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더 제 자신을 지켜내려고 해요…”
탤런트 박해진이 시련의 시간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지난해 말 갑작스레 군 면제 의혹에 휩싸이며 한동안 연예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현재 중국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신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 박해진은 지난 6개월 사이 더 단단하고 강해졌다. 한층 깊어진 눈빛으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그가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속내를 처음으로 털어놨다.
시간이 흐른 뒤,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이야기

박해진, 중국서 인기리에 활동 중인 근황 공개
또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거짓 제보를 한 사람이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는 최측근이라고 밝히며 경찰에 자진 출두해 재수사를 요청했다.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는 박해진의 병역 비리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이다가 공소시효가 끝나 수사를 종결한 상태였다.
LK 요즘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박해진 정말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어요. 막바지에 접어든 중국 드라마 ‘첸더더의 결혼 이야기’ 촬영이 7월 초에 끝나면 바로 상하이로 넘어가서 7월 8일부터 ‘또 다른 찬란한 인생’이라는 호남위성TV 드라마를 촬영해요. 아마 올해 10월까지는 계속 드라마 촬영에 전념할 것 같고, 그 사이에 가수로서 제 앨범도 발표할 것 같아요. 틈틈이 광고 촬영도 잡혀 있어서 스케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LK 지난해 말 병역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요. 당시 심경이 어땠나요?
박해진 안타까운 일을 겪은 주위 동료나 친구들을 보면서 ‘만약 내게도 힘든 일이 생기면 마음 단단히 먹고 슬기롭게 잘 넘겨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정말로 견디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니까 당황스러웠고 크나큰 상처를 받았어요. 진실이 아닌 이야기들이 왜곡되어 세상에 퍼지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무능력함을 깨닫기도 했고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제 편이 되어주는 친구들, 지인들을 확실히 얻었다는 긍정적인 결과도 있었죠.
누구나 자신의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하죠. 저 역시 상상하기 힘들 만큼의 큰 아픔과 고통을 느꼈지만, 그 과정을 이겨내야만 다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진실을 밝히려고 제 나름 열심히 달렸고요. 지금은 많이 안정되어서 연기를 하거나, 노래를 할 때 오히려 깊은 슬픔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직도 얼얼할 만큼 가슴이 아프고, 가끔은 극단적인 생각도 들지만 그럴수록 더 당당히 제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LK 자신의 의지의 상관없이 순식간에 불미스러운 일로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바람에 한동안 집 밖에도 못 나갈 만큼 엄청난 불안감과 우울함,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들었어요. 그 시간을 어떻게 이겨냈나요?
박해진 처음에 이니셜로 기사가 떴을 때만 해도 제가 그런 일을 겪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기에 제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얼마 후 제 실명이 거론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그 순간 모든 사고가 정지되는 것 같았어요.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이 마치 내가 저지른 일처럼 마구 부풀려져서 기사화되는 것을 지켜보기가 정말 힘겨웠어요. 가족은 저보다 더 답답하고 힘들 거라는 생각으로 버텨냈고요.
무엇보다 저는 거짓 소문들과 루머들 앞에서 당당하고 떳떳했기에 대중 앞에 나서서 직접 해명하자는 결론을 내렸죠. 잘못이 있다면 숨겠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데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숨지는 않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래서 재수사를 요청했던 거예요.

박해진, 중국서 인기리에 활동 중인 근황 공개
박해진 글쎄요. 제가 워낙 무딘 사람이라…(웃음). 제가 감정 표현이 많이 더딘 편이에요. 연기는 미리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은데, 가장 크게 변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죠. 큰일을 치렀다는 것조차 인지하기 힘들 만큼의 큰 아픔을 겪고 나니까 연기할 때의 자세나 슬픔을 표현할 때 무척 수월해진 부분도 있어요. 주위에서도 저보고 분위기가 많이 성숙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신중하게 됐고 사람에 대한 소중함도 깨달았어요. 제게 주어진 일의 소중함도 이전보나 몇 배나 더 크게 느껴요. 그래서 매 순간 늘 즐겁게 임하게 되고요.
LK 박해진을 다시 꿈꾸게 하는, 다시 일어서게 한 힘은 무엇이었나요?
박해진 가족과 친구들, 저를 아껴주는 지인들이죠. 그들은 저를 단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고 무조건 믿어줬어요. 오히려 저보다 더 가슴 아파하며 싸워주었고요. 늘 제게 “진실한데 뭐가 두려워?”라는 말로 힘을 줬어요. 참 고마웠어요.
