.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다니면서 식사 관리를 철저하게 했어. 그런데 작품 중후반으로 갈수록 옷 벗는 장면이 거의 없다는 걸 알았지. 그 뒤로는 몸 생각 안 하고 열심히 잘 먹었어(웃음).
아줌마 닭가슴살 먹으면서 몸 만드는 게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어렵다던대?
서도영 그때는 정말 인생의 낙이 없었어. 나는 원래 떡볶이 같은 음식을 굉장히 좋아하거든. 이번 기회에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절실히 느꼈지. 앞으로는 다이어트하는 사람들 놀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
아줌마 그동안 선하고 착한 이미지의 역할만 해왔는데 이런 역은 처음이지?
서도영 지금까지 출연했던 드라마에서는 사랑앓이만 하고 말도 못하며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지. 사실 나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스킨십도 잘하는 스타일이야. 할 말도 잘하는 편이거든.
아줌마 겉보기와는 다른데? 호불호가 확실한 성격인가?
서도영 그냥 상황에 대한 판단이 서면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 그래서 사람들과 뒤끝도 없고 탈도 없는 편인 것 같아.
아줌마 자신의 연기에 대해 평가한다면?
서도영 항상 아쉬워. 부족한 점이 보이고. 저 장면에서는 표정을 왜 저렇게 지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많이 아쉽지.
아줌마 모니터는 매일 해?
서도영 이번 드라마는 사전 제작이라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워. 완성된 분량을 모니터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아줌마 그래도 사전 제작이라 아쉬운 점 없이 촬영하지 않았어?
서도영 다들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라는 고정 관념을 깨보자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해서 정말 열심히 했어. 케이블 채널의 역사상 큰 획을 그어보자는 생각으로 서로 타협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았지.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행복’
아줌마 ‘야차’의 이백결은 야망과 명예욕을 가진 인물인데, 실제 성격이 야망과 명예욕이 좀 있는 편이야?
서도영 일적인 부분에서는 성취욕도 크고 돈과 명예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인생에서의 우선순위는 아니야.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게 내 삶의 우선순위야. 돈과 명예가 있다고 해도 내가 살아가는 삶이 불행하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내 삶이 행복한 게 먼저야.
아줌마 그렇다면 지금은 행복해?
서도영 흠, 군대를 제대하고 모델을 준비할 때 참 예쁜 사랑도 하고 꿈도 가지고 재미있게 살았어. 하지만 정말 가난했어. 그때는 단돈 만원이 없었거든. 부모님한테 손 벌리기는 싫었고…. 행복의 기준을 따져보자면 경제적으로 풍족한 지금이 더 행복해야 하잖아. 그런데 행복의 가치를 따진다면 그때가 더 행복했어.
아줌마 지금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뭐야?
서도영 지금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뭐랄까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허전함이 아닐까.
아줌마 마지막 사랑은 언제였는데?
서도영 ‘내 인생에 사랑은 딱 한 번’이었어. 8년 전에 만났던 사람. 지금도 그 사람이 잘됐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빌어.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동안 나와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이 모두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줌마 어떤 사랑을 기다리는 거야?
서도영 영화처럼 첫눈에 반하는 그런 사랑도 좋겠지만 서서히 물들어가는 사랑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서도영 지금은 잊었는데 그때만큼 사랑했던 순간이 없었으니까.
아줌마아내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서도영 서로 함께 있는 게 즐겁고, 무언가를 같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언제나 내 편이 돼주었으면 좋겠어. 때론 내가 보듬어주고, 때론 내가 기댈 수도 있는 그런 사람.
‘인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줌마 데뷔한 지는 얼마나 됐어?
서도영 2005년 ‘드라마 시티’로 데뷔했고, 2006년 ‘봄의 왈츠’를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어. 많은 스펙트럼을 가진 연기자가 되는 게 꿈이라 풍부하게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많은 작품에 출연했어.
아줌마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서도영 그야 물론 ‘봄의 왈츠’의 윤재하지. 그때 정말 ‘윤재하’ 캐릭터에 푹 빠져 살았거든. 하지만 신인 배우가 대작을 끌어간다는 게 부담도 되고 중압감도 있었어.
아줌마 그동안 슬럼프는 없었어?
서도영 없었어. 배우로 살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그런 사람들은 남들에게 보여주는 삶에 많은 무게를 두어서 그런 것 같아. 하지만 나는 살아가는 삶이 더 중요해. 지금 이 순간 일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살면 되는 거지. 내가 꼭 스타로서 화려하고 멋진 삶을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일 욕심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야. 나는 배우로서 오래 남을 영화 한 편을 찍는 게 목표야. 그 사람 생각하면 다른 작품이 기다려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
아줌마 연기하면서 ‘어렵다’, ‘벽에 부딪친다’라고 느껴질 때는 없었어?
서도영 언제나 어렵고 벽에 부딪치지. 내가 한참 부족하다는 걸 느껴. 필요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할 때나 날씨 등의 영향을 받고 민감해질 때도 있으니까. 또 작가나 감독님의 연출 의도를 놓쳤을 때라든가. 난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아줌마 평소 인기에 대한 생각은 어때?
서도영 유명한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 스타가 되면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으니까. 이유는 단지 그거 하나야.
아줌마 팬들을 직접 챙기는 편이야?
서도영 그럼, 팬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 팬은 나한테 고맙고 소중한 존재지. ‘봄의 왈츠’를 사랑했던 팬들이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고 감사해.
좋은 사람 생기면 결혼은 언제든지 OK
아줌마 원래 성격은 어떤데?
서도영 낯을 가리는 편인데 길지는 않고, 친해지면 편하게 지내. 완전히 마음을 오픈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한테만큼은 100% 오픈할 수 있지.
아줌마 성격이 까칠하진 않아?
아줌마 일을 할 때는 까칠한 부분이 있어. 그렇다고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내거나 하는 건 아니고. 어릴 때는 그랬을 수 있지만 이제 서른이 되니까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안 그래.
아줌마 20대와 30대를 비교해볼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서도영 20대에 세웠던 목표는 다 이뤘어. ‘경제적 독립’, ‘메인 모델’, ‘드라마 주인공’ 등. 돈도 모아서 집도 샀거든.
아줌마 대단한데. 그럼 30대의 목표는 뭐야?
서도영 가장 큰 목표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고, 두 번째 목표는 인정받는 배우가 되는 거야.
아줌마 30대에 둘 다 이루는 게 가능하겠어?
서도영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연기도 열심히 할 거고, 결혼은 좋은 사람 생기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 결혼이라는 건 어차피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한 거잖아.
아줌마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서도영 지금까지 해왔던 그 어떤 역할보다 ‘동정이 느껴지지 않는 야비하고 악랄한 역할’, ‘밉상이 아닌 찌질한 역할’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 역할에 대한 욕심은 진짜 많은 편이야.
아줌마 인간 서도영의 꿈은 뭐야?
서도영 대한민국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되고 싶어. 연기자가 아닌 인간 서도영으로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나만 행복한 게 아니라 도움이 되고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 그게 나의 꿈이야.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