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열의 치명적인 매력 탐구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적 실력만으로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유희열은 과거 10년 이상 라디오 DJ로 활약하며 청취자와 소통했다. 마음을 움직이는 재치와 위트, 현실을 절묘하게 꿰뚫는 속 시원한 풍자, 때로는 코믹한 농담까지 라디오 세계에서는 이미 절대적인 존재로 통할 만큼 고정 팬들도 많다. 이와 같은 그의 탁월한 진행 능력은 지난 2009년부터 방송되고 있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라디오에서 비디오로 고스란히 옮겨져 벌써 3년째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는 고민이 많았어요. 사람들이 제 얼굴을 봐도 누군지 잘 모를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주위 반응도 그랬고요. 그런데 이제는 어린 친구들까지도 알아봐줘요. 다만 제가 원래 음악을 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아요. 데뷔한 지 오래된 개그맨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웃음).”
비록 음악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그는 마냥 진지하지 않다. 19세 미만 시청 불가 표시가 뜰 만큼 야한 농담을 툭툭 던지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고백하는 게스트 앞에서는 갑자기 멱살을 잡는 웃지 못할 리액션을 취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복장을 한 채 솔로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가끔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성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을 때도 시청자들은 그의 뻔뻔함에 콧방귀를 뀌기보다는 오히려 더 뜨겁게 반응한다.
“사람들이 제게 열광하는 이유? 글쎄요. 일단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제 외모가 괜찮다는 글밖에 없더라고요. 자꾸 그렇게 얘기하니까 저 스스로도 이제는 그게 진실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돼요(웃음).”
그러나 그가 음악을 배제하고 재미로만 프로그램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아니다. 음악이라는 기본적인 바탕 위에서 출연자들이 한 번이라도 더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가 관객과 시청자에게 더 잘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코믹한 연출을 시도한 것이다.
“무대 위에서 게스트들을 맞이할 때만큼은 저 스스로 음악인이라는 생각을 지우고, 철저하게 전문 MC라는 마음을 가져요. 그래서 간혹 제가 원래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봤을 때 오히려 제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프로그램을 통해 친해진 뮤지션들도 많다.
“루시드 폴은 오랫동안 함께 출연했는데 그 친구가 그렇게 웃길 줄은 정말 몰랐어요. ‘만지다’라는 코너를 진행해줬던 이적씨는 성대가 굉장히 부러웠고요. 물론 외모는 절대 아니에요(웃음). 아이유도 기억에 남아요. 가끔 아이유가 제게 문자를 보내는데 저는 원래 답장을 잘 안 하는 남자거든요. 그래서 답을 하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 마주칠 때면 왠지 분위기가 좀 싸했어요(웃음).”
유희열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스케치북’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대중음악계에서 이 프로그램만큼은 트렌드와는 상관없이 계속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물론 가끔은 시청자의 눈을 동그랗게 만드는 파격적인 방송도 하겠지만(웃음), 좋은 순간을 기억해주시는 시청자분들이 더 많았으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사라지지 않도록 계속 지지해주셨으면 해요.”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제공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