LK 지난 사건과 관련해 팬들을 포함한 전 국민이 이것만은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해진 저는 진실합니다. 그것만 알아주시고 믿어주셨으면 해요. 흥미 유발을 위해 나오는 각종 루머와 기사들은 한순간의 재미와 즐거움을, 알권리라는 포장지에 싸서 내뱉는, 인간에 대한 잔인한 폭력이에요. 반면 진실은 너무나 싱겁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덜 갖죠. 하지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사람의 기분은 정말 처참해요. 저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도 사람이지만, 가장 사악한 것도 바로 사람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어요. 하지만 진실한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보답을 받을 거라는 하늘의 진리를 믿어요. 앞으로 제 행보를 꾸준히 지켜봐주세요. 여러분께 제 진심이 꼭 전달되리라 믿습니다.
비 온 뒤 맑음, 중국에서의 새로운 도약
현재 중국에서 박해진의 인기는 뜨겁다. 우선 오는 11월 중국 내 호남위성TV에서 방송될 드라마 ‘첸더더의 결혼 이야기’의 주연을 맡아 촬영에 한창이다. ‘첸더더의 결혼 이야기’는 동명 인기 인터넷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로 그의 첫 중국 진출작이다. 박해진은 이 드라마의 OST를 통해 중국에서 가수로도 데뷔할 예정이다.

박해진, 중국서 인기리에 활동 중인 근황 공개
LK 일본에서의 인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어떤 계기로 활동하게 됐나요?
박해진 일본에서 가수 활동을 하면서 성과가 매우 좋았어요. 그 덕분에 중국의 유명 드라마 제작사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요. 한국에서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라 많이 망설였는데 작품을 비롯해 감독님, 동료 배우들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해보자는 도전 의식도 있었고요. 해외 팬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참 뭉클하거든요. 비록 말은 안 통해도 제가 기뻐하면 함께 기뻐하고, 슬플 때면 함께 슬퍼하며 마음으로 응원해주니까요.
LK 현재 중국에서 촬영하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국내외 팬들의 관심이 높은데 소개 좀 부탁드려요.
박해진 ‘첸더더의 결혼 이야기’는 MBC가 제작에 함께 참여해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방영될 거라고 들었어요. 중국에서는 오는 11월부터 방송돼요. 원작은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 연재되었던 로맨틱 소설인데, 2년 동안 출판업계에서 1위를 차지했을 만큼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고 해요. 저는 노처녀 첸더더와 옥신각신하며 사랑을 나누게 되는 어린 연하남 쉬페이 역을 맡았어요. 부잣집 도련님답지 않게 자수성가를 꿈꾸고 일에서는 정말 냉정하고 차가운 남자예요.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대단히 적극적이고 로맨틱하기까지 해요. 개인적으로 제 역할이 참 마음에 들어요. 저와는 조금 먼 캐릭터 같기도 하지만요(웃음).
LK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나 ‘에덴의 동쪽’, ‘열혈장사꾼’ 등과 비교했을 때 연기는 얼마나 달라졌나요?
박해진 주위에서 조금 더 정제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감정을 많이 드러내면서 연기했다면, 지금은 자제하면서 내면 연기를 이끌어내고 있어요. 사랑 연기를 하더라도 깊은 사랑을 표현하고 싶고, 아픔이나 분노를 표현할 때도 강약 조절을 하려고 노력하고요. 중국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와일드하고 감정 표현이 확실해서 처음에는 호흡맞추기가 좀 힘들었지만 지금은 한결 편해졌어요.
LK 중국에서 활동하는 것은 어떤가요? 한국과는 드라마 제작 여건이나 촬영 시스템이 매우 다르다고 들었어요.
박해진 한국과 많이 비슷해요. 하지만 근무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이나 국가에서 하지 말라고 정한 것은 절대 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볼 때, 여기가 중국이라는 생각을 확실히 하게 돼요.얼마 전에 제가 다리를 다쳤는데 그 후 스태프들이 최대한 저를 쉬게 해주려고 의자를 가져다주고, 시간을 조절해주는 등 많이 배려해줘서 정말 감동했어요. 대신 저는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반대로 중국어를 배우기도 해요. 정이 무척 많이 들어서 나중에 드라마 촬영 끝나고 헤어질 때가 벌써부터 걱정이 돼요.
LK 타지에서 활동하는 만큼 애로 사항도 있을 것 같아요. 힘든 점은 없나요?
