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학도·프로 바둑기사 한해원 부부의 오픈 하우스

개그맨 김학도·프로 바둑기사 한해원 부부의 오픈 하우스

댓글 공유하기
지난 2008년 9월 열한 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백년가약을 맺은 개그맨 김학도·프로 바둑기사 한해원 부부. ‘미녀 바둑기사’로 남성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던 한해원 프로의 마음을 얻기 위해 김학도가 눈물겨운 구애를 펼쳤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결혼 5개월 만에 얻은 첫아들 성준 군과 지난해 태어난 둘째 딸 채윤 양을 키우며 사는 행복한 그들의 집을 찾았다.

개그맨 김학도·프로 바둑기사 한해원 부부의 오픈 하우스

개그맨 김학도·프로 바둑기사 한해원 부부의 오픈 하우스

8월초 김학도(41)·한해원(30) 부부는 둘째 딸 채윤이의 돌잔치를 열었다. 한해원은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해 간소하게 치렀다”라며 방글방글 웃었다. 이어 그녀는 “돌잡이 때 딸이 두 번이나 쌀을 집었는데, 옛날에는 쌀을 집으면 평생 밥 안 굶고 산다는 의미였다. 요즘은 건강하고 부자로 산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김학도·한해원 부부와 기자는 4년 전에 처음 만났다. 그들이 팔라우로 신혼여행을 갔을 때 당시 여행 관련 매체에 몸담았던 기자가 동행했던 인연이 있다. 당시 그들은 결혼식을 막 마친 신혼부부의 설렘으로 가득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차를 탈 때 혹은 인터뷰를 할 때도 김학도는 아내 한해원을 위해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를 회상하며 한해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후 아들 성준이(3)의 손을 잡고, 왼쪽 팔로는 둘째 채윤이를 안은 김학도가 거실로 나왔다. 다정한 아빠의 모습이다.

“채윤이는 남편을 닮았고, 성준이는 저를 닮았어요. 결혼 초기에는 셋째까지 낳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성준이 모유 수유를 끝내자마자 자연스럽게 둘째가 생겼어요. 저희는 스치기만 해도…(웃음).”

모처럼의 인터뷰. 엄마가 무슨 말이라도 할라치면 채윤이가 물을 엎지르거나 성준이가 바닥을 기어 다니며 소란을 피웠다.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다 채윤이가 바둑알을 꺼내 탁자 위에 뿌리기 시작했다. 한해원은 “정말 정신없이 지냈어요. 두 아이 낳고 키우느라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겠다니까요”라며 곳곳에 떨어진 바둑알을 정리했다. 혹시 프로 바둑기사인 엄마의 재능을 딸이 물려받은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두 아이에게 바둑을 가르친 적이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희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개그맨이나 프로 바둑기사가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요. 기본적으로 저희는 아이들이 원하는 일을 하게 도와주고 싶어요. 공부를 많이 해서 특정 직업을 가지라는 식의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혹시 저희 집 안의 낙서 보셨나요?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싶은 곳은 어디든 그리게 해요. 벽에 종이를 붙여놓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게 한 다음 다시 떼어내는 엄마들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자기가 그린 그림을 매일 보고 지내는 것도 좋겠다 싶어 놔둬요. 나중에 이사 올 분은 도배를 반드시 해야겠지만요.”

눈물샘 없이 태어난 아들 생각하면 마음 아파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부부는 “여보, 성준이 눈곱 닦아주세요” 혹은 “성준이 눈곱” 이라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수시로 아들의 눈을 살폈다. 김학도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아들의 눈곱을 닦아주었다. 성준이는 마냥 신이 나서 바닥을 기어 다니며 노는 ‘악어놀이’에 빠져 있었다. 한해원은 “성준이의 꿈은 커서 악어가 되는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김학도가 “악어가 돼서 무얼 하고 싶냐”고 묻자, 성준이는 “아빠, 엄마, 마마(할머니)를 잡아먹을 거야. 으헝”이라며 악어 흉내를 냈다. 모두가 한참을 웃었다.

“성준이가 태어났을 때는 눈물샘이 없다는 것을 몰랐어요. 병원에서 마사지를 잘 해주면 눈물샘이 뚫린다고 해서 그 말만 믿고 열심히 마사지를 해주었는데…. 생후 15개월 이전에 바늘로 치료하면 눈물샘을 뚫을 수 있다고 했는데 저희는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수술을 하기로 했어요.”

개그맨 김학도·프로 바둑기사 한해원 부부의 오픈 하우스

개그맨 김학도·프로 바둑기사 한해원 부부의 오픈 하우스

김학도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의 이야기를 함께 듣던 한해원은 “그래도 다행이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활동적인 성준이는 여전히 악어놀이를 하느라 바빴다.

