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와 함께 나눔의 레이스 펼친 션

두 아이와 함께 나눔의 레이스 펼친 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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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마라톤은 인생에 비유되곤 한다. 그만큼 체력과 끈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의 홍보대사인 가수 션은 이 싸움을 무사히 치러냈다. 전 세계 가난한 어린이들의 희망을 위해 그는 하음·하랑 남매와 함께 달렸다. 옆에서 지켜본 어느 일요일 아침의 레이스는 감동적이었다.

유모차 끌고 레이스 펼친 션의 무한 도전
두 아이와 함께 나눔의 레이스 펼친 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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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 일요일 오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광장은 5천여 명의 인파로 가득했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가 주최한 ‘제1회 NB 레이스’가 열린 것. 가족끼리, 연인끼리 혹은 동호회 회원들과 삼삼오오 모여 출발을 기다리며 몸을 풀고 있는 이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으니, 유모차와 함께 등장한 두 아이의 아버지였다. 마라톤 대회에 웬 유모차냐며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본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연을 알고 난 후엔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딸 하음(6), 아들 하랑(5)을 유모차에 태우고 달린 한국컴패션 홍보대사 션(본명 노승환, 40)과 여섯 가지나 되는 불치병을 안고 태어난 은총(9)과 함께 도전한 박지훈씨(37)의 인연은 각별하다. 지난해 MBC-TV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중증 장애아 은총이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아버지 박지훈씨의 사연을 접한 션은 지금껏 은총이 부자를 응원해왔다. 그 인연으로 션이 이번 마라톤 대회 참가를 제안한 것이다.

션·정혜영 부부는 2010년부터 한국컴패션의 홍보대사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2005년에 6명의 어린이와 결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한국컴패션과 인연을 맺은 이 부부는 2010년 아이티 지진 직후 1억원의 긴급 구호 기금을 내놓기도 했으며 올 초에는 지진 사고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티 어린이 100명의 후원을 추가로 약속하며 모두 26개국 206명의 어린이의 부모가 됐다. 션은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과 후원자를 맺어주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9년부터 후원자 100명 결연을 목표로 10km 마라톤에 출전해 그해 106명, 작년에는 111명의 후원자를 찾았다. 올해의 목표도 100명. 그야말로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알리기 위한 활동이다. 아이들과 함께한 올해의 마라톤은 그래서 더욱 뜻 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세 번째 레이스에 나선 션에게도 이번 도전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들을 태운 유모차의 무게도 만만치 않은데다 더운 날씨와 오르막길 등의 주변 환경 때문이다. 도전에 앞서 션은 트위터와 미니홈피에 ‘코스에 언덕과 1km가량의 비포장도로가 있다고 해서 많이 망설였는데, 우리 아이들의 삶도 굴곡과 장애물이 있을 테니 그 굴곡과 장애물을 동행하고 헤쳐 나가보자는 생각에 뛰기로 했다. 나는 아빠다!’라며 참가에 대한 결심을 밝혔다.

오르막길도, 비포장길도 막을 수 없어
두 아이와 함께 나눔의 레이스 펼친 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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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에 선 션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엿보였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꼭 완주해야 한다는 목표와 수많은 인파 속에서 주목을 받으며 뛰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으리라. 유모차 탈 나이가 지났음에도 대회 진행상 어쩔 수 없이 유모차에 1시간이 넘도록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하음이, 하랑이는 상황이 영 마땅치 않은지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출발 전,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무사히 뛰게 해달라는 기도를 마친 션은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유모차를 밀며 뛰기 시작했다. 출발은 여유로웠다. 가뿐히 한 손으로 유모차를 밀며 다른 참가자들이 앞서가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크게 도는 코스라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뛰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과자와 사탕까지 건네며 무리 없이 뛸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후반부 비포장길 코스부터였다. 2인용 유모차가 덜컹거렸다. 속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했다. 목표 지점을 1.5㎞ 정도 앞둔 상황에서는 가장 난코스인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던 션은 “거의 다 왔어!”라고 외치며 힘을 북돋웠다. 결국 션과 아이들은 1시간 03분 57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땀범벅이 된 아빠와 달리, 유모차에서 내린 아이들은 이제야 신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발을 힘껏 구르며 뛰어놀았다.

혼자 몸으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를 잘 아는 참가자들은 션은 물론 박지훈씨를 향해서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두 아빠의 감동적인 도전을 지켜본 참가자들은 후원의 기쁨을 함께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완주 후 션은 트위터를 통해 1:1 결연 신청을 한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10km 뛰고 바로 예배를 드리러 지금 교회에 왔어요. 나는 아빠다!’라는 뿌듯함이 담긴 멘션을 남겼다.

동반 마라톤 레이스를 펼친 박지훈·은총 부자와 함께한 션 가족.

동반 마라톤 레이스를 펼친 박지훈·은총 부자와 함께한 션 가족.

이번 대회를 주최한 뉴발란스는 마라톤 참가자를 대상으로 1km당 1달러의 기금을 컴패션 프로젝트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케냐의 어린이 250명을 위한 교실 증축과 방글라데시 어린이 1천여 명을 위한 놀이터 조성에 사용된다고 한다.

“나눔은 받는 사람만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합니다. 그 행복, 여러분도 누리면서 살고 싶지 않으세요?”

아내 정혜영과 함께 ‘기부천사’로 불리는 션. 지난 2005년 결혼한 두 사람은 매년 결혼기념일이면 어려운 이웃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밥퍼나눔운동’ 을 이어오고 있다. 슬하에는 이날 마라톤에 참가한 하음, 하랑 외에 셋째 아들 하율이 있으며, 오는 8월에는 넷째 아이 탄생을 앞두고 있다. 행복한 가장이자 나눔을 몸소 실천하는 그를 가까이서 지켜보니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진심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제공 / 이성원, 한국컴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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