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훈남’ 조정 코치 김지호

무한도전 ‘훈남’ 조정 코치 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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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누군가의 꿈을 믿고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상식적으로 불가능할 것만 같은 ‘무모한’ 목표를 향해 달릴 때가 이제는 오히려 가장 자연스러워 보이는 MBC-TV ‘무한도전’팀이 이번에도 ‘일’을 냈다. 전국조정선수권대회 2,000m 에이트 경기에 출전해 최선을 다한 감동의 레이스를 펼친 것. 결과는 비록 예상했던 대로지만, 5개월간 이어진 과정은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의미 있는 도전에는 외모도 실력도 생각도 ‘훈훈한’, 김지호 코치가 있었다. 방송 이후 ‘무한’ 인기를 누리며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는 김 코치와 두근두근 설레는 만남을 가졌다. 김지호 코치님, 당신의 진짜 모습이 무한히 궁금해요.

무한도전 ‘훈남’ 조정 코치 김지호

무한도전 ‘훈남’ 조정 코치 김지호

최선을 다해준 고마운 ‘무한도전’ 팀
“내가 봤어! 우리 진짜 잘 탔어!”
경주가 끝나는 순간, ‘콕스’를 맡은 정형돈이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그리고 우리도 모두 봤다. 가장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무한도전’ 팀이 ‘진짜 잘 탔다’라는 것을. 10분도 채 되지 않는 그 한 번의 레이스를 위해 ‘무한도전’ 팀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팔이 떨어져나갈 듯 노를 저었고,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 속에서 머리가 핑 돌때까지 땀을 흘려가며 로잉머신 훈련을 했다. 부상의 위험과 경기 출전의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최선을 다해 지난 5개월을 견뎌온 그들의 레이스는 그 어떤 뛰어난 기량의 팀보다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콕스’의 마지막 신호가 떨어지기까지 극한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한 호흡으로 노를 젓던 멤버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끝까지 지켜보던 김지호(29) 코치는 경기가 끝난 뒤 멤버들을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레이스 내내 가슴이 뭉클했지만 꾹꾹 참아 누른 눈물이었다.

“기초 체력도 뛰어나지 않은데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멤버 모두 주어진 조건 안에서 정말 열심히 해주셨어요. 그 과정을 쭉 지켜봤던 터라 감흥이 남다르더라고요. 그래도 울지는 않으려고 했는데 멤버 모두 눈물을 쏟으면서 제게 ‘미안하다’라고 말하니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경기를 한 멤버들은 물론이고 모든 스태프까지, 최선을 다해준 ‘무한도전’ 팀에게 무척이나 감사해요.”

방송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겠지만, 사실 조정은 결코 단시간 내에 쉽게 익히고 도전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강인한 체력에 박자감, 유연성,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 아홉 명이 철저하게 하나의 호흡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더해져야 한다. 여러모로 ‘적합하지’ 않은 이들이 모여 이만큼의 성과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대회 직전까지 자리 배치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다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날 때마다 나오셔서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여덟 명이 한 번에 연습을 해볼 기회가 워낙 없어서 제 머릿속에서만 이리저리 조합을 해야 했어요. 조정은 자신이 맡은 자리에 책임을 지는 것과, 그 위치에서 정확히 조화를 이뤄주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게다가 겨우 구성을 해놨는데 시합 일주일 전에 정준하씨가 그만 다치는 바람에 결국 다시 짜야 했죠. 그래도 긍정적인 기대를 했던 이유가 시합 당일 연습에서 호흡이 가장 잘 맞았어요. 아마 3일 정도만 더 연습했더라면 훨씬 좋은 기록을 달성했을 거예요. 쭉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었고, 연예인들이라 그런지 실전 감각이 좋으시더라고요. 저는 사실 7분대, 좀 더 기대하자면 6분대까지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8분 2초의 기록 또한 대단한 성과지만요.”

