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장편소설 ‘오늘예보’ 출간한 신인 작가 차인표

두번째 장편소설 ‘오늘예보’ 출간한 신인 작가 차인표

댓글 공유하기
ㆍ“자살은 악마의 속삭임, 끝까지 살아내는 게 인간의 삶이에요”

배우가 책을 쓴다면 흔히 대필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인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는 첫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을 무려 10년에 걸쳐 완성해냈다. 왕성한 활동뿐 아니라 나눔 전도사로도 유명한 배우 차인표가 이번에는 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한다.

두번째 장편소설 ‘오늘예보’ 출간한 신인 작가 차인표

두번째 장편소설 ‘오늘예보’ 출간한 신인 작가 차인표

“사람들은 제게 왜 책을 쓰냐고 묻는데, 그 이유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죠.”

배우 차인표(44)가 지난 2009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을 출간했다. 그리고 2년 만에 두 번째 장편소설 「오늘예보」를 세상에 내놓았다. 「오늘예보」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세 남자의 하루를 옴니버스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사실 첫번째 책 「잘가요 언덕」은 차인표가 10년 동안 조금씩 써오던 글을 정리해 발표한 것이다. 그만큼 그는 처녀작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잘가요 언덕」은 발간 3주 만에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고 그는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책을 구입한 독자들은 정성스러운 서평을 남겼고 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그는 두 번째 소설을 준비하게 됐다. 이렇게 탄생된 소설 「오늘예보」는 지난 2년 동안 차인표가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내려간 소설이다.

차인표는 6월 중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신인 작가 차인표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본업이 배우임에도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예보」는 생명의 소중함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삶의 메뉴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살’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살은 인간이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되는 것이에요. 그럼에도 유명인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있습니다. 마치 사람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일 중에 하나라고 착각하는 듯해요. 저는 책을 통해서나마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차인표는 2년 전 증조할아버지 산소에서 경험한 일을 통해 다시 한번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증조할아버지의 비석에는 차인표를 포함해 1백여 명이 넘는 자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 그의 증조할아버지는 평생 산속에서 빈농으로 살다가 돌아가셨다. 그 증조할아버지가 중간에 힘들다고 삶을 포기했다면, 지금 자신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증조할아버지가 살아계셨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잖아요. 그게 바로 생명의 연속성이에요. 내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생명을 끊을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착각이며, ‘악마의 속삭임’이죠. 내가 태어난 세상에서 끝까지 열심히 살아내고, 다른 생명을 잉태하고, 더 많은 사랑을 나누는 게 인간의 삶이에요. 저는 소설을 통해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내 작은 위로가 타인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두번째 장편소설 ‘오늘예보’ 출간한 신인 작가 차인표

두번째 장편소설 ‘오늘예보’ 출간한 신인 작가 차인표

차인표는 지난 1998년 IMF 시절부터 인간, 자살, 삶, 생명 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는 당시 화창한 봄날 한강변에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우연히 허름한 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를 보게 됐다. 그 남자는 벤치에 앉아서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당시 거리에는 노숙자가 넘쳐났고 많은 가장들이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잃고, 삶의 의욕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날 차인표는 그 중년의 남자를 못 본 척하고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 그 중년의 남자가 떠오른다.

“내가 그때 고통 속에서 울고 있는 그 남자에게 다가가 한마디 위로의 말이라도 건넸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듭니다. 그동안 힘들고 지친 사람들을 보면서도 그냥 스쳐 지나왔는데 언제부턴가 그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차인표는 지난 몇 년 동안 부쩍 늘어난 유명인들의 자살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삶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노력이 어려움을 당한 이에겐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단 한마디의 말과 위로, 그것이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누구라도 위로를 나눠줄 수 있는 힘을 지녔어요.”

차인표는 간혹 아침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중견 연예인이 출연해 개인적인 불운, 병마와의 싸움 등 다양한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가끔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고. 그들의 입에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힘들어서 삶을 끝내려 했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유명 연예인들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죽을 만큼 힘들어서 자살하고 싶었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요. 방송을 볼 때마다 얼마나 놀라는지 몰라요. 방송을 통해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한마디가 타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생각한 후에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재벌집 아들? 사실이 아니다
사실, 차인표가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꽤 무거워 보인다. 하지만 그는 최대한 쉽고 재밌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책 속에서 언급되는 여러 이름 중 슬쩍 ‘애라’를 집어 넣으며 아내 신애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가족은 책을 읽어보고는 “정말 재밌다”라며 폭소를 터뜨렸고, 아들 정민이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책을 가져다주고 싶다”라고 할 만큼 환호했다.

“제 능력을 전부 발휘해 최대한 코믹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그동안 살면서 들었던 황당한 사건들뿐 아니라 ‘개그콘서트’ 등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면서 영감을 얻기도 했죠. 제 책을 읽는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웃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1993년 데뷔한 이래, 연기뿐 아니라 ‘나눔’에도 앞장서온 차인표. 그는 당당하게 공개 입양을 선택한 것은 물론, 다양한 기부 활동과 세계 어린이들을 돕는 NGO 단체 ‘컴패션’의 자원봉사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차인표는 ‘나눔’의 정신이 남다른 사람이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그가 소외된 이웃에게 ‘나눔’과 ‘위로’를 전하는 일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을 보니 제가 재벌집 아들로 나오던데,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는 직원이 1백 명 정도 되는 선박대리점을 운영하셨어요. 알려진 것처럼 대단한 재벌은 아니에요. 모든 인생이 그렇듯 저 역시 개인적으로 아픈 가정사가 있어요. 사실 어린 시절 유복하게 자라지는 못했어요. 저는 누군가의 위로를 받으며 힘든 시기를 이겨낸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일어났어요.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만 손을 내밀어준다면, 그들이 좀 더 쉽게 일어설 힘을 얻지 않을까요?”

인터뷰 말미에 차인표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당부의 이야기를 했다. 오늘부터 나와 관계없는 타인에게 작은 위로의 말을 하자는 것. 이는 인터넷 기사 등에 악성 댓글을 달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그렇게 남을 배려하고 위하는 작은 노력들이 하나 둘씩 모이면 분명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원상희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