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트레이닝 사업가로 변신…이상우, 또 하나의 꿈

보컬 트레이닝 사업가로 변신…이상우, 또 하나의 꿈

댓글 공유하기
ㆍ“정신없이 달려온 12년, 이제 제 일을 찾았다는 느낌이에요”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의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로 이어지는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은 순식간에 대중을 평가단으로 만들었다. 도처에서 ‘누가누가 잘하나’라는 질문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가수 이상우가 보컬 아카데미를 개설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가수에서 사업가로, 그리고 또다시 음악으로 돌아온 그는 할 말이 많았다.

보컬 전문 교육 부족한 현실, 체계적 강의법 필요해
보컬 트레이닝 사업가로 변신…이상우, 또 하나의 꿈

보컬 트레이닝 사업가로 변신…이상우, 또 하나의 꿈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컬 트레이닝’이라는 작업에 대한 관심을 높인 건 사실이다. 그동안 ‘가수의 노래 선생님’ 정도로만 알려졌던 보컬 트레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보컬 트레이닝이 생각보다 섬세한 작업이며 어떤 트레이너를 만나느냐에 따라 가수의 가창력과 표현력, 즉 가수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알려지게 됐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순위가 ‘연예인’인 시대, 보컬 아카데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에만 300여 개의 보컬 아카데미가 있어요.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히트를 치며 전국적으로 많은 보컬 아카데미가 생겨나고 있는데, 문제는 그중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느냐는 거죠.”

20년 넘게 가수 생활을 하며 절감했던 것 중 하나가 노래를 잘 가르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노래를 배우기도 참 어렵다는 뜻이다.

“사람들의 생김새가 서로 다르듯, 성대와 목소리가 가진 음색도 모두 달라요. 각각의 사람마다 노래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분석해내고 그 문제점에 대해 정확한 해결책을 찾아주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고요. 그건 1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보컬 트레이너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이와 같은 쉽지 않은 분야에 그가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무엇일까. 처음 출발은 작곡가이자 보컬 디렉터인 안진우 교수와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안진우 교수는 이상우의 노래 ‘비창’과 ‘오사라’를 비롯해 이상은의 ‘언젠가는’, 강수지의 ‘내 맘 알겠니’ 등을 히트시킨 작곡자로 가수들 사이에서는 이미 정평이 난 보컬 디렉터다. 최근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일약 신드롬을 일으킨 임재범과 휘성 등 그의 디렉팅을 받았던 가수들은 그에게 전폭적인 음악적 신뢰를 보내며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안진우 교수는 제가 가수 데뷔를 할 때 함께 작곡가로 데뷔한 친구예요. 작곡가와 보컬 디렉터로 한창 잘나가던 중에 갑자기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가수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다 보니 막히는 게 많다고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이 친구가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 싶었는데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학생들에게 보컬 강의를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굉장히 체계적이고 디테일한 레슨법을 강의하더라고요. 곁에서 오랜 시간 커리큘럼을 완성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됐죠.”

보컬 트레이닝 사업가로 변신…이상우, 또 하나의 꿈

보컬 트레이닝 사업가로 변신…이상우, 또 하나의 꿈

사실 5, 6년 전까지만 해도 요즘처럼 체계적인 보컬 트레이닝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었다. 작곡가가 가수에게 곡을 주거나 녹음을 할 때, 곡을 설명하거나 연습시키는 정도였고 전체적인 감정선이나 고쳐야 할 점을 짚어주는 게 다였다. 가수를 꿈꾸는 이들은 점점 많아지는 것에 비해 전문 교육이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그에게 안진우 교수의 레슨법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안교수의 커리큘럼이 완성될 무렵 그는 일을 벌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음악계의 명문(名門)을 만들어보자’라는 각오로 국내에 내로라하는 실용음악과 교수 10명을 모았어요. 보컬 레슨에는 아주 많은 디테일이 있는데 그 자잘한 팁들은 결국 트레이너들의 오랜 경험과 공부로 터득한 노하우에서 나와요. 매주 연구 세미나를 하며 머리를 맞댔죠. 체계적인 레슨 커리큘럼을 만드는 데 2년 가까이 걸렸어요. 그걸 토대로 보컬 아카데미를 열게 된 거예요.”

꿈을 좇아 노래를 찾는 사람들
아카데미를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중·고등학생들부터 대학생과 직장인, 쉰 살이 넘은 중년들도 노래를 배우러 온다. 크고 작은 각자의 꿈을 좇아 아카데미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알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오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노래를 잘하고 싶어 하잖아요. 좋은 노래는 듣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노래 잘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받게 돼요. 이성에게 잘 어필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노래일 거예요. 저는 가수로 노래를 하며 살아왔잖아요. 어딜 가든 제가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줬어요. 노래 덕분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요. 좋은 노래로 그만큼 행복을 누렸으니 다른 사람들도 그 행복을 맛보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나 봐요.”

좋은 소리를 내는 기본적인 방법들은 이미 책에 다 나와 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몸으로 익히게 하느냐다.

“소리는 근육의 움직임이에요. 몸의 어느 근육을 어떻게 써야 소리가 나는지, 호흡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해부학적 지식도 필요해요. 말로만 설명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차근차근 순서에 맞게, 오랜 시간의 코칭 경험과 그만큼의 노하우를 가진 트레이너에게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호흡과 발성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테크닉을 얹어봤자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잘못하면 목소리를 망쳐버리는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그렇게 되면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꿈을 망치게 되는 거예요.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이에요.”