‘무한도전’ 팀의 가능성과 숨겨진 능력에 기대를 걸었던 김 코치도 원래 처음 멤버들을 만났을 때만 해도 ‘과연 이 프로젝트가 잘 될까’라는 불안감에 시달렸었다. 게다가 온 국민이 사랑하는 ‘무한도전’ 팀을 맡는다는 점과 조정인을 대표해야 한다는 점이 큰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대한조정협회에서 TV 예능 프로그램의 조정 편에 나갈 코치를 모집한다기에 어떤 프로그램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원해본 거였어요. 운이 좋았는지 제작진과 면접을 거쳐 제가 뽑히게 됐죠. 솔직히 저보다 실력 있고 대단한 분들이 많은데 부족한 제가 폐를 끼치면 어쩌나 엄청나게 걱정이 됐어요. 물론 뽑혔을 때는 무척 기쁘기도 했어요. 대학생 때 ‘나중에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는데, 정말 유재석씨가 부른 노래 ‘말하는 대로’처럼 제가 말하고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게 된 거잖아요.”

여러 가지 부담과 책임감을 안고 시작한 ‘무한도전’ 조정 팀의 코칭은 다행히 고마운 사람들의 수많은 도움이 있어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방송을 의식해 꾸미거나 포장하지 않고 매 순간 진정성을 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 진심이 통했다고 믿는다.

“방송 이후에 많은 분이 트위터에 글을 남겨주셨어요. 그중에서 제가 정말 뿌듯했던 이야기가 ‘무한도전’ 멤버들과 코치님 덕분에 잃었던 꿈을 다시 꾸게 됐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라는 글이었어요. 저한테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신 분이 많았는데 저는 오히려 그분들께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주고 북돋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 제 목표였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이룰 수 있게 됐잖아요. 타인의 삶에 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쁘고 행복해요.”

죄송해요, 저 결혼했어요
첫 등장 때부터 훤칠한 키와 듬직한 체격, 훈훈한 외모와 나직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는 프로젝트가 끝난 지금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여성 팬들 사이에서는 ‘강동원 목소리의 훈남 코치’로 불리며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중.

“방송 초반에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어색해서 외출을 잘 못 하겠더라고요. ‘미남’, ‘훈남’ 이런 말이 낯설기도 하고요. 그동안 그런 수식어를 가져본 적이 없거든요. 괜히 사람들이 실제로 보고 실망하면 어쩌나 잠깐 소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뭐 요즘에는 극복하고 당당하게 다닙니다.”

무한도전 ‘훈남’ 조정 코치 김지호

무한도전 ‘훈남’ 조정 코치 김지호

이런 와중에 얼마 전 방송을 통해 유부남임을 시원하게 밝혀 수많은 여성 팬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기도 했다. 작년 5월, 일곱 살 연상의 아내와 결혼하며 ‘품절남’ 대열에 들어섰고 게다가 이제 갓 백일을 넘긴 예쁜 딸까지 있는 ‘아이 아빠’라는 사실. ‘무한도전’ 방송 당시 ‘Sorry, I am Married(죄송해요, 저 결혼했어요)’라는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왔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도 결혼 질문을 하는 분들이 많아서 ‘방송도 끝났겠다’ 재미있게 밝혀본 건데 갑자기 폭발적인 반응들을 보여주셔서 솔직히 조금 놀랐어요. 결혼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이상하게도 미니홈피나 트위터 방문자 수가 오히려 대폭 늘었어요. 갑자기 제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서 아내가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어 해요. 요즘은 어딜 가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아는 척도 하시고 그러니까요. 사실 예전에는 그 반대였거든요. 아내가 워낙 예쁘고 인기가 많아서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그랬어요.”

운동이든 일이든 사랑이든, 뭐든지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성격답게 아내와의 만남 또한 무척이나 열심이었다고 한다. 당시 리더십 과정 관련 강의를 맡은 강사였던 아내는 일곱 살이나 어린 학생의 마음을 받아줄 리 만무했고, 그런 아내의 마음을 얻기 위해 2년이 넘는 세월을 열심히 쫓아다녔다고. 진심을 담아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 연하는 아예 남자로 생각하지도 않는 사람이었던 그녀가 결국 그의 마음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이렇게 예쁜 부부로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만들어가고 있다.