“태어날 때부터 심각하게 아픈 아이들도 많잖아요. 그런 경우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일상생활에 지장도 없고, 다른 데는 건강하니까요. 다만 눈물이 눈 속에 들어오는 이물질과 먼지를 쓸어버리는 역할을 못하니, 자주 눈곱이 끼죠. 그것만 잘 닦아주면 괜찮아요. 내년에 세 돌이 지나면 수술을 할 예정이에요.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잠시 그녀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어린 아들이 겪었을 크고 작은 고통에 대해 부모가 갖는 미안함이 묻어났다. 그때 김학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기자에게 한 권의 공책을 내밀었다. 육아 일기장이었다. 깨끗한 필체로 성준이를 키우며 느꼈던 소감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해원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남편이 육아 일기를 쓰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매일 쓰지는 못하지만, 될 수 있으면 정기적으로 육아 일기를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원래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 일기를 꼭 한 번 써보고 싶었거든요.”

그가 쓴 육아 일기는 짤막짤막했지만 진한 감동이 배어났다. ‘오늘은 처음으로 성준이가 아빠라고 부른 날이다’라거나 ‘성준이는 여전히 별과 달을 좋아한다’라는 식의 기록이다. 한해원은 남편이 쓴 육아 일기를 한 장 한 장 넘겨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내년에 성준이가 받을 눈물샘을 뚫는 수술은 어렵거나 위험한 수술은 아니지만, 부모 입장에서 세 살 난 아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 마음도 김학도의 육아 일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악몽 같은 5분이구나. 오늘 아들 눈에서 나온 눈물만큼 내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났다. 아빠인 나는 묵묵히 바라보며 성준이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는 게 전부였다. 2010년의 마지막 달이다. 성준이는 이제 두 달만 있으면 딱 두 돌이 된다. 이제 22개월, 성준이는 점점 커가고 있다. 오른쪽 눈의 눈물샘은 진전이 없다. 의사 선생님은 전신 마취를 하려면 세 돌 이후에 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언젠가는 수술을 해야 한다. 걱정이다. 성준이의 어휘력은 점점 좋아진다. 여전히 별과 달을 좋아하는 성준이….
- 김학도의 육아 일기 중

우리는 즐겁게 살아요
김학도·한해원 부부는 지난 7월 초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한해원의 동료 프로기사 부부와 함께 홍콩과 마카오 등지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 그녀는 “일 년에 한 번은 부부만의 여행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꼭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닐지라도 잠시 아이들과 떨어져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결혼 전에는 무척 바쁘게 살았죠. 저는 고등학생 때 프로 데뷔를 했고, 결혼 전까지는 방송도 쉬지 않고 했으니까요. 남편도 엄청 바쁘게 지낸 사람이고요. 그래서 저희는 결혼을 하면서 ‘앞으로 정신적인 여유를 갖고 살자’라고 약속을 했어요.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 있어요.”

그녀는 아들과 딸을 데리고 우리나라 곳곳으로 여행을 자주 다닌다고 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챙겨야 할 짐도 많지만, 경치 좋은 펜션에 가서 하룻밤 자고 돌아오면 그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다고 했다. 그때 성준이가 바닥에 있던 작은 구명조끼를 입기 시작했다.

“다음주에는 경상남도 산청으로 가족 여행을 가요. 강 앞의 예쁜 숙소를 예약했는데, 가서 아이들이랑 물놀이도 하고 재미있게 놀다가 오려고요. 정말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런 안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결혼하길 정말 잘했어요.”

그녀는 남편이 무척 가정적이라고 말했다. 일 때문에 아이들과 못 놀아줄 때도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반드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김학도는 아이들의 음악과 운동을, 한해원은 미술을 담당하고 있단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학도가 기타를 들고 나와 아들 딸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꿈에 나타나서 채윤이한테 인사를 했어요. 생일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아이들은 아빠의 노랫소리가 익숙한 듯 신이 나서 춤을 추었다. 한해원은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이들 가족이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조선 시대에서 현대 사회로 넘어간 거죠. 구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넘어간 것이고. 예수가 태어나기 전의 세상과 예수가 태어난 이후의 세상이죠. 천지가 개벽을 했어요. 결혼을 한 다음 제 삶이 그렇게 바뀌었어요.”

