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감동이 밀려온다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감동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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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합창단’의 노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그들의 가슴 뭉클한 사연이 시청자를 울렸고, 그들의 열정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제 ‘청춘합창단’의 노래를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듣기 시작했다.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감동이 밀려온다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감동이 밀려온다

KBS 라디오 공개홀에 들어서자 김태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형빈아!” 그는 방송에서 “어르신들이 잘 못하면 윤형빈을 혼내겠다”라고 했다. 아마도 방금 전의 화음이 김태원에게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김태원이 작사·작곡한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의 하모니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46명은 진지한 열정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물론 ‘남자의 자격’ 멤버들도 웃음기를 뺀, 진지한 모습이었다.

황혼에, 아름다운 기억을 심다
‘청춘합창단’의 연습은 준비운동에서부터 시작된다. 간단한 체조부터 시작해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면서 긴장감을 푼다. 단원 대부분이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아이고” 하는 신음 소리가 들린다.

열 대가 넘는 카메라가 있지만 참가자 전원이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방송 촬영 때 흔히 들려오는 ‘큐’도 ‘컷’도 없다. ‘남자의 자격’ 촬영장이 아닌 그저 합창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합창 단원들 모습 그대로다.

“제가 지휘를 하고 있지만 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의 결정적인 역할은 지금 이 순간을 어느 때 떠올려도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만들어드리는 거예요. 여기 계신 분들은 이 추억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십니다. 일상과는 다른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아름답게 각인될 수 있도록 도와드릴 겁니다.” (김태원)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감동이 밀려온다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감동이 밀려온다

46명을 통솔해야 하는 김태원의 어깨가 무겁다. ‘청춘합창단’을 시작했을 때 그는 “클래식에 대해 잘 모른다”라고 고백했다. 그래서 27년 동안 음악인으로 살면서 처음으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청춘합창단’ 연습이 있는 매주 화요일, 연습을 앞두고 두 시간씩 개인 레슨을 받는다. 처음에는 지휘자의 자리가 가시방석이었는데, 이제는 화요일을 기다리게 된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노래 지도를 맡은 박완규와 임혜영도 비지땀을 흘리기는 마찬가지다. 합창을 할 때마다 화음을 귀담아듣고, 노래가 끝나면 한 분, 한 분 개선해야 할 부분을 조심히 일러드렸다.

“어르신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요. 평소에는 참 점잖고 어른스럽다가도 어떤 때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하세요. 그래서 그런 마음에 상처를 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임혜영)

살아온 역사로 청춘을 노래한다
요즘은 지난해 방송된 ‘남자, 그리고 하모니’ 와 연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방송 초반, ‘청춘합창단’ 이야기를 꺼냈을 때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설마, 1년 전 성공한 아이템을 재탕하려는 건가?’라는 것. 하지만 오디션이 시작된 후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52세 이상에게만 오디션 응시 자격이 주어졌던 만큼, 오디션 참가자들이 들려준 도전기는 젊은이들의 그것과 깊이부터 달랐다.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아픈 이야기들도 많았고, 이미 지나온 인생에 대한 회환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병마와 싸워 이겨냈거나,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냈거나, 혹은 자식 때문에, 가정 형편 때문에 꿈을 접어야 했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특별한 사연이 없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월의 흔적으로 음정은 다소 불안하고, 음색은 노쇠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들의 모습만으로도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살아온 역사 그 자체로 존경스럽다”라는 김국진의 말처럼 ‘청춘합창단’을 치기 어린 젊은이의 눈으로 ‘잘한다, 못한다’라고 평가하기엔 그 의미와 감동의 깊이가 무척이나 컸다.

아마도 전 국민을 감동시켰던 ‘남자, 그리고 하모니’의 ‘넬라판타지아’와는 또 다른 종류, 혹은 더 큰 감동으로 시청자를 한바탕 울릴지도 모르겠다.

“저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진정성입니다. 지금까지의 미션도 그랬지만 이번 또한 어르신들 모셔다놓고 감히 억지 감동을 전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청춘합창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을 전해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경규)

이들은 오는 9월 24일 열리는 ‘KBS 전 국민 합창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예선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회에서는 김태원 작사·작곡의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와 ‘아이돌 그룹의 노래 메들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청춘합창단의 눈부신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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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포츠’ 김성록(54)

‘양봉업을 하는 폴포츠’라는 뜻의 예명 ‘꿀포츠’로 불리는 김성록씨는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활동한 이력이 큰 화제가 됐다. 건강이 악화되는 바람에 성악 활동을 중단하고 낙향하게 된 그는 현재도 녹내장과 디스크를 앓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가끔 거침없는 발언으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김성록씨는 ‘청춘합창단’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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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자 노강진(84)
청춘합창단의 최고령자 노강진 할머니.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 후반부의 솔리스트를 맡았다. 다소 서툴기도 하고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목소리만으로도 울림을 주는 참가자다.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감동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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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실(68)
‘아직도 배움에 목마르다’라는 중견 배우 이주실씨. 나이를 먹어갈수록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고 말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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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CEO 권대욱(62)
아코르 앰배서더호텔 CEO가 ‘청춘합창단 오디션에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36세에 처음 사장 자리에 올라 평생을 회사 경영에 몰두했던 그였지만 ‘사장 자리가 인생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라고 생각했다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글 / 진혜린 (객원기자) ■사진 제공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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