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재주, 노래에까지 이르다! 윤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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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원은 보기만 해도 유쾌한 탤런트다. 과거 개그맨으로 데뷔했던 이력 때문많은 아니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맡아온 역할들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연기가 많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맨홀 뚜껑을 잘못 밟아 요도가 파열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이 소식을 듣고 특히 남성 팬들이 아픔을 공감하며 절규했다.

잔재주, 노래에까지 이르다! 윤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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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능상의 문제는 없습니다!
윤기원(40)을 만났다. 불과 두 달 전, 불의의 사고를 겪은 사람치고는 건강해 보였다.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그의 수술 부위는 두 눈을 마주하고 쉽게 물어보기 어려운 곳, 중요한 부위를 다친 치명적인 사고였다. 정말 아무 문제없이 완치가 됐는지 궁금했다.

“어딜 가도 눈치를 보며 던지는 첫 질문이죠. 언제 그 질문을 듣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제 괜찮습니다. 기능상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성능 향상을 위해 한두 번 통원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사건은 지난 4월 1일 발생했다.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한 상황이 윤기원에게 일어났다. 그가 길을 가다 맨홀 뚜껑을 밟았는데 안전장치가 풀린 맨홀의 한쪽 부분이 올라와 그의 중요 부위를 강타한 것이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윤기원은 현재 관련 건물 소유주와 피해 보상 소송 중이다.

“소송은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안전 관리 소홀의 문제가 가장 크니 보상은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아닌 누구라도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윤기원이 당한 흉흉한 사고 소식이 퍼지면서 특히 인터넷상에서 남성 팬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고통인 것처럼 괴로워하며 팬클럽 게시판에 위로의 글을 남겼다. 그들에게는 윤기원이 아직 미혼이라는 점도 안타까움의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부끄럽기만 하단다.

“지하철에서 사람을 구하다가 다친 것도 아니고… 게다가 다친 부위가 부위이다 보니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좀 뭐한 면이 있죠. 사실 여성들이 더 걱정해야지, 남성들이 왜 걱정하시나요?(웃음)”

이제 그도 웃고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걸까. 아마 그를 진심으로 걱정했을 사람은 가족, 그리고 현재 교제 중인 여자친구였을 것이다. 그에게는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사귀고 있는 연인이 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여자친구가 밤을 새워 간호를 해줬어요. 덕분에 많이 안정을 찾았죠. 항상 고마워요. 여자친구에 대한 자세한 신상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게요.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고 또 개인적인 연애사를 마케팅으로 삼고 싶지 않거든요. 때가 되면 알려드릴게요.”

그는 교제 중인 여성은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로 띠 동갑 이상 차이 나는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결혼은,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평생 감싸주며 살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 때 할 거란다. 그러고 보니 윤기원은 보기보다 신중한 노총각인 모양이다.

잔재주, 노래에까지 이르다! 윤기원

잔재주, 노래에까지 이르다! 윤기원

연기 경력 15년, 아직 배고프다
윤기원은 방송 20년 차 베테랑 배우다. 1991년 KBS 공채 7기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데뷔했고 이후 1996년에는 SBS 6기 공채 탤런트 시험에 도전해 탤런트로 다시 데뷔했다. 독특한 이력이다. 요즘 연예인들은 영역을 넘나들며 개그맨이나 방송인, 가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는 굳이 방송국 공채 시험을 통해 어렵게 연기를 시작했다.

“전 ‘타이틀’이 갖고 싶었어요. 제가 개그맨 공채로 입사한 후 연기를 하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결국 개그맨이거든요. 시작이야 어쨌든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 것이 싫었어요. 미국이나 유럽은 개그맨이라도 배우로 인정해주며 그가 출연한 영화를 진지하게 봐요. 그런데 우리는 유독 개그맨에 대해서는 진지한 시선이 없어요. 그 정서 때문에 다시 연기자 공채 시험에 도전한 거죠.”

윤기원은 연기자로 활동하던 초창기 때, 자신의 개그맨 이력이 언급되는 것에 대해 민감했다. 가끔 ‘윤기원? 개그맨이잖아?’ 하며 캐스팅을 꺼리는 관계자를 만나면 그는 열성적으로 해명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10년 넘게 연기와 마음공부를 병행했더니 이제 괘념치 않아요. 개그맨 활동을 했던 시간들도 결국 제 인생의 역사인걸요. 그리고 이제는 개그맨보다 정식 연기자로 봐주는 분들이 더 많으니까 괜찮습니다.”

배우가 된 후, 그의 인생이 탄탄대로였던 건 아니다. 오랜 세월 조연에만 머물러 마음고생이 심했던 적도 있다. 사실 톱스타 김명민은 그와 탤런트 공채 동기다. 함께 신인으로 출발했지만 자신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힘들기도 했다.

“전에는 제 스스로 ‘좋은 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칼로 전쟁터에 나가 싸우고 싶은데 현실은 무나 썰고 닭이나 잡을 정도의 칼밖에 안 됐죠. 칼을 열심히 갈다가 결국에는 칼자루만 남게 되는 형국이 아닌가 걱정했죠. 솔직한 심정으로 지금도 잘나가는 동기들을 보면 아쉽고 부러워요.”

