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가 필요한 남자 김정훈
“연기가 무척 하고 싶었어요. 군대에서는 주말에 시간이 많아 TV 드라마를 즐겨 봤는데 그럴수록 연기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지더라고요. 남자 배우들이 멋지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첫 번째로 든 생각은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였고, 그 다음에 든 생각은 ‘저 분도 좀 있으면 군대에 오겠네. 고생하세요’였어요(웃음).”
군 생활은 그가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열정과 원동력을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 내성적이었던 성격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소수의 지인들과만 어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홀로 보냈지만, 이제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기기 위해 먼저 약속을 잡고 나서는 일이 늘었다.
“드라마 ‘궁’에 출연했을 때와 지금의 저는 굉장히 달라요. 보다 적극적으로 변했고 잠자는 시간이 조금 줄더라도 연기하는 순간들이 무척 뿌듯해요. 누구와 만나도 편하게 대화를 나누려고 하고요. 군 복무 후 제 성격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이유 없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는데 군에 다녀온 후 그런 생각들이 사라졌어요.”
공백기를 통해 내적인 성숙 과정을 거친 김정훈은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tvN 수목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를 선택했다. 이전 작품들에서 주로 동화 속 왕자님 같은 모습을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털털하고 수더분한, 실제 그의 모습에 더 가까운 캐릭터를 보여줄 계획이다.
“11년 전 ‘UN’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한 후 저는 늘 모범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 안에만 갇혀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그렇게 고급스러운 남자가 아니거든요. 고운 말만 쓰는 것도 아니고요. 제 또래 보통 남자들과 똑같아요. ‘밥 먹었어?’ 대신 ‘밥 먹었냐?’라고 말하는 게 더 편하고요.”
‘로맨스가 필요해’는 33세 동갑내기 세 여자의 일과 사랑, 우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극중 김정훈은 10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 선우인영(조여정 분)을 버리고 또 다른 연하의 여자와 새로운 사랑에 빠져 한눈을 파는 김성수 역을 맡았다. 오랜 연인에게 먼저 용서를 구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솔직한 성격 탓에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자신의 외도를 거침없이 인정하는 인물이다.
드라마가 아닌 실제 김정훈의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대답은 의외였다. 20대 초반에는 연애가 그의 삶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사랑보다 일이 우선이라고 한다.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여자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하는 그는 현재 ‘연애 소강기’ 상태다.
“고등학생 시절의 첫사랑과 스무 살 때의 두 번째 사랑 이후 다시 누군가를 깊이, 많이 사랑해본 적이 없어요. 못 잊는 게 아니라 그 두 번의 사랑이 제 안에 너무 깊이 박혀 있거든요. 평생 할 사랑을 그 때 다 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는 사랑이 쉽게 와 닿지 않고요. 언젠가는 다시 사랑이 찾아올까요?(웃음)”
데뷔 11년 차 김정훈은 그동안 자신을 한정 짓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그의 새로운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 서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