낮은 목소리로 연극 대사를 읊듯 김학도가 말을 꺼냈다. 그에게 결혼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 사건이라고 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가장이 됐다는 책임감도 생겼고,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곤히 잠든 아내와 아이들을 볼 때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개그맨 김학도·프로 바둑기사 한해원 부부의 오픈 하우스

개그맨 김학도·프로 바둑기사 한해원 부부의 오픈 하우스

“아내에게 단 한 번도 ‘어디야? 언제 들어올 거야? 누구랑 있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제 아내는 대단한 여자예요. 신혼 때는 이런 아내에게 서운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모든 사람이 저를 부러워하지요(웃음).”

한해원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남편을 다그치는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도 했다. 이는 그녀의 인생철학과 관련이 있다. 서로 일을 할 때만큼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자는 것이다.

“저는 탈선할 줄 몰라서 못하는 편이고요. 남편은 탈선을 너무 많이 해서 안 하는 스타일 같아요(웃음). 남편이 일하러 갈 때나 지인들을 만날 때는 일부러 전화를 하지 않아요. 평소에도 하루 한 통화 정도만 하는 편이고요. 저희 직업은 즐기면서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고 싶어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김학도는 “아내는 없으면 없는 대로 즐기면서 살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다”라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가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아예 벌지 않든 개의치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주일 내내 일을 하면 경제적으로 많이 풍족해지겠죠. 하지만 남편은 점점 피로해지고, 힘든 순간도 찾아올 거예요. 활동을 많이 해서 큰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지금처럼 저희 부부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현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남편은 종편의 최대 수혜자 될 것
요즘 김학도는 EBS ‘FM 스페셜’과 TJB의 ‘세상발견 유레카’에 출연 중이다. ‘FM 스페셜’은 무려 6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강도 높은 프로그램. 하지만 덕분에 조만간 ‘좋은 방송인상’도 수상할 예정이다.

“종합편성 채널이 생기면서 정말 머리가 아팠습니다(웃음). 저를 좋게 봐주신 분들께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무척 많이 주셔서요. 어떤 프로그램을 맡아야 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올해로 데뷔한 지 19년이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큰 인기도 누려보고,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타가 어떤 기분인지도 느껴보았지요. 그리고 달이 차면 기울 듯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져도 봤으니까요….”

개그맨 김학도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탁월한 성대모사 실력이다. 개그계 역사에서 그가 닦아놓은 성대모사의 틀은 후배 개그맨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인기가 오히려 그에게는 독이 됐다고 말했다. 한해원 역시 연예인과의 교제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한해원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김학도가 출연하게 되면서 친분을 쌓았고,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열한 살의 나이 차이도 그렇거니와 ‘바둑계의 얼짱’을 낚아챈 김학도를 향한 남성 팬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남편과 사귀면서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본 일이 없어요. 카페에 들어가자고 하면, ‘나는 연예인이라서 안 된다’라고 했고, 슈퍼나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일도 안 했거든요. 그런데 결혼을 한 다음부터 전혀 다른 사람이 됐어요. 아이들 우유가 떨어지면 직접 슈퍼에서 사다줄 정도로 자상하고 평범한 아빠가 됐으니까요. 심지어 요즘은 옷차림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돌아다니기도 해요. 결혼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에요.”

얼핏 그녀의 뉘앙스는 ‘요즘은 너무 동네 아저씨같이 되어버려 걱정이다’라는 듯했다. 하지만 김학도는 자신 있게 ‘생활 밀착형 연예인’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냈다.

“저는 데뷔 이후로 대중교통을 이용해본 적도 없고 대중목욕탕같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아예 가지도 않았어요. 왜냐하면 전 인기 연예인이었으니까요!(웃음) 요즘은 최대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친근한 모습으로 방송을 하고 있어요.”

한해원은 올해 초부터 다시 방송 중계 일을 시작했다. 한동안 떠났던 방송가로 다시 돌아가니, 언제 쉬었냐는 듯이 곳곳에서 일이 들어오고 있어서 꽤 바빠졌다.

“언젠가 저희가 은퇴를 한 다음에는 집안일을 분담해서 하기로 했어요. 사실 지금은 제가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자는 쪽으로 마음을 먹고 있거든요. 남편도 일하느라 바쁜데 집안일까지 같이하자고는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지금처럼만 지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려운 일도 많이 생기겠지만, 저희는 잘 이겨낼 거라고 믿거든요. 그렇죠, 여보?”

한해원의 사랑스러운 눈길을 받은 김학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채윤이는 졸린지 거실 한편에서 잠이 들었고, 성준이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기자를 향해 수줍게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 아니 네 사람의 사랑이 듬뿍 담긴 공간에서 함께한 두 시간은 유쾌했고 즐거웠다. 앞으로 이 부부가 만들어 나갈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글 / 정은주(객원기자) ■사진 / 이성원 ■헤어·메이크업 / 박수영 원장(박수영헤어파셀, 02-518-6631)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