실력있는 보컬 디렉터로 정평이 난 안진우 교수와 함께.

실력있는 보컬 디렉터로 정평이 난 안진우 교수와 함께.

그는 보컬 트레이닝에 대해 물어오는 학생과 부모들에게 적어도 10년 이상 코칭 경험이 있는 강사에게 배우라고 조언한다. 또 이론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트레이너는 피하고, 커리큘럼이 탄탄하게 정해져 있고 강의가 표준화되어 있는 곳이 좋다고 추천한다. 되도록이면 여자는 여자 강사에게, 남자는 남자 강사에게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된단다.

“예전에는 자식이 연예인을 하겠다고 하면 부모들이 따라다니면서 말렸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와요. 저희 아카데미에도 아이를 가수로 키우는 데 적극적인 부모들이 많아요.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위상도 그만큼 높아졌고요. 이제 스타는 아이들의 전부예요. 스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치죠. 그런 면에서 연예인으로서 갖는 사회적 책임이 굉장히 커졌다고 봐요. 아이들이 꿈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작업도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돈이 목적이었다면 보컬 아카데미를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보컬 아카데미는 가수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 또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업 12년 차, 인생의 소중한 것 놓치고 살았다
요즘 좀처럼 TV에서 보기 힘든 그에게서는 연예인보다 사업가의 풍모가 풍긴다. 사업 12년차, 그가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다. 한가인과 장나라, 휘성 등 굵직굵직한 스타를 발굴하며 매니지먼트 사업가로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카페와 교육 사업, 부동산, 의류 사업 등 경력도 화려하다. 중간에 몇 번의 고비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남다른 사업 수완을 발휘해 위기를 넘겼다. 12년 동안의 경험치가 쌓이며 사업가로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이 시점에 보컬 트레이닝 사업을 시작한 것은 그의 오랜 꿈 때문이다.

“이제 제 일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앞으로 50년, 100년 동안 이어질 수 있는, 제대로 된 가수와 배우를 키워내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그런 다음 시골에 내려가 대안학교를 만들 거예요. 저는 교장 하고 우리 승훈에겐 심부름시키려고요(웃음).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평생 살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1999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도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 승훈이 때문이었다. 그는 결혼 3년 만에 얻은 아들 승훈이가 생후 38개월 만에 발달장애 판정을 받자 큰 절망에 빠져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곤 했었다. 그런 그를 아내가 일으켰고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애틋한 가족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알려지며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승훈이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난생처음 사업에 뛰어든 그는 주위를 돌아볼 새도 없이 12년을 달려왔다.

“돈이라도 많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승훈이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에요.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고 사랑해주는 것이 아이를 진정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하잖아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러는 동안 정말 중요한 걸 잃어버리고 살게 되더라고요. 사업이라는 것이 전방위적인 능력을 요하는 분야예요. 온 신경을 한 곳에만 쏟다 보니 다른 부분은 소홀하게 돼요. 결국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시작한 일 때문에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고 다시는 못 올 소중한 시간을 흘려버리게 된 거예요. 그걸 알고 난 뒤로는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게 됐죠.”

보컬 트레이닝 사업가로 변신…이상우, 또 하나의 꿈

보컬 트레이닝 사업가로 변신…이상우, 또 하나의 꿈

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가수로 성공한 사람이었다. 어느 한 부분에서 성공했으면 됐지, 또다시 사업을 벌여 성공하려는 것이 스스로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닌지 후회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사업가로 활동하며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것만으로 그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요즘은 아주 좋아요. 예전 같으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어요. 빨리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밤에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는데 요즘은 그냥 느긋하게 가자는 마음이에요. 자신도 있고요.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매일 받는 선물, 가족
얼마 전 가수 김태원이 방송을 통해 발달장애 아들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 그의 가슴 아픈 고백에 많은 사람들이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같은 경험을 가진 아버지로서 그의 심정이 남달랐을 듯하다.

“사실 저도 처음엔 밝히는 게 두려웠어요. 의도치 않게 한 잡지를 통해서 알려지게 됐는데 그땐 너무 화가 나서 기사를 쓴 기자를 고소하려고 했을 정도예요. 하지만 어차피 알려질 일인데 이렇게 된 거 숨김없이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방송을 하게 됐고 지금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우리 아들을 알아봐주고 발달장애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시니까요. 저도 많은 것을 배웠어요. 죄지은 게 아니잖아요.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다는 게 주위에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숨길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제 운명에 우리 아이가 있었던 거예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승훈이는 두 달 전 수영을 그만뒀다. 장애인 대회는 물론이고 일반인 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수영선수로 뛰어난 재능을 뽐냈지만 그보다 재작년부터 시작한 트럼펫에 흠뻑 빠져 있다.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할 정도로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승훈이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아무래도 자신을 닮은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근 시작한 골프에도 흥미를 보이고 있다며 그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올해 일곱 살 된 둘째가 요즘 어찌나 재롱을 부리는지, 하루하루가 선물 같고 축복 같아요.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누구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인터뷰 말미, 그는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 행복한 네 식구는 없었을 거라고. 돌아보면 그의 인생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언제나 시작하는 마음으로 살았고 그 밑바탕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다. 가족을 생각하는 그의 얼굴에 더없이 행복한 미소가 감돌았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주석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