그러나 현실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랜 세월 연기를 하다 보니 그의 코믹 연기에 열광하는 마니아도 생겼다.

“그래도 아직까지 한눈팔지 않고 연기에만 충실했다는 사실에는 자부심을 느껴요. 이순재 선생님께서 ‘배우는 장사나 사업을 하면 안 된다’고 충고하셨어요. 그 말뜻을 알 것 같아요. 열정이 분산되면 완벽한 연기가 나올 수 없다는 말씀이지요.”

그는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주연은 아니더라도 극의 흐름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인물을 맡고 싶다고도 한다.

“사람들이 저를 두고 감초 연기자라는 말을 많이 하세요. 감초는 한약을 지을 때 빠져도 효능에는 상관없는 약재잖아요. 그래서인지 감초라는 말이 달갑지 않아요. 연기에서 감초라는 건, 물론 극을 맛깔 나게 해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발전이 없으니 속상하더군요. ‘내가 없어도 드라마는 굴러가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참 슬퍼요. 이제는 3년근 홍삼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미자나 당귀 정도의 역할은 맡고 싶어요.”

이런 우울감에 빠질 때마다 윤기원은 세상 사는 이야기가 담긴 수필집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그러면 욕심을 버리고 삶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마음공부를 할 수 있단다.

“30대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이립(而立)’에는 성공한 것 같아요. 이제 불혹(不惑)의 나이가 됐죠. 흔들리지 않고 계속 연기를 할 겁니다. 그럼 하늘의 이치를 아는 ‘지천명(知天命)’의 시기가 오겠지요(웃음).”

마음을 비워나가는 것 또한 연기자에게 필요한 과정이다. 맨홀 뚜껑에 부딪쳐 사고를 당했지만 그 이후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은 것처럼 언제나 어려움 속에서도 예기치 않은 행운이 찾아오곤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는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좋은 날이 오지 않겠냐며 웃는다.

잔재주, 노래에까지 이르다! 윤기원

잔재주, 노래에까지 이르다! 윤기원

깊이는 없어도 잔재주는 많아요
윤기원은 참 다재다능한 연예인이다. 코미디, 연기 경력 이전에 가수 경력도 갖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취미로 작곡을 하다 대학교 1학년 때 강변 가요제 예선에 출전했다.

“예선 장소가 현재 경향신문사(구 MBC)였어요. 당시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의 노래를 듣는데 보통 대여섯 소절만 듣고 멈추게 하더군요. 그런데 제 노래는 1절을 다 들어줬어요. 당연히 붙었을 줄 알았는데 탈락했지 뭐예요(웃음).”

윤기원은 그렇게 20년 동안 마음속에 가수의 꿈을 담고 살았다. 그런데 얼마 전 불쑥 음반을 내고 가수의 꿈에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그가 갑자기 가수로 나선 이유는 무얼까. 그는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연기자는 누군가에 의해 캐스팅되어야만 연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캐스팅의 기회를 잡았다 하더라도 매번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불투명한 미래…. 그래서 그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선택했다.

“가수 데뷔를 한 후에 연기와 노래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는 뼛속까지 배우이기 때문에 연기가 더 소중하고 애착이 갑니다. 지금 소속사에서는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래요. 그리고 연기자로서 저는 죽어도 저승사자 역할을 할 겁니다.”

뼛속까지 연기자라는 윤기원. 그러나 그는 요즘 노래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노래에는 연기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나.

“연기와 노래가 다른 점은 노래는 무대에서 관객의 마음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게 연기와는 다른 희열을 주는 것 같아요. 가수 데뷔 후 여섯 번 정도 라이브 무대에 섰는데 관객들의 기를 받아서인지 연기할 때보다 더 신명이 나더라고요.”

그는 앨범을 내고 노래를 시작한 만큼 신인 가수로 당당히 인정받고 싶다고 한다. 윤기원의 노래를 들은 음악 관계자들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앨범의 첫 번째 곡인 ‘돌겠어’는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겨울연가’ 등 드라마 OST 프로듀서로 유명한 유해준 작곡가의 작품이다.

“좋은 작곡가와 세션 팀을 만나서 좋은 곡이 탄생했어요. 타이틀곡 ‘돌겠어’는 로큰롤 리듬의 신나는 노래로 제가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불러요. 한두 번 들으면 금방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쉬우면서도 흥이 나는 곡이죠. 두 번째 ‘인연아’는 중·장년층을 위한 세미 트로트예요. 듣다 보면 묘하게 중독성이 있는 곡이죠.”

그는 가수 윤기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 있다. 시청자들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예능 프로그램만 한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올 가을에는 직접 전국을 누비벼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윤기원은 자신에 대해 “깊이는 없으나 잔재주는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오직 타고난 재주만으로 생활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말하는 소박한 재주꾼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민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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