박해진 아무래도 여러 가지 소통 문제에 불편한 점이 있죠. 하지만 제게 굉장히 많은 배려를 해줘서 거의 불편함 없이 지내요. 음식도 훌륭하고요. 베이징에서 지내며 다양한 스포츠도 즐기고 쇼핑도 자주 해요. 이곳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어요.
LK 드라마 촬영을 마친 후 다음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한국에서는 언제쯤 활동할지 궁금합니다.
박해진 저도 한국 팬들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어요. 올해 하반기까지는 중국 활동이 계속 잡혀 있어서 아마도 내년 초부터 한국에서 활동을 재개하게 될 것 같아요. 기다려준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찾아뵐 생각이에요.
카메라 렌즈 밖의 또 다른 박해진
박해진은 배우와 가수가 아닌 한 개인으로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년 전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던 그는 평소 주위를 돌아보는 데 관심이 많아 한국에서 활동하는 틈틈이 아동보호시설을 찾아 시간을 보냈다. 병역 비리 의혹을 받고 있던 와중에도 중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꾸준히 아동 학대 피해 어린이들을 만나 함께 만화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했다. 자신 역시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든 가정 형편 속에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겪은 바 있어 어린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한다.
LK 지금도 성폭력 피해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로 이렇게 뜻 깊은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박해진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살 텐데 저 역시 그랬어요. 마음만 갖고 있던 차에 소속사 대표님이 오랫동안 후원하고 있는 아이들을 함께 만나러 갔다가 지금까지 오게 됐죠. 그 아이들을 처음 봤을 때는 무척 놀라서 자리를 뜰 수가 없었어요. 폭력에 시달린 아이들이라는 선입견으로 다가간 제 자신이 부끄러울 만큼 정말 천사 같았거든요. 제가 사랑을 주면 몇 배로 되돌려주는 모습을 보며 참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병역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그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어요. 아이들과 찰흙놀이를 하고, 같이 뛰어놀고, 영화도 보고…. TV에 제 모습이 나오면 아이들이 “우리 삼촌이 TV에 나왔다” 하면서 아주 난리가 난대요. 그래서 더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이들은 어느 정도 치료가 끝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거나 새 가정으로 입양을 가게 되는데 그들이 어디선가 TV로 저를 보면서 저와의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힘을 낸다면 그게 제게는 가장 큰 선물이에요.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그 아이들이 무척 보고 싶어지네요. 상처는 나았는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함께 연극 보러 가기로 했는데 제가 중국에서 활동하느라 아직 약속을 많이 못 지켜서 미안해요. 혹시 아이들이 이 기사를 볼 수 있다면 꼭 전하고 싶어요. “얘들아! 삼촌 금방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라고요.
LK 얼마 전 지인을 통해 해진씨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목걸이를 봤어요. 알고 보니 일본에서 주얼리 디자이너로 데뷔했다면서요?
박해진 저는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예전에 산업디자인을 전공할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주얼리 디자인은 제가 일본에서 모델로 활동하던 주얼리 브랜드 ‘The Kiss’와 공동 작업으로 제 이름을 건 독자 브랜드 ‘PHJ KISS’를 론칭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해 디자인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그동안 16종 정도가 출시됐고요. 제가 손으로 끼적인 디자인을 회사의 디자이너들이 상품으로 완성해주어서 저 혼자 모두 해냈다고 하기에는 좀 그래요. 곧 새로운 제품을 선보여야 하는 시즌이라서 요즘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는 의상 디자인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LK 연기와 노래, 봉사활동에 주얼리 디자인까지 정말 못하는 게 없네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해진, 중국서 인기리에 활동 중인 근황 공개
LK 해진씨의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요?
박해진 ‘충실히 마무리하자’예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이 주어지든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 목표를 잃지 않도록 더욱 노력할 거고요.
LK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박해진 아직 배우로서 많은 것을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평가를 받을 만큼 연기자로서 다양한 작품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부터 박해진의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마음껏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늘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국에서 만나는 날까지 「레이디경향」 독자분들도 건강 챙기시고 잘 지내세요!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고비가 찾아온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위기의 순간을 스스로 더욱더 성숙하고 발전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박해진은 갑작스레 나타난 장애물 앞에서 쓰러지지 않고 그것을 당당히 넘어서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큰 어려움 앞에서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세상은 반드시 자신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앞으로 다시 만날 박해진은 예전보다 한층 더 단단해진 배우로 성장해 있으리라 믿는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제공 / 더블유엠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