도전하는 김 코치의 레이스는 지금부터
‘무한도전’ 조정 프로젝트가 막을 내린 지 이제 한 달 정도가 지났다. 3만5천여 명의 관중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들었던 미사리 조정경기장에는 이제 훈련에 한창인 조정·카누 선수들만이 남아 묵묵히 노를 젓고 있다. 한여름 태양만큼 뜨거웠던 관심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또 한 번의 환호를 꿈꾸는 이들의 열정을 담은 공기가 둥둥 떠다닌다.

“금방 열기가 식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지금만큼 ‘조정’이 주목받았던 적이 없어요. 알고 보면 조정은 인간의 삶과 무척 닮은 운동이에요. 스스로는 자신의 한계와 싸워야 하고, 배려와 소통을 통해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뤄내야 하죠. 앞으로도 많은 분이 조정을 즐기고 좋아해주실 수 있도록 저부터 더 많이 노력할 거예요.”

최근 이런저런 활동으로 바빠 본의 아니게 ‘외도’를 많이 했다는 김지호 코치는 이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계획하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밟아나갈 예정이다. 일단 당분간은 현재 지도를 맡고 있는 서울시 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팀 조정클럽 선수들에게 좀 더 신경을 쓸 생각이다. 조정팀에는 10대부터 40대까지 지적·지체·척수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이 소속되어 있는데 최근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어 코치로서 무척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처음 이 선수들을 만났을 때는 고생깨나 했어요.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속도 많이 상하고 내가 여기서 왜 이런 힘든 일을 하고 있나 푸념도 하고 그랬는데, 진심은 통한다고 하잖아요. 솔직하게 부딪혀 겪다 보니 조금씩 좋아지더라고요. 지도자와 선수가 교감하는 부분이 생기면서 자연히 성적도 향상됐어요. 전국적으로 상위권에 드는 선수들이에요. 앞으로 특히나 각박한 장애인 조정에 대한 현실이 조금씩이라도 개선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유도선수 출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운동을 섭렵했고 중학생 시절 조정에 발을 들인 뒤 대학 때까지 쭉 선수로 활동해왔지만 그는 조정에 대한 열정의 크기만큼 다른 분야에서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다. 인생을 살면서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나’를 완성하고, 이를 의미 있는 나눔으로 실천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3년 전 다녀온 아프리카 케냐 봉사 활동도 그런 의미에서 그가 오랫동안 꿈꿔오던 삶의 모습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앞으로 자신이 걸어갈 길의 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뜨거운 마음으로 한 번쯤 세계를 위해 일해보고 싶었어요. 케냐에서도 가장 작고 열악한 오지 마을에 있는 학교에 체육 선생님으로 갔었죠. 그곳에서 아이들과 축구도 하고 공부도 가르쳐주면서 ‘나’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올바른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어요. ‘젊은 나이에 왜 그 위험한 곳까지 가서 고생을 하냐’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곳에서의 시간들이 밑거름이 되어 앞으로의 제 인생을 올바르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어요.”

‘무한한’ 도전을 꿈꾸는 김지호 코치의 다음 도전은 첫 번째로 국제조정심판이 되는 것이다. 2013년 열릴 충주세계선수권대회를 목표로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국제조정심판 자격을 얻은 뒤에는 세계조정연맹에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훌륭한 체육인들이 참 많은데도 다들 그 안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운동에만 몰두하느라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제가 가진 능력 안에서, 그리고 그 능력을 바탕으로, 누군가가 꿈을 꾸고 그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 국제연맹 임원이나 더 나아가서 IOC 위원 같은 영향력 있는 위치에 올라 소외된 사람들이나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싶기도 하고요.”

언젠가 모두가 함께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NGO 단체를 만드는 것까지 김지호 코치의 ‘도전’ 목표는 끝이 없다. 막힘없이 늘어놓는 그의 목표가 결코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 건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이전까지 그가 보여준 정직한 행보 때문일 것이다. ‘무한도전’의 김지호 코치로 알려진 그는, 이제 김지호 코치의 무한도전을 시작했다.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기쁘게 가고자 하는 그의 진심을 믿는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 ■의상 협찬 / 프레드페리(02-6911-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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