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인한 여전사로 변신한 김정화
“말갈족의 여전사 ‘설지’는 남자 못지않게 용맹스러운 캐릭터예요. 할 수 있는 것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많은 역할이죠. 2008년에 출연했던 ‘바람의 나라’ 이후 두 번째 사극인데 그때는 태자비 역이라 주로 걷는 정도의 편안한 연기만 했었거든요. 이번에는 액션이 많아요.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지만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100부작을 넘나드는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KBS 대하드라마는 긴 호흡만큼 촬영이 고되기로 유명하다. 특히 무더위 속에 무거운 전통 의상을 입고 액션신을 소화해야 하는 여름 촬영은 웬만한 남자배우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여배우로서 달갑지 않을 만도 한데 정작 그녀는 신난 표정이다. 여전사라 예쁜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없어 아쉽지 않으냐는 물음에는 “내가 원래 예쁜 얼굴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예뻐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게 오히려 예뻐 보일 수 있더라고요. 야외 촬영이 많아 피부가 상할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이 정도쯤은 괜찮아요. 치료도 받고 팩도 하면서 나름 관리를 하고 있어요.”
그녀의 털털하고 씩씩한 성격은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언제나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성품은 힘겨운 촬영장에서 동료 배우들뿐 아니라 스태프들에게도 큰 에너지가 되고 있다. 드라마의 총지휘를 맡고 있는 김종선 감독은 “무술과 승마 연습에 연기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타고난 여전사가 아닐까 싶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얼마 전 인터뷰를 통해 3년 전 수술을 받은 어머니의 암이 최근 재발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던 그녀. 평소 효녀로 유명한 김정화는 촬영 틈틈이 어머니 곁을 지키며 말동무이자 사랑스러운 딸이다. 그녀는 어머니께 “잘 치료받아줘서 고맙고, 내가 꼭 지켜줄게”라는 말을 전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느덧 데뷔 10년, 그녀의 연기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은 배우 김정화의 인간미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서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