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로맨틱한 ‘완벽남’에서 ‘짐승남’으로 180도 변신

윤계상, 로맨틱한 ‘완벽남’에서 ‘짐승남’으로 180도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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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TV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윤필주’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남자다. 직업은 한의사에, 잘생긴데다 모두에게 ‘비호감’으로 낙인찍힌 여인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고 오매불망 해바라기 사랑을 보내는 남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지 않은가. 윤계상(33)도 동의했다.

윤계상, 로맨틱한 ‘완벽남’에서 ‘짐승남’으로 180도 변신

윤계상, 로맨틱한 ‘완벽남’에서 ‘짐승남’으로 180도 변신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에게는 구애정에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가 심장이식 수술을 받을 때 의사가 수술실에 틀어놓았던 노래가 하필 ‘국보소녀’의 노래였고 그로 인해 구애정은 그에게 피해갈 수 없는 두근거림이 되었다. 독고진이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를 외칠 때 그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던 시청자들은 자신이 의도하지도, 제어할 수도 없는 상황에 끌려 구애정과 마법 같은 사랑에 빠지는 독고진을 보며 마음껏 즐겼다.

윤필주의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자신을 스폰서로 오해한 구애정으로부터 느닷없이 물세례를 받은 강렬한 첫 만남 이후 몇 번의 우연이 겹쳐 사랑으로 발전했다. 로맨틱 코미디에 흔히 등장하는 낯설지 않은 공식이지만 독고진이 가진 절대적 이유를 ‘극복’하긴 힘들었다. 그렇게 윤필주는 짝사랑하는 여인을 붙잡아주고 위해주고 보내주는 ‘좋은 사람’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고 시청자들은 그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연민을 보냈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흥행으로 윤계상은 연기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드라마에선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지만 현실 세계에선 여심을 흔드는 데 성공한 듯하다. 요즘 여자들이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윤필주 같은 남자 없나?”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걸 보면 말이다. 사려 깊고 순수한 성격에 짝사랑의 순정을 간직한 완벽남. 윤계상은 그토록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일상적인 느낌을 입혔다. 무언가 억지로 만들려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좋은 분위기’만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으니 이제 제법 자신이 가진 강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데 익숙해진 듯하다.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윤필주와 윤계상의 경계가 모호해 보였던 것도 그가 큰 무리 없이 캐릭터를 입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로 연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7년. 그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 ‘사랑에 미치다’, ‘트리플’, ‘로드넘버원’을 비롯해 영화 ‘6년째 연애 중’, ‘비스티보이즈’, ‘집행자’ 등 이제까지 출연했던 작품들이 어느새 열 손가락을 훌쩍 넘긴다. 크게 흥행한 작품은 없었지만 그래서 아이돌 스타 시절만큼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성장해왔다. ‘최고의 사랑’은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번 드라마가 윤계상에게 ‘구세주’ 같은 작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의 반응은 잔잔하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안 되면 다른 길을 찾아보려 했다고 담담하게 웃을 뿐이다. 흥행에 맞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체득하기에 7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연기에 도전할 때마다 갈증을 느꼈고 그 갈증을 채워가며 지금에 다다랐다.

“예전에는 캐릭터에 저를 맞추어 연기하기 급급했다면 이제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이 온 것 같아요. 어떤 배우든 시대와 작품의 타이밍이 맞아떨어져야 빛을 본다는데 전 올해 좋은 기회를 만난 것 같습니다.”

영화 ‘풍산개’에서 윤계상은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영화 ‘풍산개’에서 윤계상은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새로운 도전, 터닝포인트를 맞다
올 여름 윤계상은 ‘짐승남’과 같은 야생적인 매력으로 스크린을 공략한다. 부드럽고 로맨틱한 윤필주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그는 김기덕 사단의 영화 ‘풍산개’에서 휴전선을 넘나들며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세 시간 만에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풍산’ 역을 맡았다. 노 개런티 출연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이다.

“꼭 하고 싶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개런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이 영화를 위해 노 개런티로 참여했고 저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인 만큼 배우로서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의 말대로 ‘풍산개’는 윤계상에게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두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그는 대사 없이 표정과 액션만으로 연기를 펼친다.

“맨 처음 대사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표정과 액션만으로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대사 없이 온몸으로 연기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영화가 끝나기 전에는 한마디쯤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끝내 ‘풍산’은 입을 열지 않는다. 소속과 출신이 베일에 가려진 정체불명의 사나이인 만큼 말투나 목소리를 통해 관객들이 과거를 추적할 만한 여지를 남기지 않은 것이다. 그는 오로지 눈빛과 액션만으로 ‘풍산’의 감정을 표현해내며 영화를 끌고 나가는 저력을 과시했다. 흥미로운 연출과 스토리, 그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으로 이미 떠들썩하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영화에서 휴전선 철조망을 장대 하나로 뛰어넘는 비현실적인 몸놀림을 보이는 만큼 몸매 관리에도 특별히 신경 썼다. 휴전선을 넘는 장면에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운동은 god 시절부터 꾸준히 했어요. 영화를 위해 폭풍 다이어트를 했다는 기사가 뜨기도 했는데 그건 아니에요. 한 달 정도 액션스쿨에서 수업을 받으며 몸을 다듬었죠.”

윤계상은 이번 영화를 통해 그동안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과묵하고 거친 캐릭터를 선보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보였다. 윤필주와 풍산, 극단적인 두 캐릭터를 비교하며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둘 중 실제 윤계상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윤필주는 지극히 이상적이고 멋진 남자예요. 그렇게 부드럽고 해바라기식으로 한 곳만을 바라보는 남자는 현실에 없을 것 같아요. 풍산처럼 말 한마디 없이 과묵한 스타일도 아니고요. 그 중간쯤이지 않을까 싶어요.”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윤필주의 로맨틱한 매력에 빠져들었다면 이번엔 ‘풍산’의 거친 매력에 빠져보자. 한층 성숙하고 깊어진 